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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흡 - 안현가(鞍峴歌) 본문

한시놀이터/서사한시

김창흡 - 안현가(鞍峴歌)

건방진방랑자 2021. 8. 17.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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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마재[각주:1]에서 이괄의 난을 제압한 정충신을 그리며

안현가(鞍峴歌)

 

김창흡(金昌翕)

 

鄭錦南眞英雄 금남 정충신(鄭忠信)은 참 영웅이니
骨聳精緊萬人中 뼈가 솟고 정기가 만 사람 중에서 휘 감았으며
氣候分明朱義封 기후가 분명한 건 의봉 주연(朱然)[각주:2]이고
胸襟沈靜王司空 흉금이 잠잠하고 고요한 건 왕사공[각주:3]이네.
亦有春秋癖經緯 또한 세월 동안 역사에 관심이 있어
六韜三略通平生 육도와 삼략을 평생동안에 통하였지.
知遇李鰲城 오성 이항복(李恒福)과 친했으며
一時服事張玉城 한 때에 옥성부원군 장옥성[張晩]을 심복하며 섬겼네.
關西督府載草草 관서의 도독부는 임무가 어설퍼
半繕營壘未鍊兵 반쯤 보루를 보수하고 경영하며 병사들 훈련을 마치지 못했는데
蜂目將軍擧事速 봉목장군 이괄(李适)은 거사를 신속히 하였으니
卒銳久已輕朝廷 마침내 정예(精銳)의 군사로 이미 조정을 경시한 지 오래였네.
長驅萬騎蔽天塵 길게 일 만의 기마병 몰고 하늘의 먼지를 가릴 정도였고
前茅靑衣數千人 푸른 옷에 창을 낀 수 천 사람을 앞세우니
薩水猪灘一勢潰 대동강인 살수도, 예성강인 저탄도 한 기세에 무너져
百官跣足千乘奔 뭇 관리들 맨발로 달아나고 임금도 달아났네.
元戎左次但袖手 도독은 후퇴하여 머뭇거렸는데[각주:4] 다만 수수방관(袖手傍觀)이었고
王在賊前我在後 임금은 적들의 앞에 있는데 우리들은 뒤에 있었다네.
將軍於此試鷹騰 장군은 이때에 매와 같은 우뚝함을 시험해 보여
左提右挈南以興 남이흥[각주:5]을 왼쪽으로 끌고 오른쪽으로 이끌었네.
决機先唱據北山 기회를 결정하여 선창하고 북산을 점거하고
牙旗高揷雲之間 아기[각주:6]를 높이 구름 사이에 꽂았네.
蜂攢蟻集仰萬弩 벌이 개미 모이듯 반란군이 모여 뭇 쇠뇌를 높이 치켜드니
風自西來鼓天怒 바람이 서쪽으로부터 불어 하늘을 고무시켜 성내게 하네.
漢城千街屋瓦震 서울의 여러 거리 집 기와들이 진동하고
弼雲三面飈沙舞 필운대(弼雲臺)의 삼면에서 태풍에 모랫바람 아롱지더니
亂砲之下賊無餘 어지러운 화포의 아래에 적은 남김이 없고
龍衣裹血禾川滸 용의를 입혀논 흥안군(興安君)은 화천의 물가에서 피에 묻혔다네.
凱鼓淵淵鐘簴完 개선의 북소리 둥둥 울리고 종거[각주:7]는 완전하였고
翠華徐渡錦水還 임금[각주:8]께선 천천히 금강을 건너 돌아왔네.
道左匍匐庶人服 장군을 길 왼편에 백성의 복장으로 포복하니
功高心小王乃嘆 공이 높음에도 마음은 세심해 임금은 이에 탄복했네.
漢水如帶鼎岳礪 한강은 말라 띠처럼 되고 정악산은 닳아 숫돌이 되도록[각주:9]
白馬朱血登銅盤 백마의 붉은 피 동이 쟁반에 담았네.
敦義門南畵戟竪 돈의문 남쪽의 화극[각주:10] 세워진 곳
鐵券所藏遺棟宇 철권[각주:11]을 가지고 있던 집은 남아 있네.
功在山河不可泯 공은 산과 강에 남아 있어 없앨 수 없는데
屋如傳舍幾易主 집은 역관(驛館) 같으니 몇 번이나 주인이 바뀌었던가?
雪天鞍馬小儒過 눈 내리던 날 말에 안장 걸고 작은 선비 지나는데
軒前鞍峴猶嵯峩 처마 앞 길마재는 아직도 우뚝하더라.
到今國活賴此峴 지금에 이르러 나라의 활기는 이 고개에 힘입은 것이니
不有將軍國如何 장군이 있지 않았다면 나라는 어찌 되었으려나?
近者登萊有風色 근래에 등주와 내주[각주:12]에 남다른 바람이 있다 하니
鼙鼓興思在牧頗 비고[각주:13]가 이목(李牧)과 염파(廉頗)에 대한 생각 일으키네.
兵家制勝貴用奇 병가에선 이기는 데엔 기이한 계책 쓰는 걸 귀하다 하는데
焉用紛紛築城多 어찌하여 바쁘게 많이들 성만 쌓는가?
思公英偉不可作 공의 영웅스럽고 위대한 모습 생각하나 생각나질 않기에
倚柱遂作鞍峴歌 기둥에 기대 마침내 길마재 노래를 짓는다.三淵集卷之九

