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음악을 좋아한 연암ㆍ담헌ㆍ효효재ㆍ풍무자
先君精於審音, 而湛軒公尤曉樂律.
一日先君在湛軒室, 見樑上掛歐羅鐵絃琴數張. 盖因燕使歲出吾東, 而時人無解彈者. 先君命侍者解下, 湛軒笑曰: “不解腔何用爲?” 先君試以小板按之曰: “君第持伽倻琴來, 逐絃對按, 驗其諧否也.” 數回撫弄, 腔調果合不差, 自是鐵琴始盛行於世.
時有琴師金檍, 號風舞子, 嘐嘐齋所命也. 爲娛新飜鐵琴, 會湛軒室, 時夜靜樂作, 嘐嘐公乘月不期而至, 聽笙琴迭作, 意甚樂, 扣案上銅盤以節之, 誦『詩』「伐木」章興勃勃也. 已而嘐嘐公起出戶, 久不入, 出視之, 不見公. 湛軒語先君, “吾輩恐有失儀, 令長者歸也.”
遂與共步月, 向嘐嘐宅, 至水標橋. 時方大雪初霽, 月益明, 見公膝橫一張琴, 岸巾坐橋上望月. 衆皆驚喜, 移設杯盤樂具, 陪遊盡歡而罷.
先君嘗語此而曰: “自嘐嘐公沒, 不可復有如此韵事.”
해석
先君精於審音, 而湛軒公尤曉樂律.
선군께서는 음표를 살피는 데 정밀했고 담헌공은 더욱 음악에 밝았다.
一日先君在湛軒室,
하루는 선군께서 담헌공의 집에 있을 적에
見樑上掛歐羅鐵絃琴數張.
대들보 위에서 구라철현금 여러 개가 걸려 있는 걸 보았다.
盖因燕使歲出吾東,
대체로 중국 사신이 해마다 우리 동방에 가져왔지만
당시 사람들이 가락을 변주하여 타질 못했다.
先君命侍者解下,
선군께서 하인에게 명하여 풀어내리라고 하니
湛軒笑曰: “不解腔何用爲?”
담헌은 웃으며 “가락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무엇에 쓰려오?”라고 말했다.
先君試以小板按之曰:
선군께선 시험삼아 작은 나무판으로 그걸 타시며 말씀하셨다.
“君第持伽倻琴來, 逐絃對按,
“그대는 다만 가야금을 가져와 거문고를 따라 마주하고 연주하며
驗其諧否也.”
화음할 수 있는지 아닌지 시험해 보자구.”
數回撫弄, 腔調果合不差,
여러 번 치며 연주해보니 가락이 과연 어울리며 어긋나지 않았고
自是鐵琴始盛行於世.
이로부터 철현금이 비로소 세상에 성행하게 됐다.
時有琴師金檍, 號風舞子,
그때에 거문고 연주자인 김억이 있어 호는 풍무자였고
嘐嘐齋所命也.
선배 효효재 김용겸(金用謙)이 붙여준 것이었다.
爲娛新飜鐵琴, 會湛軒室,
새로 조율한 철현금을 즐기기 위해서 담헌의 집에 모여
時夜靜樂作,
이날 밤에 고요히 음악을 연주했다.
嘐嘐公乘月不期而至, 聽笙琴迭作,
효효재는 달빛을 타고 기약도 않은 채 이르러 생황과 가야금이 번갈아 연주되는 걸 들었고
意甚樂, 扣案上銅盤以節之,
마음이 매우 즐거워지자 책상 위의 동 쟁반을 두드리고 가락을 맞춰
誦『詩』「伐木」章興勃勃也.
『시경』의 「벌목」장을 읊조리니 흥취가 자꾸 일어났다.
已而嘐嘐公起出戶, 久不入,
이윽고 효효재는 일어나 문을 나가고서 오래도록 들어오지 않자
出視之, 不見公.
나가서 그를 보니 공은 보이질 않았다.
湛軒語先君, “吾輩恐有失儀, 令長者歸也.”
담헌은 선군께 “우리들이 아마도 법도를 잃어 어르신에게 돌아가시도록 했구려.”라고 말했다.
遂與共步月, 向嘐嘐宅, 至水標橋.
마침내 함께 달빛에 걸어 효효재의 집을 향하다가 수표교에 이르렀다.
時方大雪初霽, 月益明,
그때는 곧 큰 눈이 처음으로 그쳐 달이 더욱 밝았고
見公膝橫一張琴,
바라보니 효효재공은 무릎에 하나의 거문고를 비껴 잡고선
岸巾坐橋上望月.
두건을 뒤로 제켜 쓴 채 다리 위에 앉아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衆皆驚喜, 移設杯盤樂具,
여럿이 모두 놀라고 기뻐하며 술잔과 쟁반과 악기들을 옮겨와
陪遊盡歡而罷.
모시고 놀다가 즐거움이 다하자 그만 두었다.
先君嘗語此而曰:
선군께서 일찍이 이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自嘐嘐公沒, 不可復有如此韵事.”
“효효공께서 돌아가신 때로부터 다시는 이와 같은 운치 있는 일이 없었다.”
인용
- 해탄(解彈): 본디 가락을 변주하여 타는 가락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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