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시 일변도의 문단을 비판하며 민요의 가치를 말하다
원시 중(原詩 中)
홍석주(洪奭周)
정이 드러난 여항의 노래엔 시경의 풍조가 살아 있다
或曰: “子之言詩也如此, 則唯三百篇, 可以當之, 舍是以往, 皆非詩歟?”
曰: “惡惡可? 氣之在時者, 有盛衰; 而情之在人者, 無古今. 今夫人怒則勃然而咜, 喜則怡然而笑, 悲哀憂戚, 嗚咽而太息者, 斯固人眞情之所動, 而古今不能以隔之者也. 故爲詩之深淺高下, 或不能齊, 而其竗感之機, 固千載而如一日也. 是以, 由其感神明也, 則安世練時, 固無以異乎烈祖ㆍ我將之篇也; 由其感軍旅也, 則鐃歌皷吹, 亦無以異乎小戎ㆍ出車之篇也. 及其奮然而作, 潸然而涕, 令人神𨓏而不知, 則離騷ㆍ九歌, 易水秋風, 固未嘗無興觀羣怨之美也, 至若淫聲曼詞, 使民蕩志而移情, 則雖降而子夜ㆍ讀曲, 亦或不異乎桑間濮上之音也. 唐之與漢, 猶漢之與周也. 例是以下, 雖今日之街謠而巷謳, 猶有觀焉, 安得以三百篇之外而絶之?
지금의 시는 법칙만을 따르려 하기에 시가 아니다
雖然, 今之爲詩者, 有異焉. 昔自晉宋之間, 有以詩自名者, 不求諸氣而求諸辭, 不任其情而滋其文, 不得乎其自然之聲, 而強爲之對偶平上之軆, 名之曰聲律. 於是乎有所謂律詩者焉, 浸淫至今幾千餘歲, 而律詩之外, 無復詩矣. 夫詩之爲竗也, 以其文之之未甚也. 而今之文之也, 甚於文矣; 以其離自然之未遠也, 而今之離之也, 過於文矣. 持是以求感人, 其奚異偶人而求語, 縛馬而求驟者乎. 故余妄竊謂知詩者出, 雖或求之今日之巷謳街謠, 而决不求之今日之律詩也.”
민가의 노래와 율시, 천리마와 말몰이법
曰: “事不可以無法度, 萬有皆然, 子何獨惡律之甚也?”
曰: “固然也. 馭馬之不可以無法也, 甚於詩. 鳴和鸞逐水曲, 若是其有度也. 若使畫地表矩而步步求諸是也, 天下寧復有驊騮騄駬也哉.” 『淵泉先生文集』 卷之二十四
해석
정이 드러난 여항의 노래엔 시경의 풍조가 살아 있다
或曰: “子之言詩也如此,
어떤 이가 말했다. “자네가 시를 말하는 게 이와 같다면(原詩 上)
則唯三百篇, 可以當之,
오직 『시경』만이 그것에 해당될 것인데
舍是以往, 皆非詩歟?”
『시경』 이후의 시는 모두 시가 아니란 말인가?”
曰: “惡惡可?
대답했다. “아!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氣之在時者, 有盛衰;
기 가운데 시기에 있는 것은 성함과 쇠함이 있지만
而情之在人者, 無古今.
정 가운데 사람에게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네.
今夫人怒則勃然而咜,
이제 대체로 사람이 화가 나면 발끈하여 소리 질러대고
喜則怡然而笑,
기쁘면 환하게 웃어대며
悲哀憂戚, 嗚咽而太息者,
슬프거나 애달프거나 근심하거나 걱정할 적에 오열하며 크게 탄식을 하는 것은
斯固人眞情之所動,
이것은 진실로 사람의 참된 정이 움직이는 것이어서
而古今不能以隔之者也.
예나 지금이나 그것에 차이가 날 수 없는 것이라네.
故爲詩之深淺高下, 或不能齊,
그러므로 시를 지을 적에 심오하거나 천박하거나 고상하거나 졸렬하거나 하여 혹 고르진 않지만
而其竗感之機, 固千載而如一日也.
오묘한 감동의 기미는 참으로 천 년이 하루 같은 거라네(한결같다).
