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은 즐거워 북한강 라이딩
승빈이가 기획한 야외 활동으로 잠실나루역에서 만나 북한강에 있는 대성리역까지 가는 대장정이다. 물론 올 때는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기 때문에 돌아올 것에 대해서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정훈이와 현세는 각자 개인 사정이 있어 빠지게 되었고, 오늘만 특별히 참가하기로 했던 승환이는 금요일 트래킹 때 발목을 삐끗하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은 승빈이와 민석이와 함께 조촐하면서도 우애로운 기분으로 길을 떠난다. 적은 인원이 떠나는 여행이지만 모처럼 하는 라이딩이니 만큼 여행은 그 자체로 즐겁기만 하다.
▲ 학교에서 출발하여 잠실나루역에서 아이들을 만났다.
▲ 여긴 천호에 있던 자전거 대여소입니다. 민석이 자전거가 장시간 바깥에 있다보니, 체인이 모두 녹이 슬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체인에 기름칠을 했습니다.
▲ 아직 개통하지 않은 구리-암사대교가 보입니다. 여기서부터 경사가 심한 오르막길이기 때문에, 호흡을 조절해야 합니다.
▲ 조정경기장 옆에 마련된 자전거 도로를 따라 달립니다. 강바람이 시원합니다.
▲ 저 앞에 팔당대교가 보이네요. 작년 영화팀 라이딩 때도 와본 적이 있습니다.
▲ 다리 위에서 맞이하는 바람은 역시가 거셉니다. 주말이라 많은 사람들이 라이딩을 나왔습니다.
▲ 옛 중앙선 철길은 이제 철길의 기능은 상실하였고 그냥 옛 흔적을 보여주는 용도로 변경되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추억은 이런 식으로 박제화되어 갑니다. 그 위를 우리는 오늘 이 시간 힘껏 달립니다.
▲ 두물머리로 가는 길. 이 도로엔 수많은 연인들의 산책코스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 다산유적지에 오랜만에 가고 싶었지만, 자전거도로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어 적당한 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적당한 곳을 찾기 위해 달리는 아이들.
▲ 우리의 신나는 점심 식사 시간. 역시 시장기가 감돌 때 먹는 밥은 맛있습니다. 승빈 아버님이 출발 전에 사준 빵까지 함께 먹으니, 배가 든든합니다.
▲ 북한강에 다다르자 언제 해가 가려져 있나 싶게 해가 뜨기 시작합니다. 달리기엔 좀 더운 날씨입니다.
▲ 이곳까지 우리의 발이 되어준 자전거입니다. 승빈이와 민석이 자전거는 장거리 여행하기엔 적합한 자전거는 아닙니다. 그래서 힘이 두 배, 세 배로 들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불만 없이 여기까지 온 아이들에게 감사할 뿐.
▲ 아이들은 팥빙수를 나눠 먹고, 난 커피 한잔의 여유를 누린 후 셀카질을 합니다. 여유로움이 한껏 느껴지네요.
▲ 한참 달리다 보니, 드디어 경춘선과 마주칩니다. 길을 서로 어긋나며 마주친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어긋남은 마주침을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뜻이죠. 경춘선과 우린 마주쳤으니, 어드메로 인생의 방향이 바뀌었을까요?
▲ 드디어 목적지인 대성리역이 코 앞입니다. 서울 송파구에서 시작된 라이딩이 경기도 가평에 이르러 끝이 납니다.
▲ 지하철 안엔 수많은 자전거들이 있었습니다. 우리처럼 주말에 자유를 만끽하러 오신 분들이 많더군요.
사람의 안부보다 중요한 자전거의 안부
10시 25분부터 달리기 시작해서 대성리역에 도착한 시간은 3시 6분이었다. 모두 4시간 40분 정도가 걸렸으니 적당한 시간 동안 달린 셈이다. 대성리역에선 지하철을 타고 서울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서 지하철이 경춘선이 도착했을 때 자전거를 끌고 타려 했는데 이때 한 가지 우픈 일이 있었다.
