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서사의 극적인 수법이 돋보이는 작품
이 시는 금송(禁松)과 관련한 봉건적인 모순ㆍ비리를 풍자한 내용이다. 『목민심서(牧民心書)』 「공전(工典)ㆍ산림(山林)」에 덕산초부(德山樵夫)의 작으로 이 시의 전문이 인용되어 있다. 덕산초부란 정약용의 자칭인데, 시 내용이 산림정책과 직결되는 때문에 옮겨놓은 것이다.
소나무는 목재로서 중요하게 취급되었다. 관에서 선박을 제조하거나 관목(棺木)으로 이용하기 위해 특별히 보호구역을 설정했는데, 그것을 봉산(封山)이라 불렀다. 그리고 소나무의 벌채(伐採)를 엄금하는 법규를 제정하여 이를 금송(禁松)이라 일컬었던 것이다. 작중의 배경인 강진 만덕산 기슭은 바로 수영(水營)의 봉산이었다. 문제는 수영의 관리가 금송의 법규를 내세워서 중들을 닦달하여 재물을 뜯어가고 또 한편으론 병선(兵船)을 제조한다는 명목으로 소나무를 베어 빼돌리는 데 있었다. 소나무는 중들의 입장에서 큰 화근일 뿐이었다.
그래서 어린 소나무를 뽑아내는 것이 작중에 제시된 상황이다. 이는 어무적(魚無迹)의 「작매부(斫梅賦)」와 같은 제재이며, 정약용의 「애절양(哀絶陽)」에서 어떤 양민이 자기의 생식기를 절단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같은 성격이다.
작품은 서사적 구성에서 극적인 수법이 돋보인다. 산기슭에서 중이 어린 소나무를 뽑아내는 시의 첫머리가 벌써 극적이다. 그 뽑아내는 정경(情景)을 잡초를 뽑는 농부, 잡목을 베어서 길을 닦는 아전, 독사를 잡는 아이, 적발의 더벅머리 괴귀(怪鬼)에까지 비유하는데, 과장적 표현을 빌려 사태의 역설적인 면모 및 그 심각성을 부각시킨 것이다. 그리고 중의 입을 통해 그 기막힌 사실이 폭로되는바, 역시 사연이 간결하고도 극적으로 드러난다. 끝맺음 또한 비자를 바치라는 공문이 내려왔으니 “장차 이 나무도 뽑아버리고 절간 문 봉해야겠네요[且拔此木山門封].”라는 말로 극적 효과를 고조시키고 있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1권, 창비, 2020년, 351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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