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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 여인(與人) 본문

산문놀이터/편지글

박지원 - 여인(與人)

건방진방랑자 2019. 7. 1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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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을 잃은 슬픔에 대해

여인(與人)

 

박지원(朴趾源)

 

 

친구들아, 잘 지내니

劇暑中, 僉履起居連勝否? 聖欽近作何樣生活否? 懸懸尤不能忘也. 仲存時得相逢飮酒, 伯善靑橋, 聖緯泥洞, 則未知如此長日, 何以消遣否. 在先聞已罷官云, 未知歸後幾番相逢否. 彼旣喪糟糠之妻, 又喪良友之如懋官, 悠悠此世, 踽踽凉凉, 其面目言語, 不見可想. 亦可謂天地間窮民.

 

아내 잃을 슬픔을 친구 잃은 슬픔에 비교하다

嗚呼痛哉! 吾嘗論, 絶絃之悲, 甚於叩盆. 叩盆者, 猶得再娶三娶, 卜姓數四, 無所不可, 如衣裳之綻裂而補綴, 如器什之破缺而更換. 或後妻勝於前配, 或吾雖皤, 而彼則, 宴爾之樂, 無間於新舊.

 

친구 잃은 고통이란

至若絶絃之痛, 我幸而有目焉, 誰與同吾視也; 我幸而有耳焉, 誰與同吾聽也; 我幸而有口焉, 誰與同吾味也; 我幸而有鼻焉, 誰與同吾嗅也; 我幸而有心焉, 將誰與同吾智慧靈覺哉.

 

거문고를 깨부순 백아

鍾子期死矣, 伯牙, 抱此三尺枯梧, 將向何人鼓之, 將使何人聽之哉? 其勢不得不拔佩刀, 一撥五絃. 其聲戛然, 於是乎, 斷之絶之觸之碎之破之踏之, 都納竈口, 一火燒之. 然後乃滿於志也. 吾問於我, : “爾快乎?” : "我快矣." "爾欲哭乎?" : "吾哭矣." 聲滿天地, 若出金石. 有水焉, 迸落襟前, 火齊瑟瑟. 垂淚擧目, 則空山無人, 水流花開. “爾見伯牙?” “吾見之矣.” 燕巖集卷之十

 

 

 

 

 

 

해석

 

친구들아, 잘 지내니

 

劇暑中, 僉履起居連勝否?

무더위 중에 다들 기거함에 연이어 나은가?

 

聖欽近作何樣生活否?

성흠 이희명(李喜明)은 근래에 어떤 모습으로 생활하는가?

 

懸懸尤不能忘也.

마음에 걸려懸懸: 마음에 걸림. 더욱 잊을 수가 없네.

 

仲存時得相逢飮酒,

처남인 중존 이재성(李在誠)과는 때때로 서로 만나 한 잔 기울이겠지.

 

伯善靑橋, 聖緯泥洞,

백선은 청파교(靑坡橋)를 떠났고, 성위 이희경(李喜經)은 운니동(雲泥洞)에 없으니,

 

則未知如此長日, 何以消遣否.

알지 못하겠구려, 이렇게 긴 날 같은 때는 어떤 일로 보내는지消遣=消日: 날을 보냄.?

 

在先聞已罷官云,

재선 박제가는 이미 벼슬을 관뒀다고 하던데,

 

未知歸後幾番相逢否.

돌아온 후로 몇 번 서로 보았는지 알지 못하겠네.

 

彼旣喪糟糠之妻,

제가는 이미 조강지처를 잃었고(1792),

 

又喪良友之如懋官,

또한 이덕무 같은 어진 벗도 잃었으니(1793),

 

悠悠此世, 踽踽凉凉,

이 세상에 근심스레 외롭고 처량한

 

其面目言語, 不見可想.

그의 얼굴의 눈과 언어, 보지 않아도 상상이 되네.

 

亦可謂天地間窮民.

또한 하늘과 땅 사이의 궁한 백성이라 이를 만하네.

 

 

 

아내 잃을 슬픔을 친구 잃은 슬픔에 비교하다

 

嗚呼痛哉! 吾嘗論,

! 애통하다. 내가 일찍이 이야기한 적이 있었지,

 

絶絃之悲, 甚於叩盆.

