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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전후의 안쓰러운 내면풍경
함께 떠오르는 현대시 한 수. 김윤성金潤成 시인의 작품으로 제목은 「추억에서」이다. 『한국전후대표시집韓國戰後代表詩集』에 실려 있다.
낮잠에서 깨어 보니
방안엔 어느새 전등불이
켜져 있고,
아무도 보이지 않는데
어딘지 먼 곳에서 단란한
웃음소리 들려온다.
눈을 비비고
소리나는 쪽을 찾아보니
집안 식구들은 저만치서
식탁을 둘러앉아 있는데
그것은 마치도 이승과 저승의
거리만치나 멀다.
아무리 소리질러도
누구 한 사람 돌아다 보지 않는다.
그들과 나 사이에는 무슨 벽이 가로 놓여 있는가
안타까이 어머니를 부르나
내 목소리는 산울림처럼
헛되이 되돌아올 뿐.
갑자기 두려움과 설움에 젖어
뿌연 전등불만 지켜보다
어머니 어머니
비로소 인생의 설움을 안
울음이 눈물과 더불어 한없이 쏟아진다.
아마도 가위 눌린 꿈 한자락을 노래한 것임 직하다. 그러나 세상을 살다가 문득 부딪치는 벽, 두려움과 설움들. 단란한 웃음소리는 언제나 어딘지도 모를 먼 곳에서만 들려오고, 뿌연 전등불 아래서 누구 한사람 돌아다보지 않는 희미한 시계視界, 정작 나는 어디 있는가 하는 존재 증명을 위해 내쏟는 한없는 눈물과 울음들은 또 그것대로 전후戰後의 안스러운 내면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송욱처럼 심각한 자기 실종으로까지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 파블로 피카소 <한국에서의 학살>
인용
3. 송욱처럼 완전히 미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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