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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구를 맞아 용감히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이대원 장군을 기리며 1
녹도가(鹿島歌)
정기명(鄭起溟)
萬曆丁亥吾王二十一年 | 만력 정해년 우리 임금 21년(1587)년 |
月孟春旣望 | 그 달 정월 16일에 |
島夷竊發來驚邊 | 왜놈들이 몰래 출발하여 국경을 놀래키고 |
掠我民人載之船 | 우리의 인민을 납치하여 배에 싣고 |
不復畏忌飄然以旋 | 다시 두려워하거나 꺼리지 않고 나부끼듯 돌아가버렸다. |
鹿島李將軍聞其事 | 녹도의 이대원 장군이 이 사실을 듣고서 |
卽杖劍起 | 곧장 검을 잡고서 일어났는데 |
時天寒雨雪多 | 날씨는 춥고 비와 눈이 많이 내리니 |
海上師人涷墮指 | 바닷가 군사들은 동상에 걸려 손가락 떨어지네. |
將軍鳴角弓 | 장군은 소나 양의 뿔로 장식한 각궁을 올리고 |
一葉舟萬杖滄波裏 | 일엽편주(一葉片舟)로 만 길이의 파도 속으로 나가 |
身穿百萬 | 몸이 백만 적군을 뚫고 |
逐斬諸夷若草刈 | 쫓아가 뭇 왜구 베는 게 풀을 베 듯했으며 |
歸到軍無亡一士 | 귀환하니 군사 중 한 명의 군사도 잃지 않았다. |
上首虜謁主帥 | 수로 2를 올리고 주수 심암(沈巖)을 뵈니 |
主帥呼來言附耳 | 주수는 불러 오도록 하고서 귀엣말을 했고 |
將軍拜跪說云云 | 이장군은 무릅 꿇고 절하며 이러쿵 저러쿵 말하자 |
主帥低頭含憤恥 | 주수는 머리를 숙인 채 분노와 수치심을 머금었다. |
邊書入奏 | 변방의 공문서로 알리자 |
王乃歎爵命六秩 | 임금은 곧 감탄하며 6품의 벼슬 명하셔서 |
大褒將軍之功勞 | 크게 장군의 공로를 기렸다. |
居無何又賊大來 | 거한 지 얼마되지 않아 또한 왜구가 많이들 쳐들어오니 |
出沒可見三十艘 | 출몰한 것이 30척을 볼 만했다. |
日暮兵少不欲戰 | 해는 저물었고 병사는 적어 싸우려 하지 않았는데 |
將軍之慮在國事 | 장군의 염려는 국사에 있어 |
强使趋敵脅以威 | 강하게 적을 쫓아 위엄으로 위협하려 했지만 |
主帥之心駈死地 | 주수의 마음은 사지로 몰아넣는 것이었다. |
將軍且行告主帥 | 장군이 또한 행차함에 주수에게 고했다. |
合力乃濟公須繼 | “힘을 합해야 곧 구제하게 되니, 공께서도 반드시 이어 오십시오.” |
將軍衝突震風雷 | 장군이 적진과 충돌하니 바람과 우레 진동하는 듯하고 |
虜人相看哭且愁 | 왜구는 서로 보며 곡하면서 또한 걱정스러워하네. |
戰勢方張易破竹 | 전투의 기세 곧장 펴지니 쉽기가 파죽지세(破竹之勢)지만 |
賊來四面嬰我舟 | 적이 사면에서 와서 우리의 배에 맞닿으니 |
敗者創者亂走北 | 패배한 군사들은 상처입은 군사들은 어지러이 패주한다. |
可哀將軍兮 獨厄乎汀洲 | 가련쿠나 이장군이여! 홀로 바다에서 곤액을 당했구나. |
鵝翎金瓜射皆盡 | 거위깃 화살과 금색 쇠뇌도 모두 떨어졌으니 |
徒手空拳可奈何 | 맨손과 빈 주먹으로 어이할 거나? |
旁撞仰刺血如雨 | 곁을 치고 우러러 찌르니 피가 비인 듯 쏟아지니 |
賊氣雖摧來益多 | 적의 기세가 비록 꺾였다가 오니 더욱 왕성해진다. |
