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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하 - 모녀편(毛女篇) 본문

한시놀이터/서사한시

신광하 - 모녀편(毛女篇)

건방진방랑자 2021. 8. 1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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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에서 짐승과 함께 살 수밖에 없던 두 털난 여자의 이야기

모녀편(毛女篇)

 

신광하(申光河)

 

聞有兩毛女 白日飛木末 들어보니 두 털난 여자가 있으니 백주대낮에 나무 끝을 날라다닌다네.
獵夫捕一女 遍體生蒼髮 사냥꾼이 한 여자를 잡았는데 온 몸에 푸른 털이 나 있었다지.
自言慶源女 昔年遘代殺 그 사냥꾼이 말했다네. “함경북도 경원의 여자로 옛날에 대살[각주:1]을 만나
流民三百戶 擧家同時發 삼백 가호가 유민이 되어 온 집안이 동시에 출발하니
西入鐵瓮城 誤聞樂土說 서쪽으로 철옹성에 들어갔는데 낙토가 있단 말을 잘못 들었던 것이죠.
行至大小柳 一夜三丈雪 가서 두만강 상류의 대류동과 소류동에 이르러 하룻밤 세 길이의 눈 쌓였었죠.
鷄犬與牛馬 食肉飮其血 닭과 개와 소와 말의 고기를 먹고 피를 마셨죠.
幽陰迫凍餒 枕籍委土窟 깊은 음지에 동상과 굶주림이 핍박해와 서로를 깔며 누워 토굴에 버려졌는데
獨有兩女子 空山立突兀 오직 두 여자만이 공허한 산에 우뚝 서 있었지요.
不知春與秋 飮水食木實 봄과 가을 알지 못하고 물을 마시고 나무 열매 먹고
毛成體輕擧 無復懷被褐 털이 나 온 몸이 가벼워져 다시 갈옷 입을 마음 없었죠.
自入麇鹿群 豈有熊鳥術 스스로 노루와 사슴 무리로 들어가니 아마도 곰과 새의 재주 있으리.
遣女還故鄕 故鄕非昔日 여자에게 고향으로 돌아가게 하니 고향은 옛날 같지 않아
鄰里驚逐之 各自閉其室 이웃마을이 놀라 그들을 쫓아내 각각 스스로 집을 닫아걸었죠.
毛女大恐啼 獨居不敢出 털난 여자는 크게 겁내며 울며 혼자 기거하며 감히 나오지 않았더랩니다.
願還兒山中 慟哭聲如鐵 원컨대 나를 산 속으로 돌려보내주오라고 하는 통곡하는 소리 쇳소리 같았죠.
復食知饑寒 毛落而立絶 다시 먹으며 굶주림과 추위 알게 됐고 털이 빠지자 곧 목숨이 끊어졌답니다.
一女不知終 千巖復萬穴 한 명의 털난 여자는 끝마침 알지 못하니 천 길 벼랑이나 또 일 만 길이의 굴에 있으련지
邇來數十年 耳目所記述 그때로부터 수십 년 귀와 눈으로 기술한 것이니
土人向余說 此事眞恍惚 고을 사람들이 나를 향해 말하는데 그 일이 진실로 황홀하구나.
荒怪理或有 惜哉道未卒 황당하고 기괴한 이치 혹 있어 왔지만 애석하구나! 말이 끝나지 않았으니.
所以華山女 千歲不死滅 그런 까닭에 화산녀[각주:2]는 천년에 사멸하지 않았던가?震澤集6 白頭錄

 

 

 

 

인용

목차

해설

 
  1. 대살(代殺): 살인한 사람에 대하여 그 목숨의 대가로 죽이는 일을 말한다. [본문으로]
  2. 화산녀(華山女): 악부(樂府) 가곡(歌曲)인 「화산기(華山畿)」에 등장하는 여성이다. 송 소제(宋少帝) 때에 한 선비가 화산기로부터 운양(雲陽)을 가다가 여관에서 약 18~19세쯤 된 여인을 보고는 좋아하였으나 어찌할 수가 없어 마침내 심질(心疾)을 얻어 죽게 되자, 자기 모친에게 유언하기를 "나를 장사지낼 적에 화산을 경유해 주십시오."라고 하였다. 그래서 모친이 그의 말대로 관(棺)을 싣고 화산을 들러 그 여인의 문앞에 이르자, 말이 더 이상 가지 않으려고 마구 버티었다. 그러자 그 여인이 목욕하고 단장한 다음, 문을 나와서 노래하기를 "화산기여, 그대는 이미 나를 위해 죽었으니, 혼자 살아서 누구를 위해 이 몸 바치랴. 예뻐할 때처럼 좋아한다면, 관목이 나를 위해 열려다오[華山畿 君旣爲儂死 獨活爲誰施 歡若見憐時 棺木爲儂開]" 하니, 관목이 과연 열리자 그 여인이 관 속으로 들어가서 함께 죽으므로, 마침내 그 선비와 합장하여 이를 신녀총(神女冢)이라 부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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