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보다
떨어졌다. 세 번째 낙방이다. 내신점수를 포함해서 99.5점을 맞았어야 했다. 즉 79.5점(가산점 3점 포함)을 맞아야 한다는 얘기다. 두 문제 차이로 떨어진 격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접근이다. 그런데 이 점수여도 전북에선 73+8(지역가산점과 복수전공 가산점 포함)으로 확실히 합격권이었고 전남에선 간신히 커트라인으로 합격할 수 있었다.
자위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결과론적으로 비교해서 뭐 할 텐가 모두 부질없는 이야기일 뿐인 걸. 어디까지나 가고 싶었기에 경기도로 갔고 내 모든 걸 다 해서 이루어낸 성적이니까. 그런데도 어쨌든 현실에선 암울하게 떨어졌으며 이건 두 말할 필요가 없는 진실인 것을.
고로 확실히 실패했다. 이것 하나만은 고이 받아들여야만 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그 실패가 내 생애에 있어 완전한 실패도 아니고 단순히 어느 한 부분의 실패일 뿐이다. 그렇지만 맘이 예상 외로 차분하다. 경기도 커트라인만 봤을 때 떨어지는 건 너무도 당연하고 명백한 사실이었다. 3.5점 차는 말이 좋아 전공 두 문제지, 쉽게 생각할 만한 점수는 아니다. 그러면서 단순히 타도시 커트라인과 비교하는 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짓이고 자위하기 위한 짓이다. 이미 스스로도 인정했듯이 이건 누구와의 싸움이 아닌 내가 만들어가는 길에 대한 이야기니까.
씁쓸한 안도
그럼에도 희망을 봤다. 첫 임용시험에선 10점 차로 떨어졌다. 그때에도 희망을 운운했지만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합격에 근접했던 점수이니 말이다. 그리고 시험을 보는 내내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지금의 성적을 거두어냈으니 지치지 말고 달려야 한다. 형태 형 말마따나 다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맘이 좀 쓰라리긴 하다. 같은 점수대였는데 누군 합격하고 누군 불합격했다고 생각하니, 그 비교 때문에 맘은 쓰린 것이다. 역시 가장 가까운 사람이 당당히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니 부러우면서도 질투가 어린다. 딱 거기까지 하련다. 오늘은 실컷 아파하고 또 스스로 위로하고 격려하고 해야지.
맘껏 변화를 맛들이라
이건 또 하나의 클리나멘, 어디로 어떻게 흐를지 모르는 내 생애에 또 다른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이 변화에 몸을 맡기려 한다. 변화가 두려운 이유는 일상을 바꾸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가 두렵지 않다. 그 미묘한 흐름에 몸을 맡기고 지금껏 변해왔듯이 앞으로도 변해갈 것이다. 과연 2009년엔 어떤 변화들이 찾아올까? 그리고 어느 변곡점들을 지나 꿈을 이루어가게 될까? 지금의 이 페이스만 잃지 않는다면 내년엔 꼭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
바로 이 자세다. 넘어진 자리, 그 자리에서만 일어설 수 있으며 앞을 향해 나갈 수 있다. 학문을 좋아하고 好學을 좋아했듯 더 짜임새 있고 멋진 내가 되기 위해 내년을 알차게 보내보자.
지금 밖에선 눈이 내린다. 이건 또 하나의 시련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또 하나의 기회이다. 날개를 펴려는 그대여 맘껏 날갯짓 해보라.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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