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고기 파는 노인을 시와 산문에서 다루는 차이점
작자 홍성민은 1591년에 함경북도 부령의 강촌(羗村)이란 곳으로 귀양을 갔었다. 이 시는 거기서 자신이 목도한 사실을 쓴 것이다. 작자는 동일한 소재를 따로 산문으로 쓰기도 했다.(「매어옹문답서賣魚翁問答敍」)
이 시에는 세 인물이 등장하고 있다. 고기를 잡아서 파는 노인과 곡식을 가진 사람, 그리고 시인이다. 고기 파는 자는 획득하는 과정의 위험부담을 내세워 고기의 가치를 주장하고 곡식 가진 자는 인간의 생존에 좀더 기본적임을 들어 곡식의 가치를 주장해서 서로 값을 다툰다. 시인은 그 다툼을 중재하여 거래를 성립시킨 다음, 고기팔이 늙은이에게 왜 하필 험난하고 괴로운 일을 사서 하느냐고 묻는다. 이어 그 노인은 살아가기 위해 불가피한 일임을 일깨워준다.
이 대략의 줄거리는 시와 산문이 서로 일치하는 것이다. 작품의 주제 역시 서로 다르지 않다. 즉 시의 맨 마지막 구절에서 “노인의 이야기 듣다가 낯 뜨거워 대꾸도 못 한 채 / 나는 할 말을 잃고 공연히 두 손만 비비고 섰네[聞來赧顔慙不對 吾舌難將吾手捫]”라고 시인이 소회를 직접 밝힌바 노동하는 인간의 먹고살기 위한 노고를 삶의 진실로 인식하는 내용이다. 다만, 산문 쪽이 사실을 보다 상세히 전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작품에서 받는 인상은 서로 같지 않다. 시는 대체로 한결 간결하게 서술되었다. 특히 곡식 가진 자가 주장한 말과 시인이 중재한 사연을 대담하게 생략해버렸다. 반면에 고기 파는 노인의 바다에서 조업하는 위험이 상세하고도 다소 과장되게 그려져 있다. 그리고 고기 잡는 일을 왜 굳이 하느냐는 시인의 의문에 보였던 반응을 “고기 파는 늙은이 나의 말에 도리어 박수를 치면서 / 껄껄 웃음 내놓는데 수염이 앞으로 솟아오르네[翁聞吾語還拍手 一笑不覺髥自掀]”라고 아주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산문에서는 이 부분에 묘사적 표현을 쓰지 않고 넘어갔다. 요컨대, 시 쪽에서 고기 파는 노인의 성격이 좀더 뚜렷하게 되고 형상이 보다 강하게 부각된 것이다. 여기서 형상성이 강화되는 서사시의 한 특성을 엿볼 수 있다. 시인은 현장적 체험을 통해 삶의 진실을 깨닫고 그만큼 서사성에 다가갔던 셈이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1권, 창비, 2020년, 125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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