是以, 由其感神明也,
이런 까닭으로 신명을 감동시키는 것으로 보자면
則安世練時,
한나라의 「안세방중가(安世房中歌)」【안세방중가(安世房中歌): 바로 한나라 고조(高祖)의 당산부인(唐山夫人)이 지은 노래이다.】와 「연시일(練時日)」【연시일(練時日): 한 무제(漢武帝)가 교사(郊祀)의 예를 정하고 악부(樂府)를 세워, 이연년(李延年)을 협률랑(協律郞)으로 삼고 사마상여(司馬相如) 등으로 하여금 음률에 맞추어 짓게 한 십구장(十九章)의 노래이다】이란 노래는
상송(商頌) 「열조(烈祖)」와 주송(周頌) 「아장(我將)」의 편에 다르지 않고
由其感軍旅也, 則鐃歌皷吹,
군대를 감동시키는 것으로 보자면 「뇨가(鐃歌)」【요가(鐃歌) : 군중(軍中)의 악가(樂歌)이다. 말 위에서 연주하여 군사들의 사기를 고취시키는 데 사용하고, 황제의 행렬이 출행할 때나, 공신들을 연향할 때, 개선하는 군대를 위해서도 연주한다.】와 「고취가(皷吹歌)」도
또한 진풍(秦風)의 「소융(小戎)」과 녹명(鹿鳴)의 「출거(出車)」의 편에 다르지 않지.
及其奮然而作, 潸然而涕,
발끈하여 일어남에 미쳐 주르륵 눈물을 흘리며
令人神𨓏而不知,
사람의 정신으로 하여금 움직이면서도【왕(𨓏): 왕(往)의 이체자】 모르는 상태인 경우라면
굴원의 「이소」와 「구가」【구가(九歌): 『초사(楚辭)』의 편명이다. 초(楚) 나라 굴원(屈原)이 지은 동황태(東皇太)·운중군(雲中君)·상군(湘君)·상부인(湘夫人)·대사명(大司命)·소사명(小司命)·동군(東君)·하백(河伯)·산귀(山鬼)·국상(國殤)·예혼(禮魂)을 말한다. 왕일(王逸)의 초사장구(楚辭章句)에 의하면, 굴원이 추방당해 완수(沅水)·상수(湘水) 사이의 지역에서 울분에 찬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속인(俗人)들의 제례(祭禮)와 가무악(歌舞樂)의 사(詞)가 너무 비루(鄙陋)함을 보고 구가의 곡을 지어, 위로는 귀신 섬기는 공경을 펴고, 아래로는 자신의 맺힌 원한을 표현해서 임금에게 풍간(風諫)하였다. 】, 형가의 「역수」【역수(易水): 전국 시대 자객(刺客) 형가((荊軻)가 연 태자(燕太子) 단(丹)의 원수를 갚기 위해 진왕(秦王)을 죽이려고 떠날 때, 역수 가에서 전송나온 여러 지기(知己)들과 작별하면서 “바람이 쌀쌀하니 역수가 차도다. 한번 간 장사는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風蕭蕭兮易水寒 壯士一去兮不復還].”라고 노래하였다.】와 한무제의 「추풍사(秋風辭)」가
固未嘗無興觀羣怨之美也,
참으로 일찍이 ‘의지를 흥기시키고 정치의 득실을 보게 하며 무리짓고 원망하게도[興觀羣怨]’하는 아름다움이 아님이 없고
至若淫聲曼詞,
음탕한 소리와 질펀한 말로
使民蕩志而移情,
백성에게 뜻을 방탕하도록 하여 정을 옮기게 하는 경우라면
則雖降而子夜ㆍ讀曲,
비록 시대가 내려와 당나라 이백의 「자야가(子夜歌)」와 악부인 오성가곡(吳聲歌曲)【독곡가(讀曲歌): 악부(樂府)의 오성가곡(吳聲歌曲)의 이름이다.】이
亦或不異乎桑間濮上之音也.
또한 혹 복상 가 뽕밭 사이에서 남녀상열【상간복상(桑間濮上): 복수(濮水) 가에 있는 상간(桑間)으로 위(衛) 나라의 땅이다. 이곳은 남녀가 밀회(密會)하는 장소로 많이 이용되면서 애정을 주제로 한 음악이 많이 불려졌으므로, 음란한 음악의 대명사가 되었다. 『예기주소(禮記注疏)』 卷37 「악기(樂記)」19】하는 노래와 다름이 없네.
