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연광정에 올라 조정만의 시에 차운하며
야등연광정 차조정이운(夜登練光亭 次趙定而韻)
김창흡(金昌翕)
雪岳幽棲客 關河又薄遊
설악유서객 관하우박유
隨身有淸月 卜夜在高樓
수신유청월 복야재고루
劍舞魚龍靜 杯行星漢流
검무어룡정 배행성한류
雞鳴相顧起 留興木蘭舟
계명상고기 류흥목란주 『三淵集』 卷之八
해석
雪岳幽棲客 關河又薄遊 | 설산 그윽한 곳에 깃들어 사는 나그네, 관하에서 또한 정처 없이 떠도네. |
隨身有淸月 卜夜在高樓 | 몸을 따르는 것은 맑은 달이요, 밤을 선택한 곳은 높은 누각 때문이다. |
劍舞魚龍靜 杯行星漢流 | 칼춤에 물고기 고요하고, 잔 돌자 은하수 흐른다. |
雞鳴相顧起 留興木蘭舟 | 닭울음에 서로 돌아보고 일어나 목란 배에 흥 머물러 뒀지. 『三淵集』 卷之八 |
해설
이 시는 밤에 연광정에 올라 조정이의 시에 차운한 것으로, 역대 연광정에서 지은 시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설악산에 거처를 정해 살고 있는 나그네가 대동강 연광정에까지 발길이 닿았다. 부귀(富貴) 대신 맑은 달빛을 몸에 지니고 있기에 일부러 밤을 택하여 높은 누각에 오른다. 기생들이 추는 검무(劍舞)에 물고기도 조용하고, 흥에 겨워 술잔을 돌리니, 어느덧 새벽이 되어 은하수가 기운다. 새벽에 닭 울음소리를 듣고 다시 길을 나서지만, 흥취만은 배에 남겨둔다.
정조(正祖)는 『홍재전서(弘齋全書)』 「일득록(日得錄)」에서 우리나라의 문장가에 대한 논의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일찍이 신 등에게 하교하기를, ‘당(唐)ㆍ송(宋)에 팔가(八家)니 십가(十家)니 하는 명목이 있고, 명(明)나라에도 십가(十家)니 십삼가(十三家)니 하는 선발이 있다. 만약 우리나라의 문장가 중에서 그 선발에 들 만한 사람을 뽑는다면 누구를 가장 먼저 꼽겠는가?’ 하므로, 신들이 대답하기를, ‘괴애(乖崖)ㆍ점필재(佔畢齋)의 호준(豪俊)함과 기위(奇偉)함, 간이(簡易)ㆍ계곡(谿谷)의 고아(古雅)함과 풍부함, 농암(農巖)ㆍ삼연(三淵) 형제의 점잖음과 노련함이 모두 선발에 들 만합니다.’ 하였다. 하교하기를, ‘훌륭한 문장가가 되기도 어렵지만 좋은 문장을 뽑는 것도 어렵다. 호곡(壺谷) 남용익(南龍翼)이 『기아(箕雅)』를 편찬한 당시에도 시끄럽게 많이들 다투었다고 한다. 남겨 두고 빼고 쓰고 삭제하는 것도 또한 우열(優劣)과 장단(長短)을 따지는 일에 관계되니, 내가 일찍이 정무를 보는 틈틈이 여기에 마음을 두었으면서도 오래도록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하였다[嘗下敎于臣等曰 唐宋有八家十家之目 明亦有十家十三家之選 若欲以東人文字 選入家數 則誰當居先 臣等對曰 乖崖ㆍ佔畢之豪俊奇偉 𥳑易ㆍ谿谷之古雅贍博 農淵兄弟之典重蒼茂 俱可入選 敎曰 作家難 選家亦難 南壺谷箕雅 當時亦多有爭閙云 槩存拔筆削之際 亦係是軒輊長短 予嘗於萬幾之餘 留意於此 而久猶未果者以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256~257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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