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건빵이랑 놀자

정약용 - 승발송행(僧拔松行) 본문

한시놀이터/서사한시

정약용 - 승발송행(僧拔松行)

건방진방랑자 2021. 8. 11. 19:07
728x90
반응형

금송(禁松)을 어겼다며 소나무로 스님들을 괴롭히다니

승발송행(僧拔松行)

 

정약용(丁若鏞)

 

 

白蓮寺西石廩峰 백련사 서쪽 석름봉에
有僧彳亍行拔松 스님이 어정거리며[각주:1] 가면서 소나무를 뽑아대네.
穉松出地纔數寸 어린 소나무 땅에서 나와 겨우 몇 마디라
嫩榦柔葉何丰茸 여린 줄기와 부드런 잎사귀 어찌나 여리고 무성한지.
嬰孩直須深愛護 여린 나무 다만 반드시 깊이 사랑하고 보호하면
老大況復成虯龍 크게 자라 더군다나 다시 이무기 용[각주:2]이 될 텐데
胡爲觸目皆拔去 어째서 보이는 대로 모두 뽑아 제거하여
絶其萌櫱湛其宗 싹과 움을 끊어내 소나무란 종을 없애버리려는가?
有如田翁荷鋤携長欃 마치 농부가 호미를 메고 긴 가래 들고
力除稂莠勤爲農 힘껏 가라지 제거하여 부지런히 농사 짓는 것 같고
又如鄕亭小吏治官道 또 향정[각주:3]의 말단 관리[각주:4]가 관아의 길을 적에
翦伐茨棘通人蹤 가시덤불을 잘라 사람의 자취가 통하게 하는 것 같으며
又如蔿敖兒時樹陰德 또 위오가 어렸을 적에 음덕을 세우려
道逢毒蛇殲殘凶 길에서 독사를 만나자 남은 흉악함을 없애는 것 같고
又如髬髵怪鬼披赤髮 또 갈기를 일으킨 괴상한 귀신[각주:5]이 붉은 머리를 펴고서
拔木九千聲訩訩 나무 9천 그루를 뽑아 소리가 시끌법적한 것 같네[각주:6].
招僧至前問其意 스님을 불러 앞에 오자 그 이유를 물으니
僧咽不語淚如𩅽 스님이 오열하며 말하지 못하는데 흘리는 눈물이 이슬 같구나.
此山養松昔勤苦 이 산은 소나무를 기르길 예부터 부지런하고 애써와서
闍梨苾蒭遵約恭 스님[각주:7]과 구족계 받은 이들[각주:8]이 약속한 공경을 준수했지요.
惜薪有時餐冷飯 땔나무 아끼느라 이따금 찬밥을 먹기도 하고
巡山直至鳴晨鍾 산을 순찰하다 보니 곧장 새벽종 울릴 때에 이르기도 했죠.
邑中之樵不敢近 읍의 나무꾼도 감히 가까이 하질 못하는데
況乃村斧淬其鋒 하물며 촌사람들 도끼가 그 날카로움을 침범할 수 있었겠어요.
水營小校聞將令 우수영의 군영[각주:9]의 소교[각주:10]가 장군의 호령을 듣고
入門下馬氣如蜂 절문에 들어와 말에서 내리니 기세가 벌떼 같았죠.
枉捉前年風折木 작년 바람에 꺾인 나무를 잘못 포착하고선
謂僧犯法撞其胸 스님이 금송(禁松) 범했소.’라고 말하며 가슴을 쳤지요.
僧呼蒼天怒不息 스님이 푸른 하늘에 부르짖어도 화남은 사그러들지 않았지만
行錢一萬纔彌縫 만전을 내어 겨우 미봉했어요.
今年斫松出港口 올핸 소나무 베어 항구로 내보내며
爲言備倭造艨艟 왜구 대비하러 큰 배[각주:11] 제조하려 한다 말했는데
一葉之舟且不製 일엽편주의 배도 또한 제조되질 않아
只赭我山無舊容 다만 우리의 산만 벌거벗어 옛 위용은 없어졌지요.
此松雖穉留則大 이 소나무 비록 여리지만 남겨두면 크리니
拔出禍根那得慵 재앙의 뿌리를 뽑아내는 것 어찌 게을리하겠어요?
自今課拔如課種 이제부터 뽑는 과업을 심는 과업처럼 하고
猶殘雜木聊禦冬 오히려 잡목을 남겨 겨울을 대비하길 바랐었는데
官帖朝來索榧子 관아의 공문서가 아침에 와서 비자나무 찾아대기에
且拔此木山門封 장차 이 비자나무도 뽑고서 백련사문 닫으렵니다.” 與猶堂全書 第一集詩文集第五卷

 

 

 

 

 

 

 

 

인용

목차

작가 이력 및 작품

황상

해설

 
  1. 척촉(彳亍) : 어정거리다. 왼쪽 걸음과 오른쪽 걸음. 천천히 걷다. 왼쪽 걸음을 척(彳), 오른쪽 걸음을 촉(亍)이라 하며 합쳐서 갈 행(行) 자가 됨. 척촉(躑躅). [본문으로]
  2. 규룡(虯龍) : 전설에서 이르는 상상의 동물. 용의 새끼로서 빛이 붉고 뿔이 돋쳤다고 함. [본문으로]
  3. 향정(鄕亭): 조선 시대 각 지방 도로변의 요소(要所)마다 설치된 기구로, 왕래하는 사람들을 살피고 단속하는 것을 주무(主務)로 하던 곳이다. [본문으로]
  4. 소리(小吏) : 아전(衙前). 조선시대 중앙과 지방의 주, 부, 군, 현의 관청에 딸린 하급관리 [본문으로]
  5. 비이(髬髵): 맹수가 성나서 갈기를 일으킨 모습을 형용한 말이다. 괴이한 귀신이 나무를 9천 그루나 뽑아버리는 내용은 전설적인 이야기가 있다. [본문으로]
  6. 흉흉(訩訩) : 왁자기껄한 모양. 뒤숭숭한 모양 [본문으로]
  7. 도리(闍梨) : 절에 들어가 중이 된 총각을 높여 부르는 말. [본문으로]
  8. 필추(苾蒭): 비구(比丘). 본래는 서역에서 생산되는 풀의 일종이었으나 범어에서 출가한 불제자를 상징하였으며 더 나아가 구족계를 받은 불제자 일반을 지칭하였음. [본문으로]
  9. 수영(水營) : 조선시대 수군절도사가 주재하던 영. [본문으로]
  10. 소교(小校): 군교(軍校)를 따라 죄인을 잡던 사령(使令)이다. [본문으로]
  11. 몽동(艨艟) : 병선(兵船). 전투용 배의 이름. [본문으로]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