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한 명의 나를 알아주는 지기를 만난다면
앞서 세상을 떴다던 이덕무는 일찍이 한 사람의 지기, 단 한 사람의 ‘제2의 나’를 그려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글을 남겼다.
만약 한 사람의 지기를 얻게 된다면 나는 마땅히 10년간 뽕나무를 심고, 1년간 누에를 쳐서 손수 오색실로 물을 들이리라. 열흘에 한 빛깔을 이룬다면, 50일 만에 다섯 가지 빛깔을 이루게 될 것이다. 이를 따뜻한 봄볕에 쬐어 말린 뒤, 여린 아내를 시켜 백번 단련한 금침을 가지고서 내 친구의 얼굴을 수놓게 하여 귀한 비단으로 장식하고 고옥古玉으로 축을 만들어 아마득히 높은 산과 양양히 흘러가는 강물, 그 사이에다 이를 펼쳐 놓고 서로 마주보며 말없이 있다가, 날이 뉘엿해지면 품에 안고서 돌아오리라. 若得一知己, 我當十年種桑, 一年飼蠶, 手染五絲, 十日成一色, 五十日成五色. 曬之以陽春之煦, 使弱妻, 持百鍊金針, 繡我知己面, 裝以異錦, 軸以古玉, 高山峨峨, 流水洋洋, 張于其間, 相對無言, 薄暮懷而歸也. |
뽕나무를 10년 길러 제법 무성해지면, 그제야 누에를 먹이겠다. 누에가 실을 뱉으면 오색으로 곱게 물을 들여야지. 열흘에 한 가지씩 50일 만에 물을 들여 봄볕에 쬐어 말려야지. 오색실이 뽀송뽀송하게 마르거든 아내에게 부탁하여 내 친구의 얼굴을 그 실로 수놓게 하겠다. 그것도 한 반년은 걸리겠지. 그런 뒤에 귀한 비단으로 배접하고 표구해서 고옥古玉으로는 괘를 달아야지. 그것을 들고서, 저 백아가 종자기를 앞에 앉혀두고 연주하던 드높은 산과 양양히 흐르는 강물로 나아가 이것을 걸어놓고 마주보며 말없이 앉아 있겠다. 날이 다 저물도록 그렇게 있다가 오겠다. 단 한 사람의 지기를 얻을 수만 있다면, 그를 위해 나는 기꺼이 이렇게 하겠다. 단 한 사람의 지기를 얻을 수만 있다면.
그네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었어도 결국 만날 수 없었던 그 한 사람의 지기, 단 한 사람의 ‘제2의 나’란, 결국 시대의 어두운 동굴을 헤매며 느꼈던 푸른 고독과 절망의 다른 이름일 뿐일 것이다. 나는 이들 글에서 그네들의 뿌리 깊은 슬픔을 넉넉히 읽을 수 있다. “너는 백아를 보았니?” “나는 백아를 보았다.”
▲ 전문
인용
7-1.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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