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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시를 읽다 - 20.3 길을 나서는 시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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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시를 읽다 - 20.3 길을 나서는 시인

건방진방랑자 2022. 10. 2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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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김창흡(金昌翕)갈역잡영(葛驛雜詠)

尋常飯後出荊扉

늘 그러하듯 밥 먹고 사립문 나서니

輒有相隨粉蝶飛

그때마다 호랑나비 나를 따라 나선다.

穿過麻田迤麥壟

삼밭 뚫고 지나니 굽이진 보리밭 언덕

草花芒刺易牽衣

풀과 꽃의 가시가 쉬이 옷을 당기네.

 

1) 영시암에 머물러 산 것은 환갑이 가까운 1711년 무렵이었고 설악산과 금강산 유람을 즐기던 김창흡은 64세 때 다시 함경도로 여행을 나섦. 이때의 삼라만상을 392수의 엄청난 규모의 연작시로 담은 것이 위의 시임.

2) 연작시의 첫 번째 작품임. 산길을 걷노라면 범나비가 자신을 따라 흥을 돋운다. 삼밭이든 보리밭이든 발길 닿는 대로 가노라니, 여기저기 풀에 돋은 가시가 옷에 자꾸 걸린다. 들길을 걸을 때 겪는 일을 너무나도 심상하게 그려냄.

 

 

4. 김창흡(金昌翕)갈역잡영(葛驛雜詠)

風鞭電屐略靑丘

바람 채찍에 우레 신발로 조선 곳곳 돌아다녀,

北走南翔鵬路周

북쪽으로 달리고 남쪽으로 날아 붕새처럼 돌아다녔지.

收得衰軀歸掩戶

쇠한 몸을 거두어 돌아와 문 걸어 닫으니.

不知何物在心頭

알지 못하겠네, 어느 물건이 내 맘 속에 있는지.

 

1)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의 봉황새 비유처럼 자신은 바람을 채찍 삼고 우레를 신발 삼아 조선 팔도를 두루 돌아다녔노라 자부함.

 

 

5. 김창흡(金昌翕)야등연광정 차조정이운(夜登練光亭 次趙定而韻)

雪岳幽棲客 關河又薄遊

설악 그윽한 곳에 깃들어 사는 나그네, 관하에서 또한 정처 없이 떠도네.

隨身有淸月 卜夜在高樓

몸을 따르는 것은 맑은 달이요, 밤을 선택한 곳은 높은 누각 때문이다.

劍舞魚龍靜 杯行星漢流

칼춤에 물고기 고요하고, 잔 돌자 은하수 흐른다.

雞鳴相顧起 留興木蘭舟

닭울음에 서로 돌아보고 일어나 목란 배에 흥 머물러 뒀지.

 

1) 제일강산으로 일컬어지는 대동강의 연관정에 올라서 벗 조정만(趙正萬)의 시에 차운하여 지은 작품. 역대 연관정에서 지은 작품 중 가장 빼어난 것 중 하나로 평가됨.

2) ‘박유(薄遊)’마음이 내키는 대로 여행을 즐기는 것을 이른다. 아름다운 설악산에 거처를 정해놓았지만 그로도 만족하지 못하여 조선 팔도를 두루 유람하다가 발길 닿는 대로 대동강에 이른 것.

3) 부귀영화 대신 맑은 달빛을 지니고 다니기에 굳이 밤을 택하여 높은 누각에 오름. 기생들의 검무를 즐기노라니 그 황홀함에 물고기조차 숨을 죽이고, 흥겨운 마음에 술잔을 돌리다 보니 새벽이 되어 은하수가 기운다.

4) 닭 울음소리를 듣고 다시 길을 나서지만 그 흥취는 배에 매어둔다고 함.

5) 신정하(申靖夏)잡기(雜記)에서 1연은 범상하고 2연에는 선풍(仙風)이 있고 3연은 호탕하고 4연에는 귀기(鬼氣)가 있어 한 편의 작품 중에 네 가지 품격이 있다고 칭찬한 작품이다.

 

 

6. 김창흡(金昌翕)의 여행론

1) 여행은 김창흡(金昌翕)에게 병과 슬픔을 낫게 하는 약이었다.

2) 김창흡(金昌翕)은 두 달 동안 산천을 유람하고 돌아와 이징하(李徵夏)라는 사람에게 보낸 편지에서 벼랑과 산마루를 두루 다 찾아 구름과 달을 좇아다닐 때면 절로 마음에 맞아 슬픔과 고통이 몸에 있는지 알지 못하게 되었다고 생각했으니, 산천은 나에게 정말 좋은 벗이요. 뛰어난 의사라 하겠소.”라 하였다.

 

 

 

 

 

 

인용

목차

길을 나서는 시인1

길을 나서는 시인2

길을 나서는 시인3

길을 나서는 시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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