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앉아
독좌(獨坐)
서거정(徐居正)
獨坐無來客 空庭雨氣昏
독좌무래객 공정우기혼
魚搖荷葉動 鵲踏樹梢翻
어요하엽동 작답수초번
琴潤絃猶響 爐寒火尙存
금윤현유향 노한화상존
泥途妨出入 終日可關門
니도방출입 종일가관문 『四佳詩集』 補遺一
해석
獨坐無來客 空庭雨氣昏 | 홀로 앉아 있으니 오는 손님 없고 빈 뜰엔 비 기운에 어두침침. |
魚搖荷葉動 鵲踏樹梢翻 | 물고기가 흔들었는지 연잎 움직이고, 까마귀 밟았는지 나무 가지 흔들려. |
琴潤絃猶響 爐寒火尙存 | 거문고 젖었지만 줄은 오히려 울리고 화로 차가운데 불꽃 여전히 있네. |
泥途妨出入 終日可關門 | 진흙길이 출입을 방해하니, 종일토록 문 닫고 있네. 『四佳詩集』 補遺一 |
해설
이 시는 가을에 가랑비가 내리는 어느 날 홀로 마루에 앉아서 지은 것이다.
가을날 찾아오는 손님이 없기에 혼자 마루에 앉아 있자니, 사람이 보이지 않는 텅 빈 뜰에는 어둑어둑 비가 내릴 기미다. 연못을 보니 고기가 요동을 쳤는지 연잎이 움직이고, 시선을 돌려 나무를 보니 까치가 금방 날아갔는지 나무 끝이 출렁댄다. 비가 온 탓으로 거문고 줄이 눅눅하여 소리가 날 것 같지 않은데 퉁겨 보니 아직 소리가 나고, 화로의 불을 손으로 만져 보니 식었어도 헤집어 보니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가을비가 내려 진흙길이 되었으니(진흙길은 자신의 포부를 펼 수 없게 제한하는 현실을 뜻함), 손님이 출입하기에 방해가 되어 찾아올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오늘은 하루 종일 문을 닫아 두는 것도 괜찮겠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64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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