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에 눈에 닿는 대로 쓰다
하일즉사(夏日卽事)
서거정(徐居正)
小晴簾幕日暉暉 短帽輕衫暑氣微
解籜有心因雨長 落花無力受風飛
久拚翰墨藏名姓 已厭簪纓惹是非
寶鴨香殘初睡覺 客曾來少燕頻歸 『四佳詩集』 卷之三十一○第十九
해석
小晴簾幕日暉暉 소청렴막일휘휘 | 조금 날씨가 개니 발에 햇살이 반짝반짝, |
短帽輕衫暑氣微 단모경삼서기미 | 짧은 모자와 홑적삼에, 더운 기운이 가시네. |
解籜有心因雨長 해탁유심인우장 | 해진 대쪽은 마음이 있어 비 때문에 자라고, |
落花無力受風飛 낙화무력수풍비 | 떨어진 꽃은 힘이 없어 바람 맞아 날리네. |
久拚翰墨藏名姓 구변한묵장명성 | 오래도록 중이와 붓을 놓고 명성을 숨겼으니, |
已厭簪纓惹是非 이염잠영야시비 | 이미 시비를 야기 시키는 벼슬살이 싫어서지. |
寶鴨香殘初睡覺 보압향잔초수각 | 보물 오리 향로엔 향불 사그라들고 잠에서 막 깨어 깨달았네, |
客曾來少燕頻歸 객증래소연빈귀 | 손님은 일찍이 옴이 적고 제비만 자주 돌아온다는 것을. 『四佳詩集』 卷之三十一○第十九 |
해설
이 시는 초여름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서 지은 작품이다.
초여름 비가 오다가 잠깐 날이 개자 주렴과 휘장에 햇살이 반짝거리고, 긴 관모(官帽)를 벗고 짧은 모자를 쓰고 무거운 관복을 벗고 홑적삼을 입고 있으니 여름인데도 시원하다. 자다 일어나 정원을 바라보니, 비가 온 뒤라 죽순이 부쩍 자라나 있고 초여름까지 떨어지지 않고 있던 꽃잎이 힘없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명성을 떨치던 글도 버린 지 오래고 시비를 일으키는 벼슬살이도 예전부터 싫었다. 무료하고 한가로워 낮잠을 자다 향이 다 타려 할 때 잠에서 깨니, 벗은 오지 않고 제비만 자주 날아갔다 날아온다.
권별(權鼈)의 『해동잡록』에는 다음과 같이 서거정(徐居正)의 간략한 생평(生平)이 실려 있다.
“본관은 대구(大丘) 달성(達城)으로, 자는 강중(剛仲)이며 옛 자는 자원(子元)이고 호는 사가정(四佳亭)이다. 세종 갑자년에 급제하고 세조 때에 또 중시(重試)ㆍ발영시(拔英試)ㆍ등준시(登俊試) 등 세 과에서 발탁되었다. 시문에 아주 민첩하였으며 저술이 많았다.
다섯 임금을 섬겼으며 26년 동안 대제학을 맡았고, 경연에서 시종한 지 45년이었다.
중국 사신 기순(祈順)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서거정이 원접사(遠接使)로 나갔는데 기순이 그의 재능에 탄복하고 칭찬하였다. 벼슬은 찬성사(贊成事)에 이르렀으며 시호는 문충이다. 문집이 세상에 전하고 저서로는 『대동시화(大東詩話)』ㆍ『필원잡기(筆苑雜記)』ㆍ『태평한화골계전(太平閑話滑稽傳)』이 있다[大丘人, 字剛仲 舊字子元, 號四佳亭. 我英廟甲子登第, 光廟朝又擢重試拔英試登俊試三科, 爲詩文贍敏, 多所著述. 歷事五朝, 主文衡二十六年, 侍經幄四十五年. 詔使祁順東來, 居正爲遠接使, 順歎服稱能. 官至贊成事, 謚文忠, 有集行于世, 所著有大東詩話筆苑雜記太平閑話滑稽傳.].”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52~53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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