唐之與漢, 猶漢之與周也.
당나라와 한나라의 관계는 한나라와 주나라의 관계와 같지.
例是以下, 雖今日之街謠而巷謳,
이것을 늘어놓고 그 아래로는 비록 지금 여항의 노래에도
猶有觀焉,
오히려 볼 게 있으니
安得以三百篇之外而絶之?
어찌 『시경』 이외의 것이라고 해서 끊어낼 수 있겠는가?
지금의 시는 법칙만을 따르려 하기에 시가 아니다
雖然, 今之爲詩者, 有異焉.
비록 그렇더라도 지금의 시를 짓는 사람들은 다름이 있네.
昔自晉宋之間, 有以詩自名者,
옛적에 진나라와 송나라 사이로부터 시로 스스로 이름 난 사람들은
不求諸氣而求諸辭, 不任其情而滋其文,
기에서 구하지 않고 말에서 구했고 정에 내맡기지 않고 문장을 치장하며
不得乎其自然之聲, 而強爲之對偶平上之軆,
자연의 소리에서 얻지 못하면서도 억지로 대우와 평측의 체제로 지으면서
名之曰聲律.
성률이라 이름 지었네.
於是乎有所謂律詩者焉,
이에 이른바 율시가 있게 되었고
浸淫至今幾千餘歲,
음탕함에 잠긴 것이 지금에 이르도록 몇 천년이나 되면서
而律詩之外, 無復詩矣.
율시 외엔 다시 시가 없게 되었지.
夫詩之爲竗也,
일반적으로 시의 오묘한 것들은
以其文之之未甚也.
그것을 문식함이 심하지 않았지만
而今之文之也, 甚於文矣;
지금은 그것을 문식함이 산문보다 심하고
以其離自然之未遠也,
자연과의 거리가 멀지 않았지만
而今之離之也, 過於文矣.
지금은 거리가 산문보다 지나치네.
持是以求感人,
이것을 가지고 사람을 감동시키길 구하니,
其奚異偶人而求語, 縛馬而求驟者乎.
어찌 인형에게 말하길 구하고 말을 묶고 달리길 구하는 것과 다르겠는가?
故余妄竊謂知詩者出,
그러므로 내가 망령되이 생각하기론 시를 아는 사람이 나온다면
雖或求之今日之巷謳街謠,
비록 지금의 민가의 노래를 구할지언정
而决不求之今日之律詩也.”
결단코 지금의 율시를 구하진 않을 것이라네.”
민가의 노래와 율시, 천리마와 말몰이법
曰: “事不可以無法度, 萬有皆然,
혹자가 말했다. “일엔 법도가 없을 수 없으니 모든 게 다 그러한데
子何獨惡律之甚也?”
자네는 어찌 유독 율시를 미워함이 심한 것인가?”
曰: “固然也.
대답했다. “참으로 그렇네.
馭馬之不可以無法也, 甚於詩.
말몰이에 법도가 없을 수 없으니 시보다도 심하네.
鳴和鸞逐水曲, 若是其有度也.
말몰이 법도인 명화란과 축수곡【명화란축수곡(鳴和鸞逐水曲): 말을 모는 다섯 가지의 법[五御]인데 정현의 주에, “명화란(鳴和鸞), 축수곡(逐水曲), 과군표(過君標), 무교구(舞交衢), 축금좌(逐禽左)이다.” 하였다】, 이와 같은 법도가 있지.
若使畫地表矩而步步求諸是也,
만약 땅에 금을 긋고 직각자를 표시하게 하여 걸음마다 이것을 따르게 한다면
則天下寧復有驊騮騄駬也哉. 『淵泉先生文集』 卷之二十四
천하에 어찌 다시 화류나 녹이와 같은 천리마가 있을 수 있겠는가?
인용
'산문놀이터 > 조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천보 - 제묵와시권후(題默窩詩卷後) (0) | 2021.07.15 |
---|---|
홍석주 - 원시 하(原詩 下) (0) | 2021.07.15 |
조귀명 - 병해 이(病解 二) (0) | 2021.07.01 |
홍석주 - 원시 상(原詩 上) (0) | 2021.06.11 |
오광운 - 소대풍요서(昭代風謠序) (0) | 2021.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