친구를 잃은 슬픔이, 아내를 잃은 슬픔叩盆=鼓盆: 아내의 상을 당함을 말한다. 莊子의 아내가 죽어 惠子問喪하러 갔더니 장자는 다리를 뻗고 앉아서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하고 있었다. 이에 그 까닭을 물으니 본래는 삶이란 것도 형체란 것도 없었는데, 이제 본래 없는 상태로 돌아갔으니 슬퍼할 것이 없다.”는 뜻으로 대답하였다. 莊子』 「至樂보다 심하다고.

 

叩盆者, 猶得再娶三娶,

아내를 잃은 슬픔은 오히려 두 번, 세 번 장가갈 수 있고

 

卜姓數四, 無所不可,

같은 성씨를 피해 첩을 들이는 것卜姓: 첩을 얻을 때 같은 성씨를 피해 고르는 것.도 네 번이나 하더라도 옳지 않음이 없지.

 

如衣裳之綻裂而補綴, 如器什之破缺而更換.

마치 옷과 치마가 뜯어지면 수선하는 것 같고, 집기가 깨지면 바꾸는 것과 같네.

 

或後妻勝於前配, 或吾雖皤, 而彼則,

그러니 혹은 후처가 전처보다 낫기도 하고, 혹은 나는 비록 늙었지만 그 사람은 젊기도 하여

 

宴爾之樂, 無間於新舊.

신혼宴爾: 신혼의 즐거움이 새로운 사람이나 예전 사람이나 차이가 없다네.

 

 

 

친구 잃은 고통이란

 

至若絶絃之痛,

그러나 친구를 잃은 고통과 같은 것에 이르면,

 

我幸而有目焉, 誰與同吾視也;

내가 다행히 눈이 있더라도 누가 나의 봄을 함께 하겠는가?

 

我幸而有耳焉, 誰與同吾聽也;

내가 다행히 귀가 있더라도 누가 나의 들음을 함께 하겠는가?

 

我幸而有口焉, 誰與同吾味也;

내가 다행히 입이 있더라도 누가 나의 맛을 함께 하겠는가?

 

我幸而有鼻焉, 誰與同吾嗅也;

내가 다행히 코가 있더라도 누가 나의 후각을 함께 하겠는가?

 

我幸而有心焉, 將誰與同吾智慧靈覺哉.

내가 다행히 마음이 있더라도 나의 지혜와 영각을 함께 하겠는가?

 

 

 

거문고를 깨부순 백아

 

鍾子期死矣, 伯牙, 抱此三尺枯梧,

종자기가 죽자, 친구인 백아라는 사람은 3척의 마른 오동나무 거문고를 안았는데

 

將向何人鼓之, 將使何人聽之哉?

장차 어떤 사람을 향하여 켜며, 장차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그것을 듣게 하겠는가?

 

其勢不得不拔佩刀, 一撥五絃.

그 기세는 부득불 차고 있던 칼을 빼어들고선 한 번에 다섯줄을 댕강 잘랐네.

 

其聲戛然, 於是乎, 斷之絶之觸之碎之破之踏之,

그 소리는 띠용 나며 이때에 끊고 자르고 치고 부수고 깨뜨리고 밟아

 

都納竈口, 一火燒之.

모두 아궁이 입에 집어넣고 한 번 불태워 그것을 태워버렸지.

 

然後乃滿於志也. 吾問於我, : “爾快乎?”

그런 후에야 뜻이 차올라 나 자신에게 너 통쾌하냐?”라고 묻고,

 

: "我快矣."

나 통쾌하다.”고 대답했겠지.

 

"爾欲哭乎?" : "吾哭矣."

다시 너 곡을 하려느냐?”고 묻고 나 곡 하려네.”라고 대답했겠지.

 

聲滿天地, 若出金石.

소리가 천지에 가득 차니 8음 중에 가장 중요한 금석이 울리는 듯했지.

 

有水焉, 迸落襟前, 火齊瑟瑟.

눈물이 나서 앞 옷깃에 세차게 떨어지니, 화제주(火齊珠)가 연주되는 듯했지.

 

垂淚擧目, 則空山無人, 水流花開.

눈물을 흘리다가 눈을 드니 빈산에 아무도 없이 물은 흐르고 꽃은 피었다네.

 

爾見伯牙?” “吾見之矣.” 燕巖集卷之十

그제야 너 백아를 보았냐?”라고 묻고선 그래 나는 그를 보았지.”라고 대답했다네.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1. 친구들아 다들 잘 지내고 있니

2. 지음을 잃고 보니 나는 천하의 궁한 백성이네

3. 백아가 종자기를 잃고 나서의 심정처럼

4.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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