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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 플라토닉 러브(Platonic Love) 본문

어휘놀이터/개념어사전

개념어 사전 - 플라토닉 러브(Platonic Love)

건방진방랑자 2021. 12. 1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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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토닉 러브

Platonic Love

 

 

플라톤(Platon, BC 427~347)은 철학자가 다스리는 나라를 이상국가라고 보았다. 그러나 그 국가는 재산만이 아니라 아내와 자식까지 포함해 모든 것을 공유하는 철저한 공산주의 사회였다. 그러므로 플라토닉 러브는 플라톤의 사랑이라는 뜻이지만 플라톤이 말한 개념은 아니다.

 

플라토닉 러브를 우리말로 옮기면 플라톤식의 사랑이 되겠는데, 그 뜻은 관능적이고 육체적인 사랑과 대비되는 정신적이고 이성적인 사랑을 가리킨다. 실제로 그 말이 유행한 때는 플라톤의 시대로부터 2천 년 가까이 지난 르네상스 시대다.

 

플라톤이 운영했던 학교인 아카데메이아(Acadēmeia)를 본받아 15세기 중반에 이탈리아의 학자들은 피렌체에 플라톤 아카데미라는 학교를 설립했다. 스물아홉 살의 젊은 나이에 이 학교의 교장이 된 마르실리오 피치노(Marsilio Ficino, 1433~1499)는 플라톤 철학의 권위자로서, 메디치 가의 후원을 받아 플라톤과 그리스 고전 철학, 그리고 로마시대의 신플라톤주의 철학자인 플로티노스의 저작을 번역하고 연구하는 데 힘썼다. 피치노는 플라톤의 철학이 역사상 그 어느 철학보다 우수하고 그리스도교의 진리에 버금간다고 말했으며, 신을 향한 영혼의 사랑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둘은 일치한다고 보았다. 그런 피치노가 플라토닉 러브를 말했다면 그것이 어떤 사랑을 뜻하는지는 묻지 않아도 뻔하다.

 

 

 

 

지금도 그 개념에는 어딘가 보수적인 냄새가 나는데, 그런 점은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르네상스가 만개한 시대, 인문주의가 싹트고 인간이 신에게서 벗어나 자유의지를 마음껏 누리던 때에 그렇게 경건하고 금욕적인 사랑을 강조했다면 보수적이라는 평판을 피할 수 없다. 아닌 게 아니라 그 무렵은 철학사적으로도 플라톤 철학이 보수화된 시기였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322)는 서양 철학의 쌍두마차에 해당하지만 세를 떨친 시기는 서로 달랐다. 플라톤 철학은 기본적으로 종교와 친화력이 있었으므로플라톤의 이데아를 인격화하면 곧바로 신의 이미지가 나온다 중세 내내 성행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슬람권에서만 연구되었을 뿐 서유럽에는 거의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중세 후기에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이 라틴어로 번역되어 갑자기 크게 융성했다. 이런 상황에서 피치노는 플라톤 철학의 위상을 보존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말하자면 철학적 복고주의를 추구했던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생겨난 플라토닉 러브라는 개념은 오늘날에도 널리 사용되지만 지금은 종교적인 측면보다 윤리적인 측면이 강하다. 그래서 신에 대한 사랑이라는 관념보다는 주로 남녀 간의 정신적인 사랑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인용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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