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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송(禁松)을 어겼다며 소나무로 스님들을 괴롭히다니
승발송행(僧拔松行)
정약용(丁若鏞)
白蓮寺西石廩峰 | 백련사 서쪽 석름봉에 |
有僧彳亍行拔松 | 스님이 어정거리며 1 가면서 소나무를 뽑아대네. |
穉松出地纔數寸 | 어린 소나무 땅에서 나와 겨우 몇 마디라 |
嫩榦柔葉何丰茸 | 여린 줄기와 부드런 잎사귀 어찌나 여리고 무성한지. |
嬰孩直須深愛護 | 여린 나무 다만 반드시 깊이 사랑하고 보호하면 |
老大況復成虯龍 | 크게 자라 더군다나 다시 이무기 용 2이 될 텐데 |
胡爲觸目皆拔去 | 어째서 보이는 대로 모두 뽑아 제거하여 |
絶其萌櫱湛其宗 | 싹과 움을 끊어내 소나무란 종을 없애버리려는가? |
有如田翁荷鋤携長欃 | 마치 농부가 호미를 메고 긴 가래 들고 |
力除稂莠勤爲農 | 힘껏 가라지 제거하여 부지런히 농사 짓는 것 같고 |
又如鄕亭小吏治官道 | 또 향정 3의 말단 관리 4가 관아의 길을 적에 |
翦伐茨棘通人蹤 | 가시덤불을 잘라 사람의 자취가 통하게 하는 것 같으며 |
又如蔿敖兒時樹陰德 | 또 위오가 어렸을 적에 음덕을 세우려 |
道逢毒蛇殲殘凶 | 길에서 독사를 만나자 남은 흉악함을 없애는 것 같고 |
又如髬髵怪鬼披赤髮 | 또 갈기를 일으킨 괴상한 귀신 5이 붉은 머리를 펴고서 |
拔木九千聲訩訩 | 나무 9천 그루를 뽑아 소리가 시끌법적한 것 같네 6. |
招僧至前問其意 | 스님을 불러 앞에 오자 그 이유를 물으니 |
僧咽不語淚如𩅽 | 스님이 오열하며 말하지 못하는데 흘리는 눈물이 이슬 같구나. |
此山養松昔勤苦 | “이 산은 소나무를 기르길 예부터 부지런하고 애써와서 |
闍梨苾蒭遵約恭 | 스님 7과 구족계 받은 이들 8이 약속한 공경을 준수했지요. |
惜薪有時餐冷飯 | 땔나무 아끼느라 이따금 찬밥을 먹기도 하고 |
巡山直至鳴晨鍾 | 산을 순찰하다 보니 곧장 새벽종 울릴 때에 이르기도 했죠. |
邑中之樵不敢近 | 읍의 나무꾼도 감히 가까이 하질 못하는데 |
況乃村斧淬其鋒 | 하물며 촌사람들 도끼가 그 날카로움을 침범할 수 있었겠어요. |
水營小校聞將令 | 우수영의 군영 9의 소교 10가 장군의 호령을 듣고 |
入門下馬氣如蜂 | 절문에 들어와 말에서 내리니 기세가 벌떼 같았죠. |
枉捉前年風折木 | 작년 바람에 꺾인 나무를 잘못 포착하고선 |
謂僧犯法撞其胸 | ‘스님이 금송(禁松) 범했소.’라고 말하며 가슴을 쳤지요. |
僧呼蒼天怒不息 | 스님이 푸른 하늘에 부르짖어도 화남은 사그러들지 않았지만 |
行錢一萬纔彌縫 | 만전을 내어 겨우 미봉했어요. |
今年斫松出港口 | 올핸 소나무 베어 항구로 내보내며 |
爲言備倭造艨艟 | 왜구 대비하러 큰 배 11 제조하려 한다 말했는데 |
一葉之舟且不製 | 일엽편주의 배도 또한 제조되질 않아 |
只赭我山無舊容 | 다만 우리의 산만 벌거벗어 옛 위용은 없어졌지요. |
此松雖穉留則大 | 이 소나무 비록 여리지만 남겨두면 크리니 |
拔出禍根那得慵 | 재앙의 뿌리를 뽑아내는 것 어찌 게을리하겠어요? |
自今課拔如課種 | 이제부터 뽑는 과업을 심는 과업처럼 하고 |
猶殘雜木聊禦冬 | 오히려 잡목을 남겨 겨울을 대비하길 바랐었는데 |
官帖朝來索榧子 | 관아의 공문서가 아침에 와서 비자나무 찾아대기에 |
且拔此木山門封 | 장차 이 비자나무도 뽑고서 백련사문 닫으렵니다.” 『與猶堂全書 第一集詩文集』 第五卷 |
인용
- 척촉(彳亍) : 어정거리다. 왼쪽 걸음과 오른쪽 걸음. 천천히 걷다. 왼쪽 걸음을 척(彳), 오른쪽 걸음을 촉(亍)이라 하며 합쳐서 갈 행(行) 자가 됨. 척촉(躑躅). [본문으로]
- 규룡(虯龍) : 전설에서 이르는 상상의 동물. 용의 새끼로서 빛이 붉고 뿔이 돋쳤다고 함. [본문으로]
- 향정(鄕亭): 조선 시대 각 지방 도로변의 요소(要所)마다 설치된 기구로, 왕래하는 사람들을 살피고 단속하는 것을 주무(主務)로 하던 곳이다. [본문으로]
- 소리(小吏) : 아전(衙前). 조선시대 중앙과 지방의 주, 부, 군, 현의 관청에 딸린 하급관리 [본문으로]
- 비이(髬髵): 맹수가 성나서 갈기를 일으킨 모습을 형용한 말이다. 괴이한 귀신이 나무를 9천 그루나 뽑아버리는 내용은 전설적인 이야기가 있다. [본문으로]
- 흉흉(訩訩) : 왁자기껄한 모양. 뒤숭숭한 모양 [본문으로]
- 도리(闍梨) : 절에 들어가 중이 된 총각을 높여 부르는 말. [본문으로]
- 필추(苾蒭): 비구(比丘). 본래는 서역에서 생산되는 풀의 일종이었으나 범어에서 출가한 불제자를 상징하였으며 더 나아가 구족계를 받은 불제자 일반을 지칭하였음. [본문으로]
- 수영(水營) : 조선시대 수군절도사가 주재하던 영. [본문으로]
- 소교(小校): 군교(軍校)를 따라 죄인을 잡던 사령(使令)이다. [본문으로]
- 몽동(艨艟) : 병선(兵船). 전투용 배의 이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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