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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조세 독촉에선 양반도 예외는 아니다
이 시는 검독(檢督)이 조세를 못 내는 농민들을 끌어가는 내용이다.
작품은 서두 부분에서 아전들이 파지방에 들이닥쳐 사람들을 줄줄이 묶어서 개 닭처럼 몰고 가는 정경이 서술된다. “역질로 죽은 귀신에 굶어 죽은 시체들[疫鬼雜餓莩]”에서 사정의 심각성이 단적으로 드러나는데 더욱이 부역의 시달림마저 겹쳐 ‘장정이라곤 씨가 마른[無農丁]’ 지경으로 되어 있다.
포로처럼 끌려가는 과부 고아들의 행렬-서사적 화폭이다. 다음 단락에서부터 그는 그중의 한 사람으로 초점이 모아진다. 빈한한 선비[貧士]다. 명색이 양반인데 끌려가는 행렬에 끼여 있으니 아전에게 주목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하여 그는 신분에 상응한 대접을 받는 것이 아니고 무한히 욕을 당한다. 아전은 그를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아놓고 일장 호통을 치는데, 물론 형편없이 몰락한 양반에 대한 경멸이지만 그의 말 속에서 조세 독촉을 급히 나는 경위가 해명되기도 한다.
끌려가는 행렬-과부나 고아들은 저마다 구구하고 딱한 사연이 있을 터이나 그 속에 선비의 존재는 문제적 사실이다. 작품은 하필 ‘빈한한 선비’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사회ㆍ역사적 의미를 좀더 풍부하게 했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1권, 창비, 2020년, 3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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