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전신감각을 깨우기 위한 교육
그래서 만든 곳이 개풍관이라 할 수 있다. 개풍관을 만들기 전에 공립체육관을 빌려 합기도를 했었다. 체육관은 시설은 좋았지만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공기가 별로 좋지 않았고,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 처음엔 체육관에서 했지만, 여러 문제로 개풍관을 열게 됐다. 그곳으로 들어가 보자.
개풍관은 오감을 민감하게 하는 곳
합기도는 전신감각을 사용하는 운동으로, 공기의 청결정도가 무척이나 중요하다. 왜냐 하면 합기도는 불교명상과 비슷하여 오감을 민감하게 해야 하기에 보는 것, 듣는 것, 만지는 것, 맡는 것이 자극적이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바로 합기도의 기본 원리이며 학교나 절, 도장 같은 곳은 자극이 적은 공간이어야 한다.
또한 합기도는 서서하는 운동이라 다다미의 촉감이 대단히 중요하다. 단지 걷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굴러간다는 느낌, 다다미와 하나가 된 느낌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다다미는 끈적끈적해선 안 되며 항상 청결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악취가 난다던지, 소리가 난다던지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무도관은 종교시설이자 교육시설이라 할 수 있다.
▲ 무도를 하려면 오감이 민감해져야 한다. 그러니 공간 자체가 매우 중요하다. 그건 곧 공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는 거다.
개풍관은 자연의 힘을 신체에 흘려보내는 곳
공립체육관은 종교적인 장소여선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 일본은 법적으로 ‘모든 공공시설에선 종교적인 행사를 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명문화되어 있다. 그래서 제도적인 한계가 있는 것이다.
보통 ‘깨닫는다’, ‘돈오점수頓悟漸修’와 같은 말은 종교적인 행위와 깊게 관련되어 있다. 무도라는 게 흔히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신적인 것과의 마주침을 말한다. 인간이 도저히 낼 수 없는 힘 같은 것을 자연으로부터 빌려와서 나의 육체를 통해 현현해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해보면 칼이 아무리 날카로워도 철로 만든 갑옷을 밴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옛이야기를 듣다보면 ‘칼로 갑옷을 뚫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다. 이처럼 인간의 힘을 넘어선 초인적인 힘이 바로 자연으로부터 빌려온 힘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자연과의 유기적인 흐름을 타는 것이 무도라 할 수 있다.
▲ 자연의 흐름을 온몸으로 받아들여 흐르게 할 수 있는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수업修業’이란 단어의 修는 ‘닦는다’는 뜻으로, 파이프에 물이 흘러가듯 자연의 힘을 우리의 신체에 흘려보낸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나는 무도를 합니다’라고 하면 사람들은 ‘신체를 단련하고 있군요.’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데, 전혀 그런 의미는 아니다. 파이프는 물을 흘려보내는 게 목적이며, 가능한 한 많은 물을 흘려보내야 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파이프=몸’, ‘물=초월적인 의미’라고 도식화할 수 있으며, 그렇기에 무도는 반드시 초월적인 것과 연결될 수 있도록 모든 감각이 열러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인간의 몸이 기의 흐름을 흘려보낼 수 있는 파이프가 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공립체육관에선 그런 초월적인 힘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그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체육관에 들어가자마자 신에게 예의를 차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체육관에서 마음가짐을 바로 잡고 신에게 예의를 차린다 해도 공간 자체가 지닌 무종교성 때문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개풍관을 만들어 신전화神殿化한 것이다. 벽면에 쓰여 있는 ‘합기도’라는 글씨는 미대 교수가 이런 정신을 오롯이 담아 썼는데, 이런 영성적인 부분을 통해 도장 전체를 정화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또한 이곳 다다미를 드러내면 강연장이 될 수도, 가부키나 능악을 위한 무대가 될 수도 있다. 그만큼 사용 환경에 따라 능동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설계했다.
▲ 무도의 공간이자, 강연의 공간이자, 능악의 공간이자 뭐든 되는 곳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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