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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생각의 집, 나를 어디서 찾을까? - 1. 송욱이 송욱을 찾아다니다 본문

책/한문(漢文)

생각의 집, 나를 어디서 찾을까? - 1. 송욱이 송욱을 찾아다니다

건방진방랑자 2020. 4. 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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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송욱이 송욱을 찾아다니다

 

 

송욱宋旭이 취해 자다가 아침에야 술이 깼다. 드러누워 듣자니 솔개가 울고 까치가 우짖으며 수레 끄는 소리와 말발굽 소리가 떠들썩하였다. 울타리 아래서는 방아 찧는 소리, 부엌에서는 설거지 하는 소리. 늙은이가 소리치고 아이가 웃는 소리, 계집종이 잔소리하자 사내종이 헛기침 하는 소리, 무릇 문밖에서 벌어지는 일은 하나도 모를 것이 없는데, 유독 제 소리만은 없는 것이었다.

宋旭醉宿, 朝日乃醒. 臥而聽之, 鳶嘶鵲吠, 車馬喧囂. 杵鳴籬下, 滌器廚中. 老幼叫笑, 婢僕叱咳. 凡戶外之事, 莫不辨之, 獨無其聲.

 

이에 그만 멍해져서 말하였다. “집안사람들은 모두 있는데, 나만 어째 혼자 없는 걸까?” 눈을 둘러 살펴보니, 저고리는 옷걸이에, 바지는 횃대에 있고, 갓은 벽에 걸려 있고, 허리띠는 횃대 끝에 매달려 있었다. 책상 위엔 책이 얹혀 있고, 거문고는 가로 놓이고, 비파는 세워져 있었다. 거미줄은 들보에 얽혀 있고, 파리는 창문에 붙어 있었다. 무릇 방안의 물건도 모두 그대로 있지 않은 것이 없는데 유독 자기만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乃語矇矓曰: “家人俱在, 我何獨無?” 周目而視, 上衣在楎, 下衣在椸, 笠掛其壁, 帶懸椸頭. 書帙在案, 琴橫瑟立, 蛛絲縈樑, 蒼蠅附牖. 凡室中之物, 莫不俱在, 獨不自見.

 

급히 몸을 일으켜 일어나서 그 자던 곳을 살펴보니, 베개를 남쪽으로 놓고 자리를 폈는데 이불은 그 속이 들여다보였다. 이에 송욱이가 발광이 나서 벌거벗은 몸으로 나갔구나 하며 몹시 슬퍼하고 불쌍히 여겨, 나무라고 또 비웃다가 마침내 그 의관을 끌어안고, 가서 옷을 입혀주려고 길에서 두루 찾아다녔지만 송욱은 보이지 않았다.

急起而立, 視其寢處, 南枕而席, 衾見其裡. 於是謂旭發狂, 裸體而去, 甚悲憐之, 且罵且笑, 遂抱其衣冠, 欲往衣之, 遍求諸道, 不見宋旭.

어느 날 아침 술에서 깨고 보니 세상은 그대로인데 내가 나를 찾을 수가 없다. 나는 어디 있는가? 모든 것을 그대로 남겨두고 벌거벗은 채 어디로 사라졌는가? 여기서 우리는 자못 심각한 자아분열의 현장을 목도하게 된다. 창밖의 세계, 방안의 세계는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다만 그 속에 있어야 할 나만이 실종된 것이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침대 속에 한 마리의 커다란 해충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어찌된 일일까?’ 그는 생각했다. 결코 꿈은 아니었다. 약간 좁긴 해도 제대로 된 사람 사는 방이라 할 수 있는 그의 방은 낯익은 네 개의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그레고르는 창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흐린 날씨가 창턱 함석 위로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를 온통 우울하게 만들었다. ‘좀 더 잠을 청해 이런 어리석은 일을 잊도록 하자.’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전혀 그럴 수가 없었다.

-변신, 카프카 지음/이주동 옮김, 솔출판사 간, 109

 

 

흡사 위 카프카의 변신첫 대목을 연상시키는 이 글은 자기 정체성을 상실해 버린 한 인간이 절망적 현실 앞에서 급기야 미쳐버린 이야기이다. 그래서 실종된 자아를 찾아나서는 이야기이다.

흥미로운 것은 정작 나는 사라졌는데, 나 자신을 객체화하여 바라보는 의식만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무력한 현실의 벽 앞에 비대해진 자의식의 과잉으로 읽힌다. 송욱이가 드디어 발광이 났구나. ! 이 불쌍한 인간! 그것이 벌거벗은 채 나돌아 다닐 생각을 하니 애처롭고 민망하여 의관을 품에 안고 온 길거리를 찾아 다녔다. 헌데 찾아다닌 그 사람은 누구인가? 송욱인가 아닌가? 점장이에게 가서 점을 친다. 송욱은 어디 있는가? 그렇다면 점치는 그 사람은 누구인가?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1. 송욱이 송욱을 찾아다니다

2. 자신의 과거시험지를 자신이 채점하다

3. 송욱처럼 완전히 미치길

4. 전후의 안쓰러운 내면풍경

5. 아홉은 죽어나가는 과거시험

6. 연암이 과거시험을 절망스럽게 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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