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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도가(鹿島歌) - 해설. 임란 이전에 왜구와 싸운 인물의 형상 본문

한시놀이터/서사한시

녹도가(鹿島歌) - 해설. 임란 이전에 왜구와 싸운 인물의 형상

건방진방랑자 2021. 8. 1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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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임란 이전에 왜구와 싸운 인물의 형상

 

일본은 임진왜란(壬辰倭亂)을 일으키려 하면서 조선의 내부를 정탐하는 활동을 은밀히 벌이는 한편, 해안 지역에 부분적인 도발행위를 감행해왔다.

 

녹도가의 첫 머리에서 만력 정해년 우리 임금 21년이라 / () 왜구가 우리 변경을 침입해서 / 백성들을 붙잡아 배에 싣고 / 아무 거리낌 없이 횡 하고 돌아갔더라네[萬曆丁亥吾王二十一年 () 島夷竊發來驚邊 不復畏忌飄然以旋]”라고 한 사건은 그런 상황에서 일어난 일의 하나다. 이때 녹도 만호로 있던 이대원이라는 무장은 왜군을 추격해서 적선 20여척을 격파하는 전과를 올렸지만, 곧 다시 규모를 갖춰 침공한 적과 싸우다가 중과부적(衆寡不敵)으로 마침내 붙잡혀 죽게 된다.

 

직속상관인 전라좌수사가 개인적인 악감을 품고 군대를 파견하지 않아 고립무원(孤立無援)이 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 당시에 젊은 정기명은 이 사실을 알고 비분강개하여 이대원의 애국적 행동과 비장한 죽음을 기려서 녹도가를 쓴 것이다.

 

이 작품은 서사시적 특징으로 몇 가지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는 역사기록적인 성격인데, 앞서 인용했듯 서두부터 편년체의 서술방식으로 시작한 것이다. 내용이 역사적 사실임을 먼저 분명히 하려는 서사전략으로 읽힌다.

둘째, 서술 형식의 측면인데, 5언과 7언을 주로 쓰면서 3언과 4언을 섞기도 했다. 구법을 자유로 구사하여 활달하면서도 생동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

셋째는 형상화의 문제인데, 주인공을 무장으로서 헌신적이고 애국적인 인물로 뚜렷이 부각시킨 것이다. 그리하여 끝맺음을 장군의 육신은 고래가 되어 바다에 숨었다가 / 왜놈들 혹시라도 우리 강토 침범하거든 / 성난 수염 무서운 이빨로 잡아 삼키소서[我願將軍 身作長鯨藏海湄 蠻奴若或近我疆 奮鬐張牙呑殺之]”라고 노래했다.

 

사건이 발발한 시점은 1587년인데, 그 직후에 정기명은 이 시를 지은 것으로 보이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인 1589년에 요절했다. 그가 죽고 3년 후에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시인은 대전란을 예감하며 왜군과 몸을 던져 싸운 한 애국적인 인물을 기리는 우국시를 지었던 것이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2, 창비, 2020, 46~47

 

 

 

 

인용

원문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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