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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난한 이가 캔 연밥을 부자 사람들이 먹네
我聞此語重歎息 | 내가 듣고 이 말에 거듭 탄식하였지. |
嗷鴻澤國誰能數 | 연못의 슬피 우는 기러기 1 누가 헤아릴 수 있겠는가. |
民生不可有此色 | 백성의 삶은 이런 굶주린 기색 2 있어선 안 되는데 |
咬根漫說百事做 | 풀뿌리를 씹으면 온갖 일이 이루어진다네 3. |
因念古來女子職 | 예로부터 여자의 직분을 생각해보면 |
祭祀采蘩蠺采桑 | 제사하기 산 흰쑥 4 누에치기 뽕잎 캐기라네. |
就中江南采蓮者 | 강남으로 나가서 연잎을 캐는 사람은 |
凌波仙襪紅粉粧 | 파도를 비단버선 5 신고 타 연지곤지 화장했네. |
葉暗無光絲難織 | 잎 어두워 빛이 없으니 실론 베 짜기 어렵고 |
十丈甘蜜殊荒唐 | 열 길 달고도 꿀 같다는 건 지나치게 황당한 말이지 6. |
不過土風事遨遊 | 풍토에서 노닐던 일 |
蘭舟桂棹泛中央 | 난초 배에 노로 연못 중앙에서 떠다녔던 것에 불과하지. |
誰謂將此代艱食 | 누가 생각했을까? 장차 연잎이 흉년의 먹을거리 대신하여 |
草木橫被池魚殃 | 초목은 횡액을 당하고 연못의 물고기 재앙을 입게 될 줄 7. |
花神上訴天應泣 | 꽃의 신이 상소하면 하느님은 응당 울리니 |
化爲甘澍徧四方 | 변화되어 단비가 되어 흩뿌리리. |
富貴人家哺用脯 | 부자사람들의 집에선 먹는 것에 육포를 사용한다던데 |
寔命不猶至此極 | 이런 운명이 오히려 이런 지경에 이르게 하지 않았나? |
采蓮之曲不勝悲 | 채련곡에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
采作風謠獻京國 | 채련곡으로 풍요를 지어 나라에 바치노라. 『荷亭初稿』 |
인용
- 오홍(嗷鴻): 슬피 우는 기러기. 백성이 먹고 살 길이 없어 유랑하는 모습을 비유한 말. "鴻鴈于飛, 哀鳴嗸嗸. 維此哲人, 謂我劬勞. 維彼愚人, 謂我宣驕"라고 『시경』에 나옴. [본문으로]
- 차색(此色)=채색(菜色): 채색은 굶주려 누렇게 뜬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북송의 범중엄(范仲淹)은 "천하사대부로 하여금 이 맛을 모르게 해서는 안 되며 백성으로 하여금 이 빛이 있게 해서는 안 된다(士大夫不可一日不知此味, 百姓不可一日有此色)."고 말했다. [본문으로]
- 옛말에 "풀뿌리를 씹어먹게 되면 백 가지 일을 성사할 수 있다[咬得菜根, 百事可做]"라는 말이 있다. [본문으로]
- 번(蘩): 산흰쑥(白蒿)이란 나물. 이것을 부인들이 채취해다가 제사에 쓴다는 말이 있다. '于以采蘩, 于沼于沚' / 고대에는 황후가 친잠(親蠶)하는 제도가 있었다. [본문으로]
- 선말(仙襪): 「낙신부(洛神賦)」에 "凌波微步 羅襪生塵"이라 하였고 황정견(黃庭堅) 시에 "凌波仙子生塵襪"이란 글귀가 있다. [본문으로]
- 한유의 「고의(古意)」라는 시에 "태화봉 머리 옥정의 연은 꽃이 열길 솟아 피고 잎은 배만 한데 시원하기 눈서리 달기는 꿀이라. 한 조각만 입으로 들어가도 침중한 병이 낫는다지(太華峯頭玉井蓮, 開花十丈藕如船. 冷比雪霜甘比蜜, 一片入口沈痾痊)" 원래 전설상의 상징적인 연을 우의로 끌어온 것인데, 여기서는 너무 황당하다고 본 것이다. [본문으로]
- 지어앙(池魚殃): 성문에 불이 나자 엉둥하게 가까이 있는 연못의 물고기가 말라죽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지어지앙(池魚之殃)' 또는 '성문실화(城門失火)'라고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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