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난삽한 문체로 고을의 특수성과 잘못된 정책을 파헤치다
이 시는 양주라는 한 고을의 제반 사정을 집중적으로 서술한 내용이다. 전체 분량도 장편에 속하면서 서사적 내용이 사뭇 복잡하고 번쇄(煩瑣)한 편인데, 역시 5부 구성법을 쓰고 있다.
제1부 첫머리서 양주를 광주에 견주어 관심을 끈 다음, 양주 고을에 병폐가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하여 작중의 ‘나’는 광주의 아전으로부터 양주 형편을 듣는 것이다. 광주 아전의 말에 의하면 양주 고을의 병폐의 원인은 다름 아닌 그곳 이속(吏屬)들의 나쁜 버릇에 있다. 후일 작중 ‘나’는 양주에 있으면서 아전으로부터 그곳 실정을 상세히 듣게 된다.
양주 아전이 들려준 이야기는 곧 시의 제2~4부에 엮인다. 그 아전의 긴 이야기를 듣고 작중 ‘나’는 광주 아전의 말이 전혀 사실과 다름을 알게 되며, 양주 아전을 이제 가긍(可矜)히 여기게 된다.
제3부에서 시인은 그처럼 양주의 실상을 이해하고 침통하게 생각한다. 양주 아전의 이야기가 막 끝났을 때 “서주(西州)에서 중을 독촉해 보내라[西州督送僧]”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앞의 아전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하고 있다. 그런데 작중 ‘나’는 이런 상황에서 대책이 서지 않는다. 오직 속이 뜨거워 끓어오를 뿐이므로, 시선이 저절로 서울 하늘로 돌아가게 되고 ‘나’의 눈에 삼각산이 들어오는 것이다. 작품의 결구다.
1 | 광주 아전들에게 듣고 직접 본 후 오해하게 된 이야기 | 광주 아전들의 말만 믿고 양주의 부패를 힐문하다 |
2 | 양주 아전에게 들은 이야기 | 왕실 무덤이 많기에 당해야 했던 양주 백성들의 고초 |
3 | 사신 대접에도 등골 휘지만 아전들과 합심하여 난관을 헤쳐나가다 | |
4 | 토지가 넓다는 이유로 내려진 가혹한 조세와 복지부동하는 목사 | |
5 | 나라의 잘못된 정책을 임금께 알리고 싶은 마음 | 나라의 잘못된 정책에 괴로워하는 양주의 백성들을 이해하며 |
이 시에서 몇 가지 특이한 면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한 고을의 특수한 사정이 파헤쳐진 점이고,
둘째는 다른 여러 작품에서와 달리 아전들을 부정의 근원이요 척결의 대상으로 몰아붙이지 않고 이해하는 태도를 보인 점이다. 양주 고을의 특수한 사정과 편중된 부담은 먼저 일반 백성을 못 살게 만들고 다음에 아전을 시달리게 하며, 마침내는 관장까지 난처하게 한다는 것이다.
셋째로 문체 면에서도 이 시는 특이하게 느껴진다. 세부까지 파고들면서도 난삽(難澁)한 구문이 많은데 자법(字法)ㆍ구법(句法) 등의 표현을 독특하게 쓰고 있다. 아마도 시인의 생활 의식과 연결지어 보아야 할 것 같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1권, 창비, 2020년, 167~168쪽,
인용
'한시놀이터 > 서사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환가(一環歌) - 산문. 권세가와 권력이 작당하여 납치해간 사람을 은폐하다 (0) | 2021.08.09 |
---|---|
허격 - 힐양리(詰楊吏) (0) | 2021.08.09 |
힐양리(詰楊吏) - 5. 나라의 잘못된 정책에 괴로워하는 양주의 백성들을 이해하며 (0) | 2021.08.09 |
힐양리(詰楊吏) - 4. 토지가 넓다는 이유로 내려진 가혹한 조세와 복지부동하는 목사 (0) | 2021.08.09 |
힐양리(詰楊吏) - 3. 사신 대접에도 백성의 등골 휘지만 아전들과 합심하여 난관을 헤쳐나가다 (0) | 2021.08.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