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에 따른 시를 쓰되 알아야 할 것과 삼가야 할 것
원시 상(原詩 上)
홍석주(洪奭周)
시의 특징
詩可不爲也, 而不可以不知也; 詩可不知也, 而不可以不愼也. 夫詩奚出乎? 出於氣; 奚發乎? 發於情. 氣出於天, 情出於人, 天人之竗感, 莫是先焉.
천기에 따른 시와 그렇지 못한 시
夫言固不能以盡意, 而文又不能以盡言, 至若詩之爲文也則不然. 激揚宣暢, 咨嗟反復, 往往不措一辭, 而並與其言之所不能傳者得之斯, 奚以致哉.
盖悲懽憂戚, 萬端之交于中也, 固不能不發而爲聲. 或讙呼歌笑, 或痛哭飮泣, 短之爲太息, 長之爲吟歗. 淋漓激洩, 低仰曲折, 非惟不能自已, 而亦或不能以自知也. 是固意之所不暇謀, 而言之所不及出也, 天機之自然, 於是見矣. 及夫形之爲辭, 擇之爲言, 有倫有脊, 以應以對, 則反襍乎意爲, 而有不能盡其眞者矣.
문과 시의 차이, 시를 지을 때 알아야 할 것
文也者, 文其言者也; 詩也者, 文其聲者也, 文以遠而離, 詩以近而盡, 固其理然也. 是以感人之極致, 必於詩求之. 上下神祗, 於是乎格之; 賓主君臣. 於是乎和之; 移風易俗, 於是乎成之, 而皷舞作興之化, 亦於是乎盛焉. 被之管絃, 動之歌詠, 用之百禮, 播之八域, 斯固人之所不可不知者歟.
시를 지을 때 삼가야 할 것
雖然, 情則一也, 而邪正之各異; 氣則一也, 而和戾之不齊. 故易以治者, 亦易以亂; 易以化善者, 亦易以化惡, 君子之所擇也, 可不愼歟.
今夫文之有詩, 猶飮食之有酒也. 紀事纂言, 文非不足也, 而感人者, 莫如詩; 飢焉而飽, 渴焉而潤, 飮食非不足也, 而合歡者, 莫如酒. 是故, 宗廟朝廷之所用, 祭祀燕饗之所主, 不在彼而在此. 然亡國敗家, 移人心術之害, 亦往往不在彼而在此, 嗚呼! 可不愼歟? 『淵泉先生文集』 卷之二十四
해석
시의 특징
詩可不爲也, 而不可以不知也;
시는 짓지 않을 수 있지만 알지 않을 수 없고
詩可不知也, 而不可以不愼也.
시는 모를 수 있지만 삼가지 않을 수 없다.
夫詩奚出乎? 出於氣;
일반적으로 시란 어디서 나오는가? 기에서 나온다.
奚發乎? 發於情.
어디서 발생하는가? 정에서 발생한다.
氣出於天, 情出於人,
기는 선천적인 데서 나오고 정은 인위적인 데서 나오니
天人之竗感, 莫是先焉.
선천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의 오묘한 감통(感通), 시보다 앞선 것은 없다.
천기에 따른 시와 그렇지 못한 시
夫言固不能以盡意, 而文又不能以盡言,
대체로 말은 진실로 뜻을 다할 수 없고 문장으론 또한 말을 다할 수 없지만
至若詩之爲文也則不然.
시로 글을 짓는 것과 같은 경우에 이르면 그렇지 않다.
激揚宣暢, 咨嗟反復,
격앙된 것【격양(激揚): 기운(氣運)이나 감정(感情)이 몹시 움직이어 일정(一定)하지 않은 상태(狀態).】을 널리 드날리며 한탄함을 반복함에
往往不措一辭,
이따금 한 마디 말을 쓰질 못하지만
而並與其言之所不能傳者得之斯,
말의 전할 수 없는 것을 아울러서 시에서 그것을 얻으니
奚以致哉.
어찌하여 그리되는 것인가?
盖悲懽憂戚, 萬端之交于中也,
대체로 슬픔과 기쁨과 근심의 모든 감정들이 마음에서 교차할 적에
固不能不發而爲聲.
참으로 발설하여 소리내지 않을 수가 없다.
或讙呼歌笑, 或痛哭飮泣,
혹은 부르짖거나 노래하거나 웃거나, 혹은 통곡하거나 울컥거리거나 하여【음읍(飮泣): 흑흑 느끼어 울다.】
短之爲太息, 長之爲吟歗.