지하철에 타며 세워져 있는 자전거를 넘어뜨릴 뻔할 때 나온 반응이었다. 보통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질 뻔한 학생을 걱정하며 “괜찮아?”라고 안전여부를 물을 것이다. 그런데 그 분은 거기에 한껏 실려 있는 자전거를 걱정하며 “이곳에 있는 자전거가 얼마인 줄 알아? 다 100만원 이상 넘어가는 자전거라, 넘어뜨렸다간 큰 일 나~”라고 엄포를 놓듯이 말했던 것이다. 사람의 안부보다 물질의 안부가 더 중요해진 세상의 단면을 보는 것만 같아 기분이 씁쓸했던 것이다.
▲ 민석이가 총 자전거로 달린 거리는 55.91km입니다. 집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왔으니 말이죠.
휴머니즘이 없던 세상의 휴머니즘
마구간에 불이 나자. 공자가 조정에서 퇴궐하여 “사람은 다치지 않았느냐?”라고 물으시고, 말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논어』 「향당」 12
廐焚. 子退朝, 曰: “傷人乎?” 不問馬.
『논어』에 나오는 이 구절은 공자의 인문주의적인 성향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더욱이 그 당시에 말의 값은 지금보다 훨씬 비쌌을 것이고, 더 귀중하게 생각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당시엔 엄연히 계급에 의해 사람이 차별받는 것이 당연하던 시대였다. 그러니 마구간에서 일하다 죽는 사람보다 말의 안부를 더 중하게 여겼다고 해도, 크게 이상하거나 문제될 것은 없는 사회구조였던 셈이다.
그런데도 공자는 불이 난 마구간을 보며 사람의 안부만 물을 뿐 말의 안부는 묻지도 않았다고 하니, 어떤 것을 더 중요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인 셈이다.
▲ 마구간이 타자 말에 대해선 묻지 않고 사람에 대해 물었던 공자.
휴머니즘을 들먹거리는 세상엔 휴머니즘이 없다
그에 비한다면 현재는 서양에서 유래되어온 휴머니즘 사상이 더 깊이 생활 곳곳에 받아들여지면서, 인권을 중시하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인권을 더 중시하는 세상이 되었다는 건, 그 이면에 ‘생명경시’가 만연하고 있기에 더욱 반대급부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지금은 생명의 가치보다 생명을 돈의 가치로 환산하여 어느 생명이 더 가치로운지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건 돈이란 단일화폐로 수렴하여 가치를 획일화시키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어떤 게 더 비싼가?’하는 것뿐이다. 휴머니즘 세상에 지극히 비휴머니즘적인 사회풍토라 할 수 있다.
학생이 자전거를 끌고 지하철을 타다가 넘어질 뻔하자, 자전거 가격 운운하며 위화감을 조성한 사람은 분명 자신의 말이 실수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당연히 해야 할 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다 만약 자전거를 넘어뜨려 흠집이라도 났다면 분명 그 가격 들먹거리며 엄청난 죄의식을 불러일으키며 보상을 요구했을 것이다. 그런 씁쓸한 상황에 처하기 전에 오히려 한 마디 듣는 선에서 끝이 나서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영화 『전우치』에서 나온 대사로 마무리 짓고자 한다. 세상 자체가 장사치의 마음을 가져야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는 것만 같아 가슴이 아프기 때문에 이 말을 남겨놓고자 한다.
원래 근본도 없는 장사치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부모도 버리고 저울의 눈금을 속이고.. 백성을 먹여 살린다? 쯧쯧.. 그런 세상은 우환이 많~은 법이지!
힘든 일정을 잘 마친 승빈, 민석이에게 감사합니다.
‘됐습니다 / 대성리역까지 다 왔으니 / 승빈이도, 민석이도, 나도 다 왔으니 / 모두 열심히 살았으니!’
▲ 오늘 총 48.2Km를 달려왔습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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