 

 

 

 

인용

목차

작가 이력 및 작품

해설

 
  1. 안현(鞍峴): 서대문에서 홍제동으로 넘어가는 고개로 길마재라고도 한다. 이곳에서 이괄(李适)의 반군이 추격하는 관군에 패전했다. [본문으로]
  2. 주의봉(朱義封): 주연(朱然)은 삼국 시대 오(吳)나라 장수로, 자는 의봉(義封)이며 본성은 시(施)였다. 『심경부주(心經附註)』 권1의 「잠수복의장(潛雖伏矣章)」에서 주희가 말하기를 "삼국 시대 주연은 종일토록 삼가고 조심하여 마치 행진하여 대열에 있는 것처럼 하였다 하니, 학자들은 이러한 자세를 견지하면 마음을 항상 방만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본문으로]
  3. 왕사공(王司空): 중국 삼국시대 위(魏) 나라 사람인 왕창(王昶)을 가리킴. [본문으로]
  4. 좌차(左次): 후퇴하여 머뭇거린다는 뜻이다. [본문으로]
  5. 남이흥(南以興): ?~1627. 인조 때의 무신으로 이괄의 난을 진압한 공으로 의춘군(宜春君)에 봉해졌고 정묘호란 때 적군과 싸우다가 자결함. [본문으로]
  6. [아기(牙旗): 상아로 장식한 큰 깃발로, 왕이 거둥할 때 호위대장이 가지는 것이다. [본문으로]
  7. 종거(鍾簴): 종묘에 설치한 악기(樂器)다. 당 나라 장수 이성(李晟)이 주자(朱泚)의 반란을 평정하여 수도를 수복한 뒤에 임금에게 보고하는 글에, "종거가 놀라지 않고 종묘의 모양이 전과 같습니다[鍾簴不驚 廟貌如故]." 하는 구절이 있었다. [본문으로]
  8. 취화(翠華): 비취(翡翠)의 깃으로 장식한 천자(天子)의 기(旗). 또는 천자(天子)의 일산(日傘). [본문으로]
  9. [『사기(史記)』 「고조공신후자연표(高祖功臣侯者年表)」에 "관작 봉하는 맹세에 '하수가 옷의 띠처럼 가늘어지고 태산이 숫돌처럼 작아질 때까지 나라가 길이 안녕할 것이고 후손에게까지 미치게 하겠다.'"고 하여, 공신의 가족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하였다. [본문으로]
  10. 화극(畫戟): 당나라 때 3품 이상 고위 관원의 저택 문 앞에 세워 두었던 채색(彩色)한 목창(木槍)이다. [본문으로]
  11. [철권(鐵券): 옛날 제왕(帝王)이 공신(功臣)들에게 나누어주던 철제(鐵制)의 계권(契券)을 말하는데, 맨 위에 단사(丹砂)로 서사(誓詞)를 썼던바, 한(漢) 나라가 천하를 통일하고 나서 공신들을 봉작(封爵)하는 서사에 "황하가 띠처럼 가늘어지고, 태산이 숫돌처럼 닳는다 하더라도, 나라는 영원히 보존되어, 후손에게 대대로 영화가 미치게 하리라[使黃河如帶 泰山若礪 國以永存 爰及苗裔]"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본문으로]
  12. 등래(登萊): 등주(登州)와 내주(萊州)의 합칭으로 중국 산동성(山東省) 일대를 말한다. [본문으로]
  13. 비고(鼙鼓): 기병(騎兵)들이 쓰는 작은북이다.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에 이르기를 "어양에서 비고 소리 땅 울리며 침입하니, 예상우의곡의 노래 놀라서 다 깨졌다네.[漁陽鼙鼓動地來 驚破霓裳羽衣曲]" 하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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