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기록하다
기몽(記夢)
권필(權韠)
夜夢靑童引我去 忽到雲霞最深處
仙樂風飄自帝所 玉樓十二高入天
五色靄靄煙非煙 攝身飛上身飄然
金支翠蓋相後先 左右環佩羅群仙
余乃長跪玉皇前 焚香敬受長生編
一讀可度三千年 簷間語燕聲呢喃
破牕透雨寒𩁺𩁺 招魂不復煩巫咸
此身兀兀仍世間 眼前萬事頭欲斑
幾時長往巢神山 『石洲集』 卷之二
▲ 고구려 5회분 4호묘 고분벽화 가운데 학과 용을 탄 신선.
해석
夜夢靑童引我去 야몽청동인아거 | 밤에 꿈속에서 푸른 동자가 나를 이끌어 가더니 |
忽到雲霞最深處 홀도운하최심처 | 갑자기 구름 노을 가장 깊은 곳에 이르렀네. |
仙樂風飄自帝所 선락풍표자제소 | 신선의 풍류가 황제가 있던 곳으로부터 바람결에 불어오고 |
玉樓十二高入天 옥루십이고입천 | 옥루 12개【현포(玄圃): 곤륜산 정상에 있는 신선이 산다는 곳인데 여기에는 다섯 금대(金臺)와 열두 옥루, 그리고 기이한 꽃과 바위가 많다고 한다.】가 높이의 하늘에 솟아 있었네. |
五色靄靄煙非煙 오색애애연비연 | 오색구름이 빼곡하게 껴 연기인 듯 연기가 아닌 듯하여【『사기』 천관서(天官書)에 오색의 상서로운 구름인 경운(慶雲)을 형용하여 “안개 같으면서 안개가 아니고 구름 같으면서 구름이 아니다.[若烟非烟 若雲非雲]” 하였다.】 |
攝身飛上身飄然 섭신비상신표연 | 몸을 집어 날게 하니 몸이 나부낀다네. |
金支翠蓋相後先 금지취개상후선 | 금지와 취개【금지는 악기 위의 장식이고 취개는 푸른빛 수레 덮개로 신선의 행차를 뜻한다. 두보(杜甫)의 미피행(渼陂行)에 “상비와 한녀가 나와 노래하고 춤추니 금지와 취기의 빛이 있는 듯 없는 듯해라.〔湘妃漢女出歌舞 金支翠旗光有無〕” 하였다. 상비(湘妃)는 순 임금이 남쪽 지방을 순행하다가 창오산(蒼梧山)에서 별세하자 순 임금의 비(妃)인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이 창오산으로 가다가 상수(湘水)에 막혀 가지 못하고 강가에서 울다가 죽어서 상수의 신이 되었다 한다. 이를 다른 말로 상아(湘娥) 또는 상군(湘君)이라고도 한다. 한녀(漢女)는 주(周)나라 때 정교보(鄭交甫)가 초(楚)나라를 노닐다가 한고대(漢臯臺) 아래에서 만난 신녀(神女)이다.】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
左右環佩羅群仙 좌우환패라군선 | 좌우엔 패옥을 두른 뭇 신선들이 벌려 서 있네. |
余乃長跪玉皇前 여내장궤옥황전 | 내가 이에 옥황상제 앞에 길이 무릎 꿇고 |
焚香敬受長生編 분향경수장생편 | 향을 사르며 공경히 『장생편』【장생편(長生篇) : 신선의 불로장생술을 적은 책이다. 도사(道士) 오균(吳筠)이 지은 보허사(步虛詞)에 “원영과 도군이 낭랑하게 장생편을 읊는다.〔元英與桃君 郞詠長生篇〕” 하였다. 『唐文粹」 卷13】을 받고서 |
一讀可度三千年 일독가도삼천년 | 한 번 읽으면 3000년이 지낼 만하다네. |
簷間語燕聲呢喃 첨간어연성니남 | 처마 사이에는 말하는 제비의 소리가 재잘거리고 |
破牕透雨寒𩁺𩁺 파창투우한삼삼 | 깨진 창엔 비가 스며 차갑게 부슬부슬. |
招魂不復煩巫咸 초혼불부번무함 | 넋 불러도 돌아오지 않고 무함만 번거롭고 |
此身兀兀仍世間 차신올올잉세간 | 이 몸만 우뚝하게 세상 사이에 남았네【꿈속에 깊이 빠져서 좀처럼 깨어나지 않음을 뜻한다. 무함(巫咸)은 고대의 신령한 무당으로, 은(殷)나라 중종(中宗) 때 하늘에서 내려왔다 한다. 『서경(書經)』 군석(君奭)에 “무함이 왕가를 다스렸다.” 하였다. 한유(韓愈)의 ‘코 골며 자는 것을 조롱하다.〔嘲鼾睡〕’에 “비록 무함을 시켜 불러도 혼백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워라.[雖令巫咸招 魂爽難復在]” 하였다.】. |
眼前萬事頭欲斑 안전만사두욕반 | 눈 앞 뭇 일에 머리가 어지러워지려 하니 |
幾時長往巢神山 기시장왕소신산 | 어느 때에 길이 가서 신선의 산에 깃들꼬.『石洲集』 卷之二 |
인용
'한시놀이터 > 삼국&고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인량 - 주중야음(舟中夜吟) (0) | 2022.10.27 |
---|---|
노영수 - 투모관(投某官) (0) | 2022.10.27 |
권근 - 성동영가 차윤대제조(城東迎駕 次尹待制詔) (0) | 2022.07.25 |
권근 - 시고개벽동이주(始古開闢東夷主) (0) | 2022.07.25 |
권근 - 이씨이거(李氏異居) (0) | 2022.07.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