짧게는 한숨이 되고 길게는 탄식【음소(吟歗): 탄식하다.】이 되어
淋漓激洩, 低仰曲折,
질펀하게【임리(淋漓): 흠뻑 젖어 뚝뚝 흘러 떨어지거나 흥건한 모양.】 격렬히 새어 변화무쌍하니【곡절(曲折): ① 구부러져 꺾임, 문맥(文脈) 따위가 단조(單調)롭지 아니하고 변화(變化)가 많음. ② 이런저런 복잡(複雜)한 사정(事情)과 내용(內容), 까닭. 어미(語尾), 어간(語幹)의 변화(變化)와 활용(活用). ③ 순탄(順坦)치 못하거나 변화(變化)가 많은 경로(經路)나 상태(狀態) / 곡조에서 음이 높고 낮게 오르내리는 것.】
非惟不能自已, 而亦或不能以自知也.
스스로 그만둘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또한 혹 스스로 알 수도 없다.
是固意之所不暇謀, 而言之所不及出也,
이것은 진실로 의도가 도모할 겨를이 없는 것이고 말이 나오는 것에 미치는 못하는 것으로,
天機之自然, 於是見矣.
천기의 자연함을 여기에서 볼 수 있다.
及夫形之爲辭, 擇之爲言,
대체로 그것을 드러내 말을 삼고 그것을 선택해 말을 삼음에 미쳐
有倫有脊, 以應以對,
차례가 있고 이치가 있는 것으로【유륜유척(有倫有脊): 차례가 있고 이치가 있다는 말로, 법칙 또는 조리가 있다.】 응대하게 된다면
則反襍乎意爲, 而有不能盡其眞者矣.
도리어 의도의 작위함에 섞여 참된 것을 다할 수가 없다.
문과 시의 차이, 시를 지을 때 알아야 할 것
文也者, 文其言者也;
산문이란 그 말을 문식하는 것이고
詩也者, 文其聲者也,
시란 그 소리를 문식하는 것으로
文以遠而離, 詩以近而盡,
산문은 머니까 이반(離叛)되고 시는 비근하니까 곡진(曲盡)하니
固其理然也.
참으로 그 이치가 그러한 것이다.
| 文 | 詩 |
문식대상 | 言 | 聲 |
결과 | 遠 ⇨ 離 | 近 ⇨ 盡 |
是以感人之極致, 必於詩求之.
이런 까닭으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극치를 반드시 시에서 그것을 구하는 것이다.
上下神祗, 於是乎格之;
천신(天神)과 지신(地神)이 여기에서 이르러 오고
賓主君臣. 於是乎和之;
손님과 주인, 임금과 신하가 여기에서 화답하며
移風易俗, 於是乎成之,
풍속이 바뀜이 여기에서 이루어지고
而皷舞作興之化, 亦於是乎盛焉.
북을 두드리고 춤추며 흥을 일으키는 교화가 또한 여기에서 성대해진다.
被之管絃, 動之歌詠,
관악기와 현악기로 연주되고 노래로 불려지며
用之百禮, 播之八域,
뭇 예절에 사용하고 팔도(八道)에 전파하니
斯固人之所不可不知者歟.
이것이 참으로 사람이 몰라선 안 되는 것이구나.
시를 지을 때 삼가야 할 것
雖然, 情則一也, 而邪正之各異;
비록 그러나 정은 하나지만 사악함과 바름이 각각 다르고
氣則一也, 而和戾之不齊.
기는 하나지만 화합함과 어긋남이 가지런하지 않다.
故易以治者, 亦易以亂;
그렇기 때문에 다스려지기 쉬운 것은 또한 난리 피우기 쉽고
易以化善者, 亦易以化惡,
선으로 교화되기 쉬운 사람들은 또한 악으로 교화되기 쉬우니
君子之所擇也, 可不愼歟.
군자가 선택하는 것을 삼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今夫文之有詩, 猶飮食之有酒也.
이제 대체로 문장 가운데 시가 있는 것은 음식 가운데 술이 있는 것과 같다.
紀事纂言, 文非不足也,
일을 기술하고 말을 모은 것이 문장의 부족한 것이 아니지만
而感人者, 莫如詩;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시 만한 게 없고
飢焉而飽, 渴焉而潤,
주림을 배부르게 하고 갈증은 적시기로
飮食非不足也,
음식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而合歡者, 莫如酒.
기쁨에 합치되는 것은 술 만한 게 없다.
是故, 宗廟朝廷之所用, 祭祀燕饗之所主,
이런 이유로 종묘와 조정에서 활용하는 것과 제사와 잔치에 주관하는 것이
不在彼而在此.
저기에 있지 않고 여기에 있다.
然亡國敗家, 移人心術之害,
그러나 나라를 망하게 하고 집을 무너뜨림과 사람의 심술을 옮김의 해로움은
亦往往不在彼而在此,
또한 이따금 저것에 있지 않고 이것에 있으니
嗚呼! 可不愼歟? 『淵泉先生文集』 卷之二十四
아! 삼가지 않겠는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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