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에서 구용의 옛 집을 지나며
성산과구용고택(城山過具容故宅)
권필(權韠)
城山南畔是君家 小巷依依一逕斜
浮世十年人事變 春來空發滿山花
春陰漠漠向黃昏 空巷無人雀自喧
獨有山陽舊儔侶 不聞隣笛也消魂 『石洲集』 卷之七
해석
城山南畔是君家 성산남반시군가 | 성남의 남쪽 언덕, 이곳이 그대 집이지. |
小巷依依一逕斜 소항의의일경사 | 작은 마을 어렴풋하게 하나의 길이 갈라지네. |
浮世十年人事變 부세십년인사변 | 뜬 삶 10년에 사람의 일은 변했지만, |
春來空發滿山花 춘래공발만산화 | 봄이 와 부질없이 산의 꽃만 만발했네. |
春陰漠漠向黃昏 춘음막막향황혼 | 봄 그늘 어둑어둑 석양을 향하니, |
空巷無人雀自喧 공항무인작자훤 | 빈 거리엔 사람 없어 까치만 절로 우짖네. |
獨有山陽舊儔侶 독유산양구주려 | 홀로 산양의 옛 벗【산양구주려(山陽舊儔侶): 권필 자신을 가리킨다. 진(晉)의 상수(向秀)가 혜강(嵇康), 여안(呂安)과 산양이란 곳에서 함께 살며 서로 가까이 지냈는데 두 벗이 죽은 뒤 산양의 옛터를 지나다가 이웃 사람이 부는 처량한 피리 소리를 듣고는 옛날 함께 놀던 것을 생각하여 죽은 두 벗을 위하여 「린적부(隣笛賦)」를 지었다는 고사를 사용하였다. 『진서(晉書)』 卷49 「상수열전(向秀列傳)」】이 있어 |
不聞隣笛也消魂 불문린적야소혼 | 이웃집 젓대소리 듣지 않아도 혼을 시름겹게 하는구나.『石洲集』 卷之七 |
해설
이 시는 친구인 구용이 죽은 후 성산에 있는 구용의 옛집을 지나면서 지은 시로, 진실한 우정을 노래하고 있다.
마포에 살던 권필이 성산(城山)에 살고 있던 구용(具容)의 집을 지나는 데, 조그만 마을에 희미하게 뻗은 길 하나가 있는 곳에 구용의 집이 있다. 덧 없는 10년의 세월이 흐르자 구용은 고인(故人)이 되어 인간사가 변했는데, 그 집에는 봄이 와서 꽃이 만발했다. “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 -劉廷之 「代悲白頭翁」”이라 했던가? 꽃은 지난해 봄에 핀 꽃이 그대로 피었지만, 이미 가 버린 고인(故人)은 다시 볼 수 없기에 비애(悲哀)를 느낀다.
정조(正祖)는 『홍재전서(弘齋全書)』 「일득록(日得錄)」에서 권필의 시가 성당풍(盛唐風)이 있었음을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우리나라 시인 석주(石洲) 권필(權韠)은 성당(盛唐) 때의 격조와 운치를 터득할 수 있었는데, 문집의 판본이 닳아 못쓰게 되었기 때문에 호영(湖營)으로 하여금 중간(重刊)하도록 하였다. 『삼연집(三淵集)』의 경우에도 판본이 없어서는 안 되는데, 근래에 그 자손들 중에 현달한 자가 많으니 앞으로 혹 간행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我朝詩家 權石洲能得盛唐調響 而板本刓缺 故令湖營重刊 如三淵集 亦不可無板本 其子孫近多顯達者 將來或可就否].”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172~173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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