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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제2의 나를 찾아서 - 6. 지음을 잃고 보니 나는 천하의 궁한 백성이네 본문

책/한문(漢文)

제2의 나를 찾아서 - 6. 지음을 잃고 보니 나는 천하의 궁한 백성이네

건방진방랑자 2020. 4. 4.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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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지음을 잃고 보니 나는 천하의 궁한 백성이네

 

 

아아! 슬프다. 나는 일찍이 벗 잃은 슬픔이 아내 잃은 아픔보다 심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내를 잃은 자는 오히려 두 번, 세 번 장가들어 아내의 성씨를 몇 가지로 하더라도 안 될 바가 없다. 이는 마치 옷이 터지고 찢어지면 깁거나 꿰매고, 그릇과 세간이 깨지거나 부서지면 새것으로 바꾸는 것과 같다. 혹 뒤에 얻은 아내가 앞서의 아내보다 나은 경우도 있고, 혹 나는 비록 늙었어도 저는 어려, 그 편안한 즐거움은 새 사람과 옛 사람 사이의 차이가 없다.

嗚呼痛哉! 吾嘗論, 絶絃之悲, 甚於叩盆. 叩盆者, 猶得再娶三娶, 卜姓數四, 無所不可, 如衣裳之綻裂而補綴, 如器什之破缺而更換. 或後妻勝於前配, 或吾雖皤, 而彼則艾, 其宴爾之樂, 無間於新舊.

박제가가 사랑하던 조강지처를 잃은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음知音의 벗 이덕무마저 잃었으니, 그 슬픔을 어이 헤아릴 수 있겠나? 그러나 생각해 보세. 아내를 잃은 슬픔이야 다시 장가들어 새 부인을 맞이하면 잊혀질 수도 있고, 또 나중 얻은 아내가 먼저 번 아내보다 내게 더 잘해 주면 편안히 즐거워질 수도 있을 것이니, 벗 잃은 슬픔을 어찌 여기에 견줄 수 있겠는가?

 

 

벗을 잃는 아픔 같은 것에 이르러서는, 다행히 내게 눈이 있다 해도 누구와 더불어 내가 보는 것을 함께 하며, 귀가 있다 해도 누구와 더불어 듣는 것을 함께 하며, 입이 있더라도 누구와 더불어 맛보는 것을 함께 하며, 코가 있어도 누구와 더불어 냄새 맡는 것을 함께 하며, 다행히 내게 마음이 있다 해도 장차 누구와 더불어 나의 지혜와 깨달음을 함께 하겠는가?

至若絶絃之痛, 我幸而有目焉, 誰與同吾視也; 我幸而有耳焉, 誰與同吾聽也; 我幸而有口焉, 誰與同吾味也; 我幸而有鼻焉, 誰與同吾嗅也; 我幸而有心焉, 將誰與同吾智慧靈覺哉.

지음의 벗을 잃고 보니, 좋은 것이 있어도 함께 볼 사람이 없고, 귀가 열려 있어도 함께 듣지 못하며, 맛진 음식을 앞에 두고도 같이 먹자 권할 수가 없고, 좋은 내음을 앞에 두고 같이 맡아 보지도 못할 것일세. 함께 할 벗이 곁에 없고 보니 전날에 그 좋던 모든 것들이 하나도 흥이 나지 않게 되고 말 것일세 그려. 내게 어떤 깨달음이 이르러도 그것을 기뻐하며 함께 나누질 못하니, 나는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셈일세. 그러니 천지간의 한 궁한 백성窮民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1. 벗을 찾겠다고 하면서 상우천고를 외치다

2. 벗을 찾겠다고 하면서 후대를 기다리다

3. 중국인의 문집을 읽고서 만나고 싶어지다

4. 진정한 벗 찾기의 어려움

5. 친구들아 다들 잘 지내고 있니

6. 지음을 잃고 보니 나는 천하의 궁한 백성이네

7. 백아가 종자기를 잃고 나서의 심정처럼

7-1. 총평

8. 한 명의 나를 알아주는 지기를 만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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