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건빵이랑 놀자

종어요(種菸謠) - 해설. 농민적 미감이란 무엇인가? 본문

한시놀이터/서사한시

종어요(種菸謠) - 해설. 농민적 미감이란 무엇인가?

건방진방랑자 2021. 8. 12. 17:34
728x90
반응형

해설. 농민적 미감이란 무엇인가?

 

이 시는 산전(山田)에 담배심기를 하는 농부를 그린 것이다. 역시 전편이 세 단락으로 나뉘는데 그 구성의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특색이 있다.

 

서두의 첫 단락에 담배 모종을 지고 혼자 심심산골로 들어가는 한 농부가 등장한다. 다음 단락에서 담배 모종을 하는 작업광경이 묘사되며, 마지막 단락에서는 그 농부가 하필 담배농사에 힘쓰게 된 사정을 그의 독백으로 듣는다.

 

서사의 화폭은 산골로 이동하는 농부, 그가 밭에서 담배 모종을 하는 장면으로 단순 간결하다. 그런데 작중의 현재 상황은 간밤에 비가 흡족히 내린 다음이라, 농촌은 모내기로 일손이 붐빈다. 주인공은 왜 홀로 산비탈에서 담배를 심고 있는가? 작품은 들판에서 모내기하는 농부들과 대비하는 수법으로 담배 심는 자의 삶을 부각시킨다. 그 역시 다른 농민과 마찬가지로 논농사를 지었건만 구실이야 도조야 뜯기고 보면 풍년도 풍년이 아니더라오[豐非豐]”라는 서글픔이 언제고 그 앞에 놓여 있었다. 그래서 논농사를 때려치우고 산전을 개간해서 담배심기에 주력했던 것이다. 이제는 늙은 개 사립문 앞에서 꼬리를 살래살래[柴門犬老氂蒙茸]” 흔드는 생활의 안정을 얻었다 한다. “논농사 짓는 이들 산비탈 농사라 비웃지들 마오[水田莫笑山田農].”라는 끝맺음은 자족적이면서도 묘한 뜻이 내포되어 있다 하겠다. 단순한 화폭에 실은 풍부한 현실 내용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표현미학상에서 하나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작중의 인물은 자연 속에 설정되었을 뿐 아니라, 그의 행동과 의식(시의 전개내용)에 자연이 민감하게 접수되는 것이다. 여기 자연은 한유자적(閑遊自適)하는 그런 곳이 아니라, 땀 흘려 일하고 휴식하는 현장이다. 자연은 신선하고 아름답게 감수되고 표현되는데, 거기에 농민적 미감이 반영되어 있다.

 

창작연대는 문집에서 확인되는바 1895년이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1, 창비, 2020, 457~458

 

 

 

 

인용

원문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