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남편의 후사를 위해 인내하며 죽는 시기를 미루다
젊은 나이에 남편이 한강에서 실수로 물에 빠져 죽었다. 그 부인은 조카 양자를 들여 길러서 아이가 장가들어 신부를 맞이한 그날, 남편을 따라 역시 물에 빠져 죽는다.
이 서사의 줄거리가 특이하긴 하지만 현대적 윤리에 비춰보면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운 것임은 물론이다. 여자는 남자가 죽으면 따라서 죽어야 한다는 것이 법제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딱히 규정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충효열을 인간의 보편적 가치로 신봉했던 전통사회에서 여필종부(女必從夫)라는 도덕률 때문에 남자를 따라 죽는 행위는 여성의 정절로서 미화되기에 이른 것으로 생각된다. 어쨌던 그런 행위는 여자를 종속물로 여기는 것으로, 타기해야 마땅한 관념에 불과하지만, 그런 관념이 윤리적 가치로 표창되는 시대를 살았던 여성 그 자신에게 있어서는 인간적 가치의 실천으로 확신한 것이기도 했다. 작중의 주인공인 윤씨댁 부인이 된 남씨의 경우, 남편의 후사를 위해서 인내하여 따라 죽는 행위를 뒤로 미루고 자신이 당연히 감당해야 할 인생의 몫을 다한 다음 결행을 하는 나름으로 합리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이 작품은 사실 서술의 산문부와 명송(銘頌)을 위주로 한 운문부로 크게 양분되어 있다. 서사시에서 허다하게 취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산문부도 작품을 이루는 한 부분이긴 하지만, 운문부만으로 완결된 전체를 갖추고 있다. 운문부의 첫머리는 “새 두 마리 동쪽 남쪽에서 날아와[有鳥東南來]”로 시작되는데 전체 서사에서 상징적 의미를 갖는 것이다. 마지막에 가서는 “자리에 모인 수많은 빈객들 세상에 드문 정절이라고 칭송하더라[座中衆賓客 皆言貞節稀].”라는 말로 끝맺게 된다. 본사에 해당하는 중간은 시인이 직접 개입하여 전개하면서도 여성 주인공의 독백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서사시의 형태로서 서정성이 고양된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보겠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2권, 창비, 2020년, 239쪽
산문 | 젊은 시절에 과부가 되었지만 아들을 장가보내고서야 죽다 |
1 | 새에 비유하여 말하다 |
2 | 양아들 장가가는 날, 죽기로 결심하다 |
3 | 자식의 결혼식날을 기다려 남편따라 강물에 뛰어든 아내 |
4 | 유언을 읽고 모두 눈물바다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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