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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내소사와 관음봉에 가다 - 1. 공부하니 조으다~ 여행하니 더 조으다~ 본문

연재/산에 오르다

내소사와 관음봉에 가다 - 1. 공부하니 조으다~ 여행하니 더 조으다~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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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부하니 조으다~ 여행하니 더 조으다~

 

 

요즘 한문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확실히 2010년에 공부할 때만 해도 여러 문장들은 그저 봐야만 하는, 그래서 소위 아이들이 이런 시인들이 안 태어났으면 우리가 이렇게 많은 것을 공부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라고 말하는 것처럼 나도 여러 글을 쓴 학자들을 버거워했으며 부담스럽게만 느끼고 있었다. 그에 반해 지금은 글 하나하나가 너무도 궁금하고 그 학자들이 왜 그런 글을, 왜 그런 시를 쓰게 됐는지 알고 싶기만 하다.

 

 

2007년 6월의 모습. 그 당시에 보던 책들이 보인다. 

 

   

 

아는 사람보단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보단 즐기는 사람이 되자?

 

201211월엔 가평 펜션에서 단재학교 학부모들과 교사들, 그리고 일본학자 나카지마 히로카즈가 함께 모여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 당시 표방했던 컨셉은 모인 사람들 저마다 한 권의 책이 되어 교육적 경험을 나눔으로써 고민이나 문제의 해결 방안을 스스로 찾는다라는 거였다. 모임은 흥미로웠고 경험들은 무척이나 진귀했으며, 마음을 상품화하는 사회와 같은 심리주의가 학생 문제의 만능해결책으로 등장한 사회에 그게 얼마나 많은 해악을 끼쳤는지, 그리고 그 너머엔 무엇이 있는지를 고민할 수 있게 해주는 나카지마 선생과의 대화도 신선했고, 그 옆에서 몰아일체형 통역을 하는 박동섭 교수와의 가슴 떨리는 시간도 즐거웠다, 더할 나위 없던 시간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그 모임에 대해 어떤 기록도 남기지 못했다. 사진도 찍었고, 조금씩 메모를 남기기도 했지만, 그걸 남겨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니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그 수많은 내용들을 담아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때 12일로 진행되었던 것들은 모두 다 추억의 저편으로 고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메모한 것만이라도, 사진 찍은 것만이라도 남겨뒀었다면 하는 아쉬운 맘이 든다.

 

 

그때의 기록이 하나도 없다는 게 아쉽다.   

 

 

갑자기 한문 공부가 재밌다는 얘기를 하다가 밑도 끝도 없는 과거의 모임 얘기를 하고 있으니 어리둥절할 것이다. 그러나 그 모임에서 새벽이 되려던 시간에 5분 동안 강의형식(TED처럼)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말했던 내용을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5분이란 시간은 길지 않지만 누군가의 앞에 서서 이야기를 한다는 건 역시나 떨리는 일이었고, 과연 무엇을 말해야 하나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고민하다가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2년 전까지 몇 년 간 한문 공부를 했으니,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맘을 먹었고, 그때 떠오른 문장이 그것을 아는 사람은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것을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논어』「옹야18)’이었다.

잔뜩 긴장한 채 앞으로 나가 화이트보드에 세로로 원문을 쓰고, 해석을 한 후에 제가 원하는 공부의 방식도 바로 이와 같은 것입니다. 아는 것,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즐기는 단계까지 갈 수 있도록 차근차근 배워가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자연스레 질문이 나오더라. “좋아하는 것과 즐기는 것엔 어떤 차이가 있는 거죠?”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평소에도 그 차이가 명료하게 구분되지가 않아 궁금해 하며 고민했던 내용이기에, 제가 생각하기론 좋아하는 건 누군가 못하게 하면 하지 않지만, 즐긴다는 건 누군가 못하게 막더라도 하려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선배가 학생들에게 나눠줄 책갈피를 만들어달라고 해서, 이 문구를 넣어 책갈피를 만들었다.

 

 

 

앎과 좋아함과 즐김은 하나다

 

그 당시만 해도 위의 구절을 보면서 아는 사람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보단 즐기는 사람이 좋다라는 학문의 단계로 보고 있었기에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하지만 요즘 오랜만에 다시 한문 공부를 하면서 그 재미에 푹 빠져들다 보니, 저 구절은 결코 단계를 나타내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겠더라.

위의 구절에 대해서 도올 선생님은 호학好學은 앎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요, 앎이란 정확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치열하게 아는 자만이 그 대상을 좋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치열하고 좋아할 수 있는 자만이 그 대상을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앎과 좋아함과 즐김은 가치관의 서열이 아니라, 오직 치열한 앎이 지향해야 할 상향의 길을 제시하는 것이다. 결국 앎과 좋아함과 즐김은 一切인 것이다. -논어한글역주, 470~472”라고 말했는데, 이 말이 딱 맞다고 생각한다. 알려는 치열함 속에 그 대상을 좋아하는 마음이 싹트고 그럴 때 그 속으로 빠져들어 즐기게 되니 말이다. 그러니 즐김이란 결국 아는 것과 좋아함과 함께 어우러지며 생겨날 수밖에 없다.

