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지처참형을 당하며
수형시(受刑詩) / 절명시(絶命詩)
성삼문(成三問)
擊鼓催人命 回看日欲斜
격고최인명 회간일욕사
黃泉無一店 今夜宿誰家
황천무일점 금야숙수가 『順菴先生文集』 卷之十三
해석
擊鼓催人命 回看日欲斜 | 북 두드리는 소리, 사람 목숨 재촉하고 고개 돌리니 해는 지려 하네. |
黃泉無一店 今夜宿誰家 | 황천엔 한 주막도 없다니, 오늘밤 뉘 집에서 머물꼬? 『順菴先生文集』 卷之十三 |
해설
이 시는 세조(世祖)의 회유(懷柔)에 응하지 않아 죽음에 임하여 목숨이 끊어지기 전 형장(刑場)에서 지은 시이다.
둥둥 북을 울리며 망나니가 사람의 목숨을 거두기를 재촉하는데, 조금 있으면 이승에서의 마지막이기 때문에 하직(下直)이나 하려고 머리를 들어 산천을 돌아다보니, 태양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서산(西山)으로 지려고 하고 있다. 저승으로 가는 길에는 주막이 하나도 없다고 들었는데, 오늘밤은 누구 집에서 자고 갈까?
이 시 외에 이덕무의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는 성삼문이 지은 시에 대한 일화(逸話)가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승지 성삼문의 「이제묘」시에, ‘초목 또한 주나라 이슬비에 컸으니, 그대들이 오히려 수양산 고사리 먹은 것 부끄럽네’ 하였다. 유준(劉峻: 자는 孝標, 시호는 玄靖先生)의 「변명론(辨命論)」에 ‘백이(伯夷)와 숙제(叔齊)가 숙원(淑媛, 여인을 말함)의 말 때문에 죽었다’ 하고, 그 주석에 ‘백이와 숙제가 고사리를 캐다 어떤 여자가 <당신들이 의리상 주나라 곡식을 먹지 못한다고 하는데, 고사리도 주나라의 초목이다> 하자, 그대로 수양산에서 굶어 죽었다.’ 했으니, 성삼문의 시가 우연히 그와 부합된 것일까? 혹 그대로 이 일을 따다 쓴 것일까?[成承旨三問「夷齊廟」詩, ‘草木亦霑周雨露, 愧君猶食首陽薇.’ 劉峻「辨命論」云: ‘夷齊斃淑媛之言’ 注夷齊采薇, 有女子謂之曰: ‘子義不食周粟, 此亦周之草木也.’ 因饑首陽成詩, 偶然符合耶? 或因用此事歟?]”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41~42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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