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어 사전 - 페미니즘(Feminism)

페미니즘

Feminism

 

 

의회민주주의가 등장한 지는 상당히 오래 되었지만 여성이 참정권을 가지게 된 시기는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현대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한 나라로 꼽히는 미국을 비롯해 서구 대부분의 나라들은 20세기에 들어와서야 여성에게 남성과 동등한 정치적 권리를 부여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948년 헌법이 제정될 때 처음으로 여성에게도 정치ㆍ교육ㆍ노동 등 각 분야에서 남성과 동등한 권리가 인정되었다.

 

모든 권리는 그 배경에 이해 당사자들의 투쟁이 숨어 있다. 세계 최초로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여성 참정권(參政權)을 허용한 것도 당시 여성 운동가들이 열렬히 투쟁한 결과였다. 이때 생겨 난 개념이 페미니즘이다. 여성을 가리키는 femina라는 라틴어(영어 단어 female의 어원)에서 나온 페미니즘은 흔히 여권주의(女權主義)라고 번역되는데, 남성 중심 사회의 속박과 압제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여성의 사회 운동을 뜻한다.

 

 

공교롭게도 여성이 억압과 차별을 당해온 역사는 인류 문명의 역사와 거의 일치한다. 문명 이전의 원시 공동체 사회에서는 여성의 신분이 남성에 비해 결코 낮지 않았으며, 모권(母權)을 중심으로 하는 모계 사회에서는 오히려 여성이 남성에 비해 높은 지위를 누렸다. 인간 사회가 성립되기 전의 채집-수렵 생활에서는 남성이 지닌 신체적 힘이 중요한 요소였지만, 농경생활이 정착되면서 여성의 경제적 기여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농경 사회에서는 인간의 노동력이 중요해졌으므로 노동력의 생산을 담당하는 여성이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인력이었다.

 

그러나 문명의 역사가 시작되고 사유재산 제도가 등장하면서 가부장제(家父長制)가 발달하고 여성의 지위가 몰락했다. 이 과정은 중세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에 달하는 기간이다. 이윽고 중세의 봉건적 질서가 해체되고 자본주의가 싹을 틔우면서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는 새로운 가치관이 나타나게 된다.

 

자본주의는 중세 봉건 영주의 손아귀에서 산업 노동력을 빼내기 위해 ‘만민평등(萬民平等)’을 이념으로 내걸었다. 그 정치적 표현이 민주주의였으나 노동력은 해방되었어도 수천 년 동안 억압과 차별을 당해 왔던 여성의 지위가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는 않았다. 여성이 온전한 권리를 찾기까지는 이후에도 수 세기가 더 필요했다. 오늘날에도 대부분의 사회에서 여성은 법적으로만 평등할 뿐 성차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얼핏 생각하면 여성 운동의 적은 남성으로 보인다. 수천 년 동안의 가부장제를 통해 남성은 여성에게 억압과 압제를 가해왔던 게 사실이니까. 그래서 페미니즘의 초기에는 남성을 적으로 삼았다. 하지만 사회적 분업에도 성적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성적 차이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성적 차별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이 사실을 깨달은 페미니즘 운동은 점차 남성을 적으로 삼는 데서 벗어나 인간의 보편적인 기본권을 주장하는 차원에서 전개되었다.

 

 

오늘날 페미니즘이 설정한 목표는 다중적이다. 한편으로는 여전히 일부 남아 있는 가부장제의 전통과 싸워야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을 똑같이 괴롭히는 착취, 법과 정치, 사회와 문화의 차원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각종 제약과 차별을 철폐해야 한다. 마르크스(Karl Marx, 1818~1883)는 일찍 이 프롤레타리아는 가장 심한 착취에 시달리는 계급이므로 프롤레타리아의 해방은 프롤레타리아만이 아니라 부르주아지까지 포함한 인류 전체의 해방이라고 말했는데, 마찬가지 논리를 적용하면 여성의 해방은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까지 포함한 인간의 총체적인 해방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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