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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재학교 성내동 시대를 끝내고 송파동 시대를 열다 - 2. 터전 이전의 의미 본문

학교/단재학교 이야기

단재학교 성내동 시대를 끝내고 송파동 시대를 열다 - 2. 터전 이전의 의미

건방진방랑자 2019. 12. 26.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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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터전 이전의 의미

 

학교 터전 이전이 주는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게 과연 나에게는 어떠한 의미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우물 속에 산다는 게 문제가 아니다. 우물과 같은 협소한 의식 구조가 된다는 게 문제다.  

 

 

 

기회주의여선 안 된다

 

 

군자는 그 자리에 처하여 그 자리에 합당한 행동에 최선을 다할 뿐, 그 자리를 벗어난 환상적 그 무엇에 욕심내지 않는다. 부귀에 처해서는 부귀에 합당한 대로 도를 행하며, 빈천에 처해서는 빈천에 합당한 대로 도를 행하며, 이적에 처해서는 이적에 합당한 대로 도를 행하며, 환난에 처해서는 합당한 대로 도를 행한다. 군자는 들어가는 곳마다 스스로 얻지 못함이 없다. -중용14, 해석: 김용옥

君子, 素其位而行, 不願乎其外. 素富貴, 行乎富貴; 素貧賤, 行乎貧賤; 素夷狄, 行乎夷狄; 素患難, 行乎患難, 君子, 無入而不自得焉. -中庸14

 

 

위 글은 중국 고전 중 하나로 조선시대 학자라면 필독해야할 책인 중용에서 나오는 구절이다. 위 글을 문맥 상 읽어보면, ‘그 환경에 처해선 그 환경에 순응한다는 뜻임을 알 수 있다. 이걸 단순하게 이해하면 상황에 따라 기회주의적으로 살아라라는 말처럼 해석할 여지도 있다.

우리가 친일파에게 욕할 수 있는 까닭은, ‘시대 상황이 아무리 그렇게 살길 부추겼을 지라도, 진정한 대의를 위해 그렇게 살아선 안 된다는 대의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 말은 곧 환경에 따라 살 것이 아니라, 그 시대가 진정으로 옳다고 여기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말인 것이다. 그런데 위에 인용한 문장은 친일파의 행위를 동조하고 적극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  친일 옹호의 논리는 어디서부터 출발하는지 볼 수 있다. 누군 친일을 할 때, 누군 독립운동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위기는 기회?

 

하지만 위 문장을 이런 식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위 구절의 핵심은 군자는 들어가는 곳마다 스스로 얻지 못함이 없다君子, 無入而不自得焉에 있기 때문이다. 그건 그 환경 속에 소극적으로 묻어가려 하거나 도망치려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판단하고 고심하여 행동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환난과 같은 상황에 봉착했을 때에도 군자에겐 그것이 기회가 된다.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말의 다른 버전인 것이다. 왜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는가? 위기상황은 나를 전면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임과 동시에 나의 욕망 구조를 철저히 파헤쳐 볼 수 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나의 어떤 관념들이 현실과 덕지덕지 달라붙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했고 관계를 어그러뜨린 것이다. 위기 상황은 바로 그러한 어떤 관념의 민낯을 보게 만든다. 그럴 때에 그것을 고쳐야 할 것으로 여기는지, 자신의 당연한 가치로 여기는지가 자신의 역량에 따라 180도 달라진다. 그걸 고친 사람에게 위기는 기회일 것이며, 당연한 자신의 모습으로 여기는 사람에게 위기는 또 다른 위기의 시작일 것이다.

 

 

 

적극적인 고민, 그리고 행동

 

이적의 나라에 가서도 군자는 도망가거나 멸시하지 않고 그 안에서 합당한 도를 행해야 한다. 이적을 알기 위해서는 중화中華-이적夷狄의 이분법을 알아야 한다.

당시 민족은 자기네 나라의 우월성을 드높이기 위해 자신들을 문명을 일으킨 민족인 중화(중심의 빛을 받은 민족)’라 불렀으며 변방의 나라는 야만스럽다 하여 이적(오랑캐-동이東夷,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狄이라는 방위에 따른 명칭으로 불렀음)’이라고 불렀다. 철저한 자기중심적 사고를 철학이란 미명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민족에게 이적의 나라는 멸시의 대상이거나 함부로 짓밟아도 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그와 같은 고루한 이분법을 뛰어넘는 의식의 경지를 위의 구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적의 나라에도 드높은 가치들이 있기 때문에, 그 안에 들어가면 폄하하며 업신여기려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가치들이 제대로 드러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극적으로 묻어가면 친일파가 되고, 적극적으로 되물으면 군자가 된다. 환경에 따라 그냥 흘러가면 친일파가 되고 환경이 주는 의미를 부여잡고 그 본질적인 의미를 고심하며 그런 고심 끝에 정리된 가치를 추구하면 군자가 된다. 나에게 단재학교 터전 이전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으로 읽힌다. 과연 나는 송파동 단재학교 시대에 친일파가 될 것인가? ‘군자가 될 것인가?

 

 

우리편과 남의 편으로 나눌 때, 남의 편은 적으로 인식된다. 그러한 이분법의 인식은 과거의 역사에도 번번이 있었다.

 

 

인용

목차

1. 강동 단재학교의 모습

2. 터전 이전의 의미

3. 터전 이전 일지와 사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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