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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아전이 호랑이보다 더 무서워라
「용산리(龍山吏)」와 「파지리(波池吏)」는 강진 경내의 사건을 다룬 반면 「해남리(海南吏)」는 이웃 고을에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위와 달리 고을 이름을 제목에 붙인 것이다. 「파지리(波池吏)」에서 마을에 장정들은 씨가 마른 듯 보이지 않더라 했는데, 그렇게 된 연유를 여기서 알 수 있다.
첫머리서 주인공이 먼저 부각되는데 해남서 도망쳐나온 그는 두려움에 질린 표정이다. 승냥이를 만난 게 아니라면, “되놈을 만난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그의 표정으로 미루어 방금 무서운 짐승의 공격을 받았거나 아니면 야만적 군대에 유린된, 이런 두 가지 중 하나의 경우다. 다음 단락에서 주인공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밝혀지는바 다름 아닌 검독으로 인해 그리된 것이다. 바로 아전을 ‘사나운 호랑이’로 비유한다.
이 ‘사나운 호랑이’를 풀어 보낸 것은 물론 원님이다. “온 마을 구슬피 통곡하는 소리로 / 만섬 배(조운선) 사공들에게 아양 떠는 꼴이네요[嗷嗷百家哭 可以媚櫂夫]” 아전들이 출동하여 울려 퍼지는 곡성은 세곡선의 담당자에게 조세 독촉하는 실적처럼 들리게 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작품은 마지막 구절에서 “두 줄기 눈물 그렁그렁 / 이야기 긴 한숨 되어 나오네[泫然雙淚垂 條然一嘯舒]”로 주인공의 형상을 오래오래 지워지지 않게 하고 있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1권, 창비, 2020년, 3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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