當時主帥走咫尺 | 당시의 주수는 지척으로 달아나서 |
熟視甘心義則那 | 노려 보면서 마음으로 달갑게 여기니 의리상 어이하는 것인가? |
將軍力旣窮 回頭問其奴 | 장군의 힘이 이미 다하자 고개 돌려 머슴에게 묻자 |
奴曰帥已退 | 머슴은 “주수는 이미 퇴각했어라.”라고 말하니, |
滄海茫茫落日孤 | 푸른 바다 아득하게 해는 외로이 떨어진다. |
將軍懷左契 北望三長吁 | 장군은 좌계 3를 품고 북쪽 바라보며 세 번 길게 탄식했다. |
須臾身被虜中獲 | 잠깐만이 몸이 왜구에게 포획 당하니 |
事極慘怛難可詳 | 일이 매우 참담해 자세하게 말하기 어렵다. |
精忠至今未盡白 | 정성스런 충성이 지금에 이르러 모두 드러나지 않고 |
元惡久活違刑章 | 원래의 악인은 오래도록 살아 형벌을 받지 않았다. |
吾王九重明且聖 | 우리 임금은 구중궁궐은 밝고도 또한 성스럽지만 |
下有何人阻關梁 | 아래에 어떤 사람이 있기에 관문과 교량을 막는 것인가? |
噫噫哀將軍之死者 | 아아! 장군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은 |
邊庭士女萬口同 | 변방의 남녀 뭇 입에서 같은 소리이고 |
望將軍之歸者 | 장군의 돌아오길 바라는 사람은 |
洛陽城南妻與兒 | 서울 성 남쪽의 아내와 아이다. |
將軍將軍今安在 | 장군이여! 장군이여! 지금 어디 있는가? |
我願將軍 | 나는 장군께서 |
身作長鯨藏海湄 | 몸이 긴 고래가 되어 바다속에 숨었다가 |
蠻奴若或近我疆 | 왜놈이 만약 우리 강토에 가까이 오거든 |
奮鬐張牙呑殺之 | 지느러미를 떨치고 이빨을 빼내 삼켜서 그들을 죽여주길 원합니다. 『송강집(松江集)』 |
인용
- 이대원(李大源)[1566~1587] 장군이 고흥 녹도만호(鹿島萬戶)로 있을 때인 1587년(선조 20) 2월, 남해안에 왜구가 나타나 양민을 괴롭히자 그들과 일전을 벌였다. 이대원 장군은 적장을 사로잡아 전라좌수사 심암(沈巖)에게 넘겼다. 그러나 전공을 자기 것으로 하자는 전라좌수사 심암의 부탁을 거절하는 바람에 그의 미움을 샀다. 또다시 왜구가 대규모로 손죽도에 쳐들어왔다. 이대원 장군에 대한 감정이 가시지 않았던 전라좌수사 심암은 단지 병사 1백여 명을 이대원 장군에게 주어 싸우도록 명했다. 중과부적의 위기에 몰린 이 장군은 절명시를 남기고 그만 전사했다. 이 소식을 들은 송강(松江) 정철(鄭澈)의 아들 화곡(華谷) 정기명(鄭起溟)[1558~1589]은 전라좌수사 심암의 잘못과 이 장군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기 위하여 「녹도가」를 지었다. [본문으로]
- 수로(首虜): 싸움터에서 목을 베어 얻은 적의 머리와 잡은 포로 [본문으로]
- 좌계(左契) : 둘로 나눈 부신(符信) 가운데 왼쪽의 것을 의미하는데, 명확한 증거를 뜻하는 말이다. 『노자(老子)』 에 “성인은 좌계를 가질 뿐이지 사람을 책망하지는 않는다.[聖人執左契 而不責於人]”라는 말이 보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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