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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조귀명 - 병해(病解) 이(二) 본문

산문놀이터/조선

조귀명 - 병해(病解) 이(二)

건방진방랑자 2021. 7. 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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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 걸렸기에 삶에 너그러워진 세 가지 이유

병해 이(病解 二)

 

조귀명(趙龜命)

 

 

순식간인 삶 속에 아픔도 순식간인 것을

余有病而自寬者三.

夫天地一元之數爲十二萬九千六百年, 此可謂久矣. 而達者猶以瞬息視之. 人生於其間, 號爲壽者, 不過八九十, 其爲瞬息, 亦甚矣. 縱使有疾痛憂苦, 亦幾何忍哉? 此其自寬者一也.

 

건강한 이는 모를 아픈 이만이 누리는 기쁨

八珍之味, 惟貧者食之, 知其爲異味也, 而富厚之子弟, 習於口, 未嘗以爲異, 異味而不以爲異, 則是實不知天下之味者也.

彼强健者, 亦然. 惟終身而無所痛苦, 故彼反恬於强健, 不謂其眞可喜也. 今夫癃疾之人, 一歲而或得一日健, 一日而或得一時蘇, 方其蘇而健也, 百骸調適, 手足宴安, 忽若忘身, 其幸無比. 如此佳境, 豈强健者之所能知乎?

於是, 無風之夕, 不雨之朝, 二三友朋, 杖屨逍遙, 東陌賞花, 西園翫月, 回較疇昔艱苦之狀, 白日昇天, 未足喩快, 如此好趣, 豈强健者之所能覺乎? 雖有人之所無有之苦, 而亦有人之所無有之樂, 此其自寬者二也.

 

삶과 죽음의 통찰

天下之悅生而惡死也久矣. 余惟有此身, 故有此病, 身之不存, 病將焉附? 故生固可樂, 而死亦爲安, 心未嘗有累於生死之間也. 夫人之患乎病者, 爲其死人也, 死之不惡, 而乃以病爲患, 豈非惑歟? 此其自寬者三也.

記之, 以爲病解二. 東谿集卷之七

 

 

 

 

 

 

해석

 

순식간인 삶 속에 아픔도 순식간인 것을

 

余有病而自寬者三.

내가 앓다 보니 스스로 느긋해진 것은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夫天地一元之數爲十二萬九千六百年, 此可謂久矣.

대체로 천지 일원(一元)일원(一元) : ()나라 소옹(邵雍)이 주장한 원회운세(元會運世)’의 설에 나오는 용어로, 이 세계가 생성했다가 소멸하는 1주기(周期)를 말한다. 그의 학설에 따르면 30년이 1(), 12세가 1(), 30운이 1(), 12회가 1()이니, 일원은 모두 129600년이 되는 셈이다.의 수는 129.600년이 되니 이것이 오래되었다 할 만하지만

 

而達者猶以瞬息視之.

통달한 사람은 오히려 순식간이라고 그걸 본다.

 

人生於其間, 號爲壽者,

사람이 그 사이에 태어나 장수하였다고 부르짓는 사람들은

 

不過八九十, 其爲瞬息, 亦甚矣.

8~90년에 불과할 뿐이니 순식간이라 하기에도 심하구나.

 

縱使有疾痛憂苦, 亦幾何忍哉?

가령 질병으로 아파하고 근심으로 고통스러워함이 있더라도 또한 얼마쯤의 참아냄이겠는가?

 

此其自寬者一也.

이것이 스스로 느긋해진 첫째 이유이다.

 

 

 

건강한 이는 모를 아픈 이만이 누리는 기쁨

 

八珍之味, 惟貧者食之, 知其爲異味也,

팔진미팔진지미(八珍之味): 중국(中國)에서 성대(盛大)한 식상(食床)에 갖춘다고 하는 여덟 가지의 진미. 주례(周禮)천관(天官) 선부(膳夫) ()에는, 순모(淳母)ㆍ순오(淳熬)ㆍ포돈(炮豚)ㆍ포양(炮牂)ㆍ도진(擣珍)ㆍ지오(漬熬)ㆍ간료(肝膋)를 팔진미라 하였는데, 군서습타(群書拾唾)에는 용간(龍肝)ㆍ봉수(鳳髓)ㆍ토태(兎胎)ㆍ이미(鯉尾)ㆍ악적(鶚炙)ㆍ성순(猩脣)ㆍ웅장(熊掌)ㆍ소락(酥酪)을 팔진미라고 하였다.는 오히려 가난한 사람이 그걸 먹고서 다른 맛이 됨을 알지만

 

而富厚之子弟, 習於口, 未嘗以爲異,

부자나 권세 있는 자제는 입에 익숙하여 일찍이 다르다고 여기지 않으니

 

異味而不以爲異,

다른 맛인데도 다른 맛이라 생각하지 못한다면

 

則是實不知天下之味者也.

