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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제2의 나를 찾아서 - 8. 한 명의 나를 알아주는 지기를 만난다면 본문

책/한문(漢文)

제2의 나를 찾아서 - 8. 한 명의 나를 알아주는 지기를 만난다면

건방진방랑자 2020. 4. 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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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한 명의 나를 알아주는 지기를 만난다면

 

 

앞서 세상을 떴다던 이덕무는 일찍이 한 사람의 지기, 단 한 사람의 2의 나를 그려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글을 남겼다.

 

 

만약 한 사람의 지기를 얻게 된다면 나는 마땅히 10년간 뽕나무를 심고, 1년간 누에를 쳐서 손수 오색실로 물을 들이리라. 열흘에 한 빛깔을 이룬다면, 50일 만에 다섯 가지 빛깔을 이루게 될 것이다. 이를 따뜻한 봄볕에 쬐어 말린 뒤, 여린 아내를 시켜 백번 단련한 금침을 가지고서 내 친구의 얼굴을 수놓게 하여 귀한 비단으로 장식하고 고옥古玉으로 축을 만들어 아마득히 높은 산과 양양히 흘러가는 강물, 그 사이에다 이를 펼쳐 놓고 서로 마주보며 말없이 있다가, 날이 뉘엿해지면 품에 안고서 돌아오리라.

若得一知己, 我當十年種桑, 一年飼蠶, 手染五絲, 十日成一色, 五十日成五色. 曬之以陽春之煦, 使弱妻, 持百鍊金針, 繡我知己面, 裝以異錦, 軸以古玉, 高山峨峨, 流水洋洋, 張于其間, 相對無言, 薄暮懷而歸也.

뽕나무를 10년 길러 제법 무성해지면, 그제야 누에를 먹이겠다. 누에가 실을 뱉으면 오색으로 곱게 물을 들여야지. 열흘에 한 가지씩 50일 만에 물을 들여 봄볕에 쬐어 말려야지. 오색실이 뽀송뽀송하게 마르거든 아내에게 부탁하여 내 친구의 얼굴을 그 실로 수놓게 하겠다. 그것도 한 반년은 걸리겠지. 그런 뒤에 귀한 비단으로 배접하고 표구해서 고옥古玉으로는 괘를 달아야지. 그것을 들고서, 저 백아가 종자기를 앞에 앉혀두고 연주하던 드높은 산과 양양히 흐르는 강물로 나아가 이것을 걸어놓고 마주보며 말없이 앉아 있겠다. 날이 다 저물도록 그렇게 있다가 오겠다. 단 한 사람의 지기를 얻을 수만 있다면, 그를 위해 나는 기꺼이 이렇게 하겠다. 단 한 사람의 지기를 얻을 수만 있다면.

그네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었어도 결국 만날 수 없었던 그 한 사람의 지기, 단 한 사람의 2의 나, 결국 시대의 어두운 동굴을 헤매며 느꼈던 푸른 고독과 절망의 다른 이름일 뿐일 것이다. 나는 이들 글에서 그네들의 뿌리 깊은 슬픔을 넉넉히 읽을 수 있다. “너는 백아를 보았니?” “나는 백아를 보았다.”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1. 벗을 찾겠다고 하면서 상우천고를 외치다

2. 벗을 찾겠다고 하면서 후대를 기다리다

3. 중국인의 문집을 읽고서 만나고 싶어지다

4. 진정한 벗 찾기의 어려움

5. 친구들아 다들 잘 지내고 있니

6. 지음을 잃고 보니 나는 천하의 궁한 백성이네

7. 백아가 종자기를 잃고 나서의 심정처럼

7-1. 총평

8. 한 명의 나를 알아주는 지기를 만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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