殘燈翳吐, 夜色將闌. 及旦鬚髮盡白, 惘惘然殊無人世意. 已厭勞生, 如飫百年苦; 貪染之心, 洒然氷釋. 於是, 慚對聖容, 懺滌無已.
歸撥蟹峴所埋兒, 乃石彌勒也. 灌洗奉安于隣寺, 還京師, 免莊任, 傾私財, 創淨土寺, 懃修白業, 後莫知所終.
議曰: “讀此「傳」, 掩卷而追繹之, 何必信師之夢爲然! 今皆知其人世之爲樂, 欣欣然役役然, 特未覺爾.
乃作詞誡之曰: ‘快滴須臾意已閑, 暗從愁裏老蒼顔. 不須更待黃粱熟, 方悟勞生一夢間. 治身臧否先誠意, 鰥夢蛾眉賊夢藏. 何以秋來淸夜夢, 時時合眼到淸凉.’”
해석
殘燈翳吐, 夜色將闌.
남은 등잔불은 하늘거리고 밤빛은 장차 끝나려 했다.
及旦鬚髮盡白, 惘惘然殊無人世意.
아침이 되자 수염과 머리가 모두 쇠었고, 멍하게 거의 인간 세상에 뜻이 없어졌다.
已厭勞生, 如飫百年苦;
이미 괴로운 삶도 싫어졌으니 마치 백 년의 괴로움을 겪은 듯했고
貪染之心, 洒然氷釋.
탐욕에 오염된【貪圖染指: 마음이 탐욕에 오염된 것(貪染, sārāga)】 마음도 말끔히 얼음이 녹은 듯했다.
於是, 慚對聖容, 懺滌無已.
이에 부처님을 대하기 부끄러워졌고 참회하며 씻어낼 마음도 멈출 길이 없었다.
歸撥蟹峴所埋兒, 乃石彌勒也.
돌아와 해현령에 묻은 아이를 파보니 곧 석미륵이었다.
灌洗奉安于隣寺, 還京師, 免莊任,
물로 씻어 가까운 절에 봉안하고 경주로 돌아와 지장(知莊)직을 내놓았고
傾私財, 創淨土寺, 懃修白業,
사재를 내어 정토사를 창건하고 부지런히 선업【白業: 佛經에서 惡業을 黑業이라 하고, 善業을 白業이라 한다.】을 닦았으니,
後莫知所終.
후에 죽은 곳을 알지 못한다.
議曰: “讀此「傳」, 掩卷而追繹之,
의론해보겠다. “「조신전(調信傳)」을 읽고 책을 덮고 추적하며 해석해보면,
何必信師之夢爲然!
어찌 반드시 조신 선사의 꿈만이 그러하겠는가.
今皆知其人世之爲樂, 欣欣然役役然,
지금 모두 인간세상이 즐겁다는 것만을 알고 기뻐하고 애쓰지만
特未覺爾.
다만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乃作詞誡之曰: ‘快滴須臾意已閑, 暗從愁裏老蒼顔. 不須更待黃粱熟, 方悟勞生一夢間. 治身臧否先誠意, 鰥夢蛾眉賊夢藏. 何以秋來淸夜夢, 時時合眼到淸凉.’”
그래서 곧바로 사(詞)를 지어 경계한다.
快滴須臾意已閑 | 잠시의 쾌활한 일로 뜻은 이미 한가롭다가 |
暗從愁裏老蒼顔 | 은근한 근심을 쫓다가 늙어버렸네. |
不須更待黃粱熟 | 다시 메조밥 익기【黃粱: 盧生이 道士 呂翁의 베개를 베고 잠을 자는 동안 한평생의 부귀영화를 한껏 누렸는데, 잠을 깨고 보니 아직도 메조밥〔黃粱〕이 덜 되었더라는 꿈 이야기로, 인간 세상의 榮辱이 한바탕 꿈처럼 부질없음을 가리킨다.】를 기다릴 필욘 없으니, |
方悟勞生一夢間 | 곧 고달픈 삶이란 한바탕 꿈임을 깨달았네. |
治身臧否先誠意 | 수신(修身)의 잘잘못은 먼저 성의에 달렸음에도 |
鰥夢蛾眉賊夢藏 | 홀아비는 미인을, 도둑은 창고를 꿈꾼다네. |
何以秋來淸夜夢 | 어떻게 가을날 밤 맑은 꿈으로 |
時時合眼到淸凉 | 때때로 눈감아 이상향인 청량경(淸凉境)에 이를꼬?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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