지금 나에게 한문 공부는 알아서 행복하고, 그러다 보니 한문이 그토록 좋아질 수가 없어 기쁘며, 여러 다양한 관점들과 이야기들 속을 헤매며 즐거움을 만끽하는 방법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은 어느 순간에도 비길 수 없을 정도로 즐거운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재밌게 알아가고, 신나게 배우고, 욕심 내지 말고 내 속도로 한 걸음씩 걸어가는 즐거운 시간이란 말이다.

 

 

3월 31일에 모악산에 가려다가 덕진공원에 왔다. 올해 이렇게 여행을 자주 다닐 줄 알았는데 웬 걸~  

 

 

 

여행은 건빵을 춤추게 한다

 

하지만 이렇게 의욕이 활활 타오를 때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의욕 때문에 날밤을 새워가며, 한 자라도 더 보려 시간을 쪼개가며 하다가는 얼마 가지 않아 한문 ぎらい(한문 싫다)”, “한문만 보면 절로 욕이 나오는 건 무슨 이유?”라고 하면서 번아웃될 게 분명하니 말이다. 어찌 보면 지금의 의욕은 모처럼만에 공부를 하는 데서 생긴 것이니, 이런 때일수록 마음은 누그러뜨리고 열심히 하려는 열정은 식히는 게 필요하다. 그래서 3월에 시작할 때만 해도 2주일에 한 번씩 모악산에 가던지, 어딘가를 헤매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생각처럼 잘 되지 않더라. 그때 이후로는 그런 식의 여행은 하지 않고 책 속에 푹 파묻혀 있다. 이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공부를 적당히 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적당히가 안 된다.

그러던 530일 수요일에 대박 사건이 있었다. 수요일 오후엔 교수님들이 진행하는 스터디가 있는 날이다. 이날은 청주에서 귀한 손님이 찾아와서 나름 오랜만에 한옥마을 부근을 돌아다니며 허겁지겁 스터디에 참여한 때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소화시평을 공부하던 시간에 교수님은 다음 주엔 현충일이고, 그 다음 주엔 지방선거일이라, 2주를 빠지게 되겠네요.”라고 말해주셨다. 그 말을 들으니, 수요일마다 왜 이리 여러 일들이 많던지 난 좀 더 진득하게 소화시평을 배우고 싶은데, 우잉~ㅠㅠ이라는 생각이 들며 아쉽게 느껴지더라. 그런데 그때 교수님은 아주 조심스럽게 이건 필수사항은 아니고,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들으세요. 다음 주에 야외에 나가서 시를 함께 공부하는 건 어떨까? 어디 경치 좋은 곳에 가서 시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 좋잖아요. 지금 당장은 결정하긴 그럴 테니 반장에게 의견을 말해주세요.”라고 제안하셨다.

 

 

앵두 덕에 오목대에 올라 '대풍가'가 있음을 처음으로 봤다. 오목대는 놀이터 같은 곳이었는데도 몰랐단 말인가^^;;   

 

 

우와~ 이건 마치 내 맘속에 들어갔다가 나온 것 같은 느낌이다. 늘 나다닐 생각을 하던 나에게 주는 최고의 한 마디이자 선물인 셈이니 말이다. 더욱이 누군가는 임용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것에 신경도 쓰지 말고 놀러 다닐 생각은 추호에 꿈도 꾸지 말고 공부만 해야 한다고 하던데, 김형술 교수님은 전혀 다른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교수님의 지론은 공부는 그저 텍스트만 보는 것으로 한정해선 안 된다라는 거였다. 그래서 의암 아이들에겐 콘서트장에도 가보고, 상학에 있는 도립미술관에도 가보라고 조언해줬으며, 임용 장수생들에겐 꼭 점심을 먹고 나선 볕을 쬐어야 하니, 그때 덥더라도 산책을 해야 한다고 알려주기도 했다. 나도 이 말에 적극 동의한다. 이와 비슷한 생각으로 2009년에 임용의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국토종단을 할 수 있었던 거고, 그게 지금까지 나를 버티게 하는 자양분이자 단재학교에서 여러 여행을 할 수 있는 밑천이 되었다고 인정하니 말이다.

이런 제안에 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이미 몸은 달아올라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듯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내가 스스로 여행을 다니며 공부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이런 제안에 고민할 필요도 없이 도장을 쾅쾅 찍으면 된다.

교수님의 제안으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그리고 전주로 내려와서 두 번째 여행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무척이나 감사하고, 엄청 기대된다. 과연 우리는 어디로 가게 될까? 그곳에선 어떤 재밌는 이야기들이 담기게 될까?

 

 

▲  와웅 굿! 우리 정말로 갑니다요~  

 

 

인용

목차

사진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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