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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제2의 나를 찾아서 - 2. 벗을 찾겠다고 하면서 후대를 기다리다 본문

책/한문(漢文)

제2의 나를 찾아서 - 2. 벗을 찾겠다고 하면서 후대를 기다리다

건방진방랑자 2020. 4. 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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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벗을 찾겠다고 하면서 후대를 기다리다

 

 

양자운揚子雲이 당시 세상에서 지기知己를 얻지 못하자, 개연히 천세千歲 뒤의 자운子雲을 기다리고자 하였다. 우리나라의 조보여趙寶汝가 이를 비웃어 말하기를,

내가 나의 태현경太玄經을 읽어, 눈으로 이를 보면 눈이 양자운이 되고, 귀를 기울이면 귀가 양자운이 되며, 손으로 춤추고 발로 뛰는 것이 각각 하나의 양자운이거늘, 어찌 반드시 천세의 멂을 기다린단 말인가?”라 하였다.

揚子雲旣不得當世之知己, 則慨然欲俟千歲之子雲. 吾邦之趙寶汝嗤之曰: “吾讀吾玄, 而目視之, 目爲子雲, 耳聆之, 耳爲子雲, 手舞足蹈, 各一子雲, 何必待千歲之遠哉?”

양웅揚雄태현경太玄經을 지을 때, 곁에서 그 어려운 책을 누가 읽겠느냐고 퉁을 주자, ‘나는 천년 뒤의 양자운을 기다릴 뿐일세라고 대답하였다. 이를테면, 아득한 훗날에라도 나를 알아줄 단 한 사람만 있으면 그뿐이라는 것이니, 이번에는 천고 앞의 고인이 아니라 천고 뒤의 후인後人을 벗 삼겠다는 것이다. 그 황당함은 상우천고하겠단 말보다 훨씬 더 심하지 않은가?

양웅의 이 말을 듣고 난 조보여趙寶汝는 자못 딱하다는 투로 이렇게 말한다. “내가 내 지은 글을 소리 내어 읽으면 내 입이 바로 나의 양자운이 되고, 그 소리를 들으면 내 귀가 바로 나의 양자운이 될 것이다. 그 글을 읽고 즐거워 나도 몰래 덩실 춤을 추면 내 손과 발이 바로 나의 양자운일 뿐이다. 내가 나를 알아주면 그뿐이지, 굳이 아득한 천년 뒤를 기다릴 것이 무에란 말인가?”

 

 

내가 다시 답답해져서, 이 말에 곧장 발광해버릴 것만 같아 말하였다.

눈은 보지 못할 때가 있고, 귀는 듣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진대 이른바 춤추고 뛰는 양자운을 장차 누구로 하여금 듣게 하고, 누구로 하여금 보게 한단 말인가? 아아! 귀와 눈, 손과 발은 한 몸에서 나란히 난 것이므로 내게 이보다 가까운 것은 없다. 그런데도 오히려 장차 믿을 수 없는 것이 이와 같으니, 누가 능히 답답하게 위로 천고의 앞으로 거슬러 가고, 답답하게 천세의 뒤를 더디 기다린단 말인가?”

이로 말미암아 보건대 벗은 반드시 지금의 당시 세상에서 구해야 함이 분명하다 하겠다.

吾復鬱陶焉, 直欲發狂於斯言曰: “目有時而不睹, 耳有時而不聞, 則所謂舞蹈之子雲, 其將孰令聆之孰令視之? 嗟乎! 耳目手足之生並一身, 莫近於吾. 而猶將不可恃者如此, 則孰能鬱鬱然上溯千古之前, 昧昧乎遲待千歲之後哉? 由是觀之, 友之必求於現世之當世也明矣.”

내가 이 말을 듣고서, 앞서 상우천고하겠다던 사람의 말을 들을 때보다 더 답답해져서, 곧장 미쳐 길길이 날뛸 지경이 되고 말았다. “자네는 지금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과 발로 춤추며 뛰는 것을 말하는가? 눈은 자주 보지 못하고, 귀도 소리를 듣지 못할 때가 있네. 이제 자네가 자네의 글과 만나 기뻐 덩실 춤을 추었다 하세. 그것을 증명해 줄 단 한 사람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내 눈과 내 귀와 내 입과 내 손과 내 발조차 내가 믿을 수 없거늘, 있었는지도 모를 천고의 앞이나, 있지도 않은 천고의 뒤를 벗 삼겠다고 하니, 답답해서 가슴이 터질 것만 같네 그려. 내가 나를 믿지 못하는데, 천고를 믿고 기대겠다니 원 어디 당키나 한 일인가?”

벗은 2의 나이다. 내 마음의 눈과 귀가 되고, 손발이 되어줄 주선인이다. 그가 없이는 나는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한다. 그가 없으면 나는 장님이 되고 벙어리가 되고, 귀머거리가 된다. 일어나 춤출 수도 없고 옴짝달싹 할 수도 없다. 그가 있기에 비로소 내 눈도 눈 구실을 하고, 내 귀도 귀 구실을 하며, 손발은 비로소 신명이 올라 한바탕 덩실 춤을 추게 된다.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카자흐스탄 여행기

우리 한시를 읽다

소화시평 하권90번 해설

1. 벗을 찾겠다고 하면서 상우천고를 외치다

2. 벗을 찾겠다고 하면서 후대를 기다리다

3. 중국인의 문집을 읽고서 만나고 싶어지다

4. 진정한 벗 찾기의 어려움

5. 친구들아 다들 잘 지내고 있니

6. 지음을 잃고 보니 나는 천하의 궁한 백성이네

7. 백아가 종자기를 잃고 나서의 심정처럼

7-1. 총평

8. 한 명의 나를 알아주는 지기를 만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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