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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백두산에 살던 털난 두 여자의 신이한 이야기를 발굴하다
시인 신광하는 1784년(정조 8년)에 56세의 나이로 두만강을 거슬러 백두산을 오르는데 이 여정의 견문이 『백두록 (白頭錄)』으로 엮인다. 「모녀편(毛女篇)」은 그중에 들어 있는 것이다.
이 시의 소재는 백두산 가는 길에 들은 이야기다. ‘모녀(毛女)’는 소설 『임꺽정(林巨正)』에 나오는 운총과 천왕동이 남매를 연상케 하며, 조선판 ‘타잔’이라 불러도 과히 망발(妄發)은 안 될 듯싶다. 시인은 이 신이한 소재를, 낭만성을 살려내면서도 사회적ㆍ현실적인 문제로 보는 기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모녀(毛女)의 소종래(所從來)를 유민(遺民)으로 설정하여 문제의 발단을 사회적 모순에다 연결지었거니와, 철저히 고립되고 험난한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한 고투과정에서 마침내 ‘모녀(毛女)’로 변형이 되었다 한다. 실로 인간의 강인한 면모다.
그러나 이 모녀(毛女)가 인간세상으로 귀환하자 이내 죽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처럼 강인했던 인간을 죽게 만든 인간세상이 도대체 어떤 세상인지 한번 숙연히 생각게 한다. 그리고 잡히지 않았던 “다른 한 모녀는 끝내 어찌된 줄 모르니 /천암만혈에 어디로 갔을지[一女不知終 千巖復萬穴]”라고 하여, 시는 또다시 무한한 여운을 남긴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1권, 창비, 2020년, 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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