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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화암에서 기이한 사연을 지닌 노승을 만나다
梨花古庵一老釋 | 이화 오랜 암자의 한 노승이 |
九十五歲猶矍鑠 | 95세인데도 아직도 눈빛이 또렷했다 1. |
我昔南遊客湖中 | 내가 옛적에 남쪽으로 충청도를 유람할 적에 |
偶過此寺曾一識 | 우연히 이 사찰에 들러 일찍이 한 번 알게 됐다. |
黃髮髼鬆剪復生 | 누런 빛 머리털 2은 쑥대머리로 잘라도 다시 나고, |
碧眼閃睒光如射 | 푸른 눈은 반짝반짝하여 빛을 쏘는 듯했다. |
不念菩薩不燒香 | 보살에 염불하지도 향불을 사르지 않으며 |
深居但調龜鶴息 | 깊은 곳에 거처하며 다만 장생을 위한 귀학의 숨만 골랐다. |
有時發喉作商調 | 이따금 목청을 열어 구슬픈 노래 3를 지었는데 |
不似山歌與村曲 | 「산가(山歌)」 4와 「촌곡(村曲)」과는 같지 않았다. |
大漠陰風吹颯颯 | 광막한 땅에 음풍이 쏴아 불어대니 |
滿寺紅葉驚摵摵 | 절 가득 붉은 잎들 우수수 놀랄 적에 |
寺中苾蒭向余言 | 사찰의 비구니 5가 나를 향하여 말했다. |
異哉此僧平生跡 | “기이합니다! 우리 스님의 평생 자취가.” |
悄悄山鐘初歇後 | 경쾌하던 6 산사의 종 막 그친 뒤 |
熒熒佛燈微翳夕 | 가물가물 등불이 희미해진 저녁에 |
斂手就坐坐近師 | 손을 모으고 자리에 나가서 스님 곁에 앉아 말했다. |
願聞一語談宿昔 | “지난 날 7에 대한 한마디 말 듣고 싶습니다.” |
良久愀然若有思 | 오래도록 근심스레 생각하는 듯하여 |
欲說未說顔綽虐 | 말하려다가 채 못하고 안색이 불안했다 8. |
인용
3. 군대에서 인정받으며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하다
- 확삭(矍鑠): 노인이 여전히 강건하여 젊은이처럼 씩씩한 것을 말한다. 동한의 복파장군(伏波將軍) 마원(馬援)이 62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말에 뛰어올라 용맹을 보이자, 광무제(光武帝)가 "이 노인네가 참으로 씩씩하기도 하다[矍鑠哉是翁也]."라고 찬탄했던 고사가 전한다. 『후한서(後漢書)』 권(卷)24 「마원열전(馬援列傳)」 [본문으로]
- 황발(黃髮): 70∼80세의 노인을 가리킨다. [본문으로]
- 상조(商調): 오음(五音) 가운데 하나인 상(商)음을 위주로 하는 소리로 슬프고 처량하며 애원하는 듯한 소리를 말하며, 우조는 맑은 소리를 말한다. [본문으로]
- 산가(山歌): 형식은 짧으며 곡조는 투박하나 음조는 자유로운 민가의 가곡으로, 남방에서 유행했고 대부분 산이나 들판에서 노동가로 불려졌다[形式短小, 曲調質樸, 節奏自由的民間歌曲,流行於南方,多在山野勞動時歌唱] [본문으로]
- 필추(苾蒭): 범어(梵語) bhikṣu의 음역(音譯)으로 비구(比丘)와 같은 말이다. 필추(苾芻)라고도 한다. [본문으로]
- 초초(悄悄): 모습과 소리가 몹시 경쾌하다[形容聲音很輕] [본문으로]
- 숙석(宿昔): 지난 날[往日] [본문으로]
- 작학(綽虐): 불안한 모양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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