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중국인의 문집을 읽고서 만나고 싶어지다
아아! 내가 『회성원집繪聲園集』을 읽고는, 나도 모르게 심골心骨이 끓어올라 눈물과 콧물을 줄줄 흘리며 말하였다. “내가 봉규씨封圭氏와 더불어 태어남이 이미 이 세상에 나란하니, 이른바 나이도 서로 같고 도道도 서로 비슷하다는 것이다. 홀로 서로 벗하지 않을 수 있으랴? 진실로 장차 벗 삼으려 할진대, 어찌 서로 만나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땅이 서로 떨어짐이 만리라 한들 그 땅을 멀다 하겠는가?” 그런 것이 아니다. 아아, 슬프다! 이미 서로 봄을 얻을 수 없다면 진실로 벗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봉규씨의 신장이 몇 자나 되고 수염이나 눈썹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 못한다. 알 수 없다면 내가 같은 세상의 사람이라 한들 무슨 소용이리오. 그렇다면 내가 장차 어찌해야만 할까. 내 장차 천고를 벗 삼는 방법을 가지고 그를 벗 삼아야 할까? 嗟乎! 吾讀繪聲園集, 不覺心骨沸熱, 涕泗橫流曰: “吾與封圭氏, 生旣幷斯世矣, 所謂年相若也, 道相似也. 獨不可以相友乎? 固將友矣, 獨不可以相見乎? 地之相距也萬里, 則爲其地之遠歟?” 曰: 非然也. 嗟乎! 嗟乎! 旣不可得以相見乎, 則顧可謂之友乎哉? 吾不知封圭氏之身長幾尺, 鬚眉如何. 不可知則吾其於幷世之人, 何哉? 然則吾將奈何? 吾將以尙友之法, 友之乎? |
나는 중국사람 곽집환郭執桓이 지은 『회성원집繪聲園集』을 읽었다. 그의 글을 읽자 나도 몰래 눈물과 콧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는 나와 같은 세상을 살고 있는 자이다. 나이도 비슷하고 품은 생각도 비슷하다. 아아! 그도 나와 꼭 같은 울분을 품고 있었구나. 내가 지닌 마음을 그도 꼭 같이 지녀 있었구나! 내 마음과 그의 생각 사이에 다른 점이 없는지라, 나는 마치 ‘제2의 나’를 만난 듯이 반가워 나도 몰래 눈물과 콧물을 줄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그를 친구로 삼아야 하리라. 그렇다면 나는 그를 만나보지 않으면 안 되리라.
그러나 나는 결코 그를 만날 수가 없다. 분명 그와 나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건만, 그는 중국의 산서山西에 있고 나는 해동海東의 구석에 살고 있으니 무슨 수로 만나본단 말인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나는 천고를 벗 삼겠단 말을 들었을 때의 답답함보다, 천년 뒤의 양자운을 기다리겠단 그 말을 들었을 때의 발광하고 싶은 마음보다 더 큰 답답함과 터질 듯한 안타까움을 지니지 않을 수가 없다. 글로 만날 때 그는 분명 ‘제 2의 나’처럼 친숙한데, 정작 나는 그의 얼굴을 알지 못하고, 수염은 어떻게 났는지, 태도는 어떠한지를 알 수가 없다. 막막하고 아득하기가 마치 천년 앞뒤의 사람과 다름이 없구나. 나는 그를 벗으로 삼고 싶은데, 어찌하면 좋을까? 나도 결국 옛 사람을 ‘상우천고’하듯 그를 사귀어 볼밖에 다른 수가 없는 걸까? 아아! 답답하구나. 가슴이 터질 것만 같구나.
▲ 전문
인용
7-1.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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