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제목과 조회수
아무래도 꾸준히 글을 써서 여러 플랫폼에 올리고 있는 사람이라면, 정성스럽게 쓴 글을 많이 사람이 보길 바라는 마음은 같을 것이다. 일기장에 쓰는 글이야 어차피 자신만 보려고 쓰는 것이기에 쓰고 나면 그만이지만, 블로그나 공개적으로 쓰는 글은 ‘조회수=글의 완성도’로 생각하게 되니 말이다.
▲ 일기는 내가 보기 위해 쓰지만, 인터넷의 글은 남을 보여주기 위해 쓴다. 그 차이가 조회수에 집착하게 만든다.
조회수와 글의 완성도는 연관이 있다?
그래서 글을 올리고 나서 조회수가 올라가면 함박웃음이 지어졌다가, 아무런 반응이 없거나 또는 전날보다 조회수가 내려가면 우울모드로 전환되는 ‘조증/우울증’의 급격한 심경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거기엔 어디까지나 조회수가 관여해 있고, 조회수를 단순한 숫자로 보는 게 아닌, 글의 완성도와 연결하여 보는 관점이 들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회수가 높으면 ‘그래 역시 열심히 쓴 만큼 남들에게도 좋은 글을 쓴 거야’라고 스스로 만족해하며 또 다른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샘솟지만, 조회수가 낮으면 ‘내가 쓰는 글이 너무 대중적이지 못한 건가?’, ‘너무 내용을 비비꼬아 어렵게 쓰나?’라고 스스로 온갖 생각을 덧붙이며 글쓰기가 힘들어지곤 한다. 두 반응은 어찌 보면 달라 보이지만, 실상은 조회수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조회수가 글의 완성도를 나타내주는 지표일까? 이미 예전에 썼던 글에서 ‘조회수는 허상이다’라는 것을 밝혔기에 여기서 그 얘길 다시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을 쓰는 이상 조회수를 전혀 신경 쓰지 않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글을 써 나가면서 결국 내 자신이 충만해지지 못하면, 그래서 더욱 더 남을 의식하는 글을 쓰면 쓸수록, 어쩔 수 없이 조회수라는 덫에 걸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건 모든 글을 쓰는 사람들이 극복해야 할 일임엔 틀림없다.
▲ 같은 글이 어느 순간,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사건은 나에게 충격이었다.
글의 제목을 고치게 된 사연
글의 내용과 함께 제목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이미 전부터 알고 있었다. 물론 블로그만 할 때는 그다지 제목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모임을 다녀왔으면 ‘모임후기’라 쓰고, 강연회를 다녀왔으면 ‘강연후기’라고 쓰면 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브런치를 하면서는 제목에 좀 더 신경 쓰게 되었다. 아무래도 ‘제목’과 ‘소제목’으로 나눠 쓸 수 있도록 되어 있기에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예전엔 제목을 붙일 때 사실 전달만을 중시하여 ‘2. 전주여행설명서-맛’이고 붙였던 것이다. 제목만 봐도 무슨 내용이 쓰여 있을지 알 수 있는 제목이지만, 감정을 건드리진 않기에 논설문처럼 ‘읽고 싶다’는 생각이 그다지 들지는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제목을 붙인 이유는 이 글 자체가 감성적으로 접근한 글이라기보다 그저 사실을 전달하기 위한 글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목을 바꾸려 했던 이유는 연재하는 형식의 글을 쓸 경우 앞에 숫자를 붙여 ‘연재글’임을 나타내곤 했는데, 그 숫자 자체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면적으로 숫자를 떼어내는 작업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숫자를 떼고 보니, 그제야 제목이 매력이 하나도 없다는 느낌이 들더라. 그래서 부랴부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고, 감성을 담아 ‘전주의 맛을 먹다’라고 고친 것이다.
▲ '겨울방학에 새로운 숙제를 받다~흔들리되 방향이 있는 사람으로'는 연재글이어서 예전엔 숫자를 붙였었다.
제목이 바뀌면 읽고 싶은 글이 되기도 한다
단지 제목만 바꿨을 뿐인데, 글의 내용은 어제도 오늘도 똑같았을 뿐인데, 그 하나의 변화로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글을 업로드한 이후 조회수가 0이나 1회를 기록하는 날이 많았는데, 유독 어제 하루는 2천회가 넘은 것이다. 그만큼 찾기 쉬워졌다는 것일 수도 있고, 제목이 읽고 싶게 만드는 맛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어떤 루트를 통해 사람들이 이 글을 읽게 되었는지를 모르기에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제목에 따라 조회수에도 차이가 난다는 것쯤은 충분히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
여기서 얻은 결론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제목도 글의 내용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글을 쓰면서 ‘글의 내용을 잘 대변하면서, 읽고 싶게 만드는 제목이 뭐지?’라는 고민을 충분히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럴 때 누구나 ‘난 전문작가도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테지만, 그럼에도 남에게 많이 읽히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인 이상 제목에 대한 고민은 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역시나 조회수는 환상이라는 사실이다. 같은 글임에도 제목만 바뀌었다는 이유로 조회수가 높아졌다면, 그 때의 조회수는 분명한 현실이긴 하지만 ‘글의 완성도’와는 무관하다는 사실이다. 이걸 역이용하면 제목만 그럴 듯하게 꾸며 조회수를 올리는 글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난 글의 완성도보다 조회수만 높으면 돼’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 제목을 바꿨더니,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
글의 내용과 제목이 모두 완성도 있길 바라며
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의 대부분은 자신의 역량이 잘 드러난 글을 써서 그 글이 인정받는 걸 좋아하지, 그런 것도 없이 그저 인기만 끄는 글을 좋아하진 않을 것이다(물론 인기를 위해 쓰는 사람도 없다는 뜻은 아니다). 나의 경우 글이 어느 정도 완성도도 있고, 읽고 나면 ‘몰랐던 내용을 알게 됐다’는 뿌듯함이 드는 글을 쓰고 싶다. 심혈을 기울여 글을 썼는데, 그 글이 조회수까지 높다면 그때의 기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어쨌든 이번 경험을 통해 ‘제목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론 글의 내용 못지않게 좀 더 제목에 신경 쓰며 글을 써볼 생각이다. 물론 내가 생각하여 ‘매력적인 제목을 붙였다’ 할지라도, 그게 꼭 사람들에게 어필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이런 식으로 나의 글쓰기도 한 단계씩 발전해 나가고 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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