1. ‘가만히 있으라’를 외치는 교육
아이덱International Democratic Education Conference의 강연 방식이 전통적 교수방식이어서 꺼려진다. 하고 싶은 말이나 질문은 강연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말고 바로 바로 질문하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이야기하는 것보다 질문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 좋다.
한국에 10년 전에 온 적이 있었다. 그땐 여기저기에서 학교의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으며, 대안교육 운동이 일어나 젊은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시작되던 시기였다. 10년 만에 미비했던 것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혁명이 되었다. 그와 같이 한국의 대안학교 혁명이 10년 간 끊임없이 진행된 것이 기쁘다.
▲ 광명시민체육관에서 1주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된 아이덱. 단재학교 영화팀은 현장을 기록하자는 우지성 선생님 요청으로 이 자리에 함께 하게 됐다.
세월호 사건과 반민주 교육
저번 주 목요일(2014년 7월 24일) 한국에 도착했을 때 서울시청에 갔다. 시청 앞에 커다란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하고 있었다. 올해 4월에 세월호가 침몰하여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 놓여 있고 슬픔에 잠겨 있기 때문에 열린 촛불집회였다. 한국에 도착해서야 세월호 사건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 7월 24일에 열린 세월호 100일 추모 집회. 특별법 제정을 외치고 있다.
세월호 사건은 아이덱과 관련이 있다. 세월호 사건이 민주교육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때 교사와 학생들이 바다에 빠져 죽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죽은 이유는 배가 기울기 시작했을 때,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처음 배가 이상 징후를 보이고 서서히 잠겨 갈 때, 선장은 “객실로 돌아가서 아무 일도 하지 말고 기다려라”라고 말했고, 학생들과 교사들은 그 말을 그대로 따랐다. 그 결과 그들은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이 일이 도무지 믿겨지지 않아서 희생자들에 대한 통계를 찾아보기까지 했다. 승선객의 77%가 학생과 교사였고, 즉 3/4의 인원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살아남은 인원은 100명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 깊은 연민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선장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그들은 어떻게든 갑판위로 올라갔고 헬리콥터나 구조선이 와서 그들을 구조했다. 하지만 선장의 말을 따른 학생들은 대부분 객실에 있었고 그들은 사망에 이르렀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가?
전 세계적으로 이와 유사한 비극적인 일이 일어난다. 그런 비극으로 무언가를 배울 수 있어야 한다. 그와 같은 배움을 통해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 세월호 사건은 반민주교육이 낳은 참상으로 기록됐다.
‘가만히 있으라’와 외국의 사례
한국의 맹목적인 순종이 아시아 문화만의 요소는 아니고, 미국인들도 2001년 9월 11일 뉴욕 테러사건이 있었다. 첫 번째 비행기가 쌍둥이 빌딩에 부딪힌 시간은 아침 9시 30분이었고 그 빌딩 안엔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그때 관리자들은 “모두 안전합니다. 모두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업무를 보세요.”라고 외치며 가만히 있기를 종용했다. 그리고 20분 후 두 번째 비행기가 날아와 부딪혔다. 그때 600명의 사람들이 명령에 순종하고 일하다가 죽어야만 했다. 그때도 1400명의 사람들은 그 명령에 따르지 않았고 그들은 20분 만에 건물을 탈출하여 살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에 두 번째 빌딩이 미국의 공립고등학교였다면 사망률은 훨씬 높았을 것이다. 매우 끔찍한 생각이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배가 기우는 상황에서 왜 그들은 가만히 있었을까? 그건 한 사회가 아이들을 교육시킬 때 권위적인 방법으로 아이들을 길러내고, 뭘 할지 지시만 내리는 사회에서는 그런 아이들이 소극적이며 수동적으로 길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치, 독일에서도 동일한 일이 일어났다. 국민들은 나치가 매우 잔인한 일을 저지른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들은 정부의 말은 무조건 믿고 수동적으로 따랐다. 왜 이 세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권력이 악하더라도, 무조건 따르는 것일까?
▲ 911 테러의 연장선에 세월호가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 낳은 참상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가만히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에리히 프롬Erich Pinchas Fromm, Erich Fromm(1900~1980)은 책을 하나 썼다. 『자유에서의 도피』라는 이상하면서도 강렬한 제목을 지닌 책을 쓴 것이다.
이 책에선 아이들이 어린 시절의 경험을 갖지 않고, 권위주의적인 교육을 받게 되면 아이들 내면의 자유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는 자유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서서히 어른이 되어갈수록 오히려 자유에서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안전해지기 위해서 자기는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권위주의적인 지도자를 찾아 의탁하려 한다. 그와 같은 ‘자유에서의 도피’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지금부턴 자유를 싫어하는 어른들에 대해 말하려 한다. 자유를 싫어하여 권위자에 의탁하면 의탁할수록 정부가 통제하기 쉽다. 주체적인 판단을 하지 않아 수동적으로 맹목적으로 따르려는 자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세월호를 말하자면, 여러분(IDEC 행사에 모든 청중)이 만약 세월호에 탔었다면 물에 빠져 죽지 않았을 것이다. 우린 죽진 않았을 것이다. 왜냐 하면 그 상황에서 토론하며 방법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교사들과 이야기를 하며 상황을 판단했을 것이다. 우리가 젊은이들에게 힘을 보태줄 때, 변화가 일어난다.
▲ 단재학교 영화팀 학생들도 열심히 강연을 듣고 있다. (승빈이가 쓴 아이덱 강연 후기보기)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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