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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소사와 관음봉에 가다 - 5. 내소사 관음봉에 오르다 본문

연재/산에 오르다

내소사와 관음봉에 가다 - 5. 내소사 관음봉에 오르다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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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내소사 관음봉에 오르다

 

 

이제 내소사도 둘러봤고 내소사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도 들었으니, 본격적으로 등산을 할 차례다. 그런데 나도 등산을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왔지만 아이들도 몰랐던지, 등산할 차림을 갖추지 않고 왔더라.

 

 

  한 걸음, 한 걸음씩 열심히 올라가는 아이들. 대단하다. 

 

 

 

초반엔 무척 힘들었지만, 그 힘듦에 비례하여 뿌듯함도 컸다

 

물론 이 말은 지금의 기성세대들처럼 등산화를 갖추고 값비싼, 그러면서도 천편일률적인 등산복을 갖추어 입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나처럼 그냥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등산복을 풀세트로 갖추거나, 낮은 산임에도 히말라야라도 탈 것 같은 배낭을 짊어지고 오르는 것이 좋아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신발은 신축성이 있으면 되고, 옷차림은 올라갈 때나 내려올 때 거치적거리지 않으면 그뿐이다. 산을 목숨 걸고 타는 것도 아니고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타는 것도 아니며, 그저 자기 속도대로 느림과 빠름에 상관없이 이 순간을 즐기며 갈 수 있으면 되니 말이다.

그런데 성재는 얇은 신발에 크로스백을 메고 왔기 때문에 한쪽 어깨가 무지 아플 것은 당연했고, 용주는 살이 거의 없는 몸에 약간 큰 배낭을 메고 가야 하니 힘들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초반에 오르는 길은 경사가 꽤 있는 길이라 몸도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올라야 하는 아이들은 무진장 힘들어하더라. 그래도 대단하다고 느껴졌던 것은 누구 하나 힘들어서 못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하거나 투덜거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 말을 왜 뱉고 싶지 않았겠냐 만은, 그저 꿋꿋이 올라갔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다 하고 말리라는 의연함이 보였다.

어느 정도 올라가니 서해가 한눈에 보이고 내소사도 한 눈에 들어온다. 그래도 중간 중간 널찍한 바위가 있어 쉬기에는 정말 좋았고 바로 그곳에 앉으면 서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을 수가 있어서 좋았다.

 

 

올라가다가 한번씩 이렇게 바위에 걸터앉아 쉬었다. 이럴 때 맞는 바람이 정말 시원하다.  

 

 

 

계획도 없이 불안도 없이 그냥 해보라

 

그래서 교수님도 오르면 힘들 줄 뻔히 알지만, 그래도 이렇게 오르는 이유가 아마도 바로 여기에 올라야만 이렇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인 거 같아.”라고 말씀해주신다.

그러면서 재밌는 일화를 소개해준다. 대학교는 서울에서 다니고 있었지만, 어느 때인가는 친구와 무작정 이곳에 와서 하룻밤을 묵으며 진탕 술을 마셨다고 한다. 그러고 나선 그 다음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 산을 탔다는 것이다. 교수님이 그 말을 할 때, 아무 것도 거리낄 것 없이 자유분방하게 여행을 떠나고 산도 탔던 한때의 추억이, 가슴 뭉클한 그때가 그리운 듯이 보였다.

그러고 보면 정말 그렇게 막무가내로, 또는 그냥 기분이 동하여 아무 계획도 없이 하고 볼 때가 있다. 물론 그때는 그게 훗날 어떤 추억으로 남게 될지, 그리고 어떤 감상을 자아낼지 전혀 모른다. 하지만 지나고 나면 그때~ 참 좋았었지!’하는 감상을 자아내고, 문득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그리움으로 남는다.

나에게도 2011115일에 선배와 함께 탔던 내장산이 정말 그랬다. 그땐 폭설이 내려 산엔 온통 눈밭이 펼쳐졌고 발목까지 빠질 정도였고, 산에서 불어오는 겨울의 매서운 칼바람은 에스키모처럼 두꺼운 외투를 입었음에도 옷깃을 파고들었다. 정말 맨 정신으론 할 수 없는 극한의 등산이었는데, 막상 산을 타고 있으니 그렇게까지 못할 정도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고, 눈길을 헤쳐 나아가는 맛도 있었으며, 아무도 없는 산을 이렇게 헤매는 재미도 있었다. 신선봉까지는 오르지 않고 내려와 내장사 문 곁에서 점심으로 컵라면과 김밥을 먹었는데 그렇게 꿀맛일 수가 없더라.

 

 

이런 눈길을 헤치며 나갔다. 정말 살아있다는 느낌이 팍팍 들 정도로 겨울 산행 확실히 매력이 있더라.  

 

 

 

등산하길 정말 잘했다

 

1146분에 오르기 시작했는데 1시가 넘었을 땐 이미 정점을 찍었고 내리막길이 계속 되고 있다. 점심시간도 훌쩍 지났기에 전망이 좋은 바위의 그늘진 곳에 앉아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아이들은 모두 터미널 앞에 있는 김밥집에서 김밥을 샀기에 모두 같은 맛 김밥을 먹고 있는 셈이었다. 단재학교 영화팀 아이들과 등산할 때마다 컵라면을 싸가곤 했었는데 오늘도 싸갈까 고민하다가 그냥 과일만 챙겨왔다.

내가 과일을 먹고 있으니, 아이들은 선배님 저희 김밥 많아요. 이것도 함께 드세요~”라며 챙겨주더라. 재밌지, 내가 챙겨줘도 시원찮을 판에 챙김을 받고 있으니. 그래도 이런 훈훈한 마음들이 좋다.

밥을 먹고 조금 내려가니 계곡이 보이더라. 물이 많이 줄어 아쉽긴 했지만, 그 물은 엄청 차가웠다. 그래서 발을 담그고 계속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곳에서 교수님은 자리를 펴자고 하더라. 이때를 대비해서 터미널 앞에서 우리는 소주와 약간의 주전부리를 사가지고 온 것이니, 이제 맘껏 즐기기만 하면 된다. 등산을 하며 이런 식으로 술을 마셔본 적은 없었는데, 이렇게 하는 것도 나름 운치가 있더라. 약간 취기가 돌 정도의 술과 간단히 입가심할 수 있을 정도의 먹을거리는 등산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내가 싸온 과일과 아이들이 사온 김밥. 그래도 맛있었다. 그곳에서 조금 더 내려가 분위기 좋은 계곡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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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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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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