이것은 실제로 천하의 맛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彼强健者, 亦然.

저 건강한 사람 또한 그러하다.

 

惟終身而無所痛苦, 故彼反恬於强健,

오직 종신토록 아파할 게 없기 때문에 저들은 도리어 건강함에 익숙해져

 

不謂其眞可喜也.

참으로 기뻐할 만하고 생각하질 못한다.

 

今夫癃疾之人,

이제 대체로 위독한 질병에 걸린 사람이

 

一歲而或得一日健, 一日而或得一時蘇,

일 년 중 혹 하루라도 건강해지고 하루 중 혹 한 시간이라도 소생하여

 

方其蘇而健也,

시방 소생하고 건강해지면

 

百骸調適, 手足宴安,

온몸이 조화로워지고 손발이 편안해져

 

忽若忘身, 其幸無比.

문득 몸조차 망각하게 된 듯하니 그 다행스러움은 비할 게 없다.

 

如此佳境, 豈强健者之所能知乎?

이런 아름다운 경지 같은 것을 어찌 건강한 사람이 알 수 있겠는가?

 

於是, 無風之夕, 不雨之朝,

이에 바람없는 저녁이나 비 내리지 않는 아침에

 

二三友朋, 杖屨逍遙,

2~3명의 벗과 지팡이 짚고 짚신 신고 하릴없이 거닐며

 

東陌賞花, 西園翫月,

동쪽 밭에서 꽃을 감상하고 서쪽 동산에서 달을 완미하니

 

回較疇昔艱苦之狀,

돌이켜 옛적의 괴롭던 상황과 비교해보면

 

白日昇天, 未足喩快,

대낮에 신선이 되어 오른다는 것백일승천(白日昇天): 도를 극진(極盡)히 닦아 육신(肉身)을 가진 채 대낮에 하늘에 오른다는 뜻으로, 선인(仙人)이 되어 하늘로 오름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고 한미한 신분에서 갑자기 높은 벼슬에 오름을 뜻하기도 한다. 오대(五代) 왕정보(王定保)당척언(唐摭言)』「호방고한(好放孤寒)원화 11년 병신에 양국공(涼國公) 이소(李愬) 이하 33명을 모두 한미한 집안에서 발탁하니, 당시의 시에 원화 천자 병신년에, 삼십삼인이 같이 신선이 됐어라. 도포는 찬란한 은빛 같고 무늬는 비단 같은데, 서로 함께 백일에 청천에 오르도다[元和天子丙申年 三十三人同得仙 袍似爛銀文似錦 相將白日上靑天]’ 하였다.” 하였다.도 족히 유쾌한 비유가 아닌 것이다.

 

如此好趣, 豈强健者之所能覺乎?

이와 같은 좋은 취미를 어찌 건강한 사람이 깨우칠 수 있겠는가?

 

雖有人之所無有之苦,

비록 남이 가지지 않은 고통도 있지만

 

而亦有人之所無有之樂,

또한 남이 가지지 않은 즐거움도 있으니

 

此其自寬者二也.

이것이 스스로 느긋한 둘째 이유다.

 

 

 

삶과 죽음의 통찰

 

天下之悅生而惡死也久矣.

천하 사람들이 삶을 즐거워하고 죽음을 미워한 지 오래다.

 

余惟有此身, 故有此病,

나는 오직 이 몸을 지녔기에 이 병이 있는 것이니

 

身之不存, 病將焉附?

몸이 있지 않다면 병은 장차 어디에 붙겠는가?

 

故生固可樂, 而死亦爲安,

그러므로 삶은 진실로 즐거울 만하고 죽음도 또한 편안함이 되니

 

心未嘗有累於生死之間也.

마음이 일찍이 삶과 죽음 사이에 얽매일 게 없다.

 

夫人之患乎病者, 爲其死人也,

일반적으로 사람으로 병을 걱정하는 이유는 사람을 죽이기 때문인데

 

死之不惡, 而乃以病爲患,

죽음을 싫어하지 않으면서 이에 병만을 걱정거리로 삼으니

 

豈非惑歟?

어찌 미혹된 게 아니겠는가?

 

此其自寬者三也.

이것이 스스로 느긋해진 셋째 이유다.

 

記之, 以爲病解二. 東谿集卷之七

이것을 기록하여 병에 대한 해명 둘째 편으로 삼는다.

 

 

인용

목차

病解一

病解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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