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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 패러디(Parody) 본문

어휘놀이터/개념어사전

개념어 사전 - 패러디(Parody)

건방진방랑자 2021. 12. 18.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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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

Parody

 

 

창작이란 어떤 작품을 처음으로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어떤 작품을 창작하기 전에는 그 작품이 존재하지 않았어야 한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 구분은 말처럼 그리 명확한 게 아니다.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기 전에 그것과 비슷한 다른 작품이 있었다면 어떨까? 더구나 창작자가 그 작품을 알고 자신의 창작에 이용했다면?

 

문학이나 음악에서 특정한 작품을 의도적으로 모방해 변형시킨 작품을 패러디라고 말한다. 패러디란 원래 음악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다른 노래와 병행하는 노래라는 뜻의 그리스어인 파로데이아(parodeia)에 유래를 두고 있다. 특히 음악에서는 같은 음률에 다른 노랫말을 붙이는 것을 패러디라고 부른다. 재미 삼아 흔히 하는 놀이인 노래가사 바꿔 부르기도 일종의 패러디인 셈이다.

 

 

문학적 패러디의 특징은 의도적인 모방이라는 데 있다. 그 점은 작가 자신은 물론이고 독자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패러디 작가는 원래의 작품을 흉내 내서 어떤 이득을 취하려하기보다는 주로 그 작품을 풍자하거나 조롱하기 위해 패러디의 방식을 선택한다. 패러디 작품이 대부분 익살과 해학을 담고 있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하지만 패러디는 원래의 작품을 지나치게 자유분방하고 가볍게 다루는 벌레스크(burlesque)보다는 더 문학적 깊이를 요구하는 장르다. 패러디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패러디 작가가 대상 작품의 주제와 기법, 배경 등에 관해 철저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패러디 작품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아야 패러디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대상 작품도 이미 널리 알려진 것을 선택해야 한다.

 

 

패러디와 자주 혼동되는 개념으로 표절이 있다. 흔히 패러디는 창작으로 간주하고 표절은 조잡한 모방으로 여기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표절이란 없다. 두 문학 작품이 문장에 이르기까지 거의 비슷하다면 그것은 사실상 같은 작품이지 표절이 아니다. 또한 주제가 비슷하고 인물만 좀 다르다면 그것은 번안 작품이다. 지엽적인 부분보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닮았다면 그것은 유행을 따랐을 뿐이다. 원작을 일부러 모방해 희화화했다면 그것은 패러디나 벌레스크다.

 

패러디와 표절의 문제는 창작의 본질과 관련된다. 과연 뭔가를 새로 만들어낸다는 일이 가능할까? 작가가 사용하는 문법과 단어들은 작가 자신이 만든 게 아니며, 다루는 주제와 인물들도 순전히 작가의 경험과 상상력의 소산인 것만은 아니다. 해 아래 새 것은 없듯이 완벽한 창작이란 없다. 비교적 문법에 구애받지 않고 단어에도 자신만의 색깔을 불어넣는 시()가 창작의 개념에 가장 충실하지만 그것도 역시 완벽한 창작과는 거리가 있다.

 

작가는 작품을 혼자서 쓰는 게 아니다. 작가가 보고 배우고 느끼고 겪은 현실, 학문, 예술, 경험 등이 모두 그의 작품 안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창작자는 무의 상태에서 문장을 건져 올리는 게 아니라 언제나/이미 존재하는 언어구조 속에 들어가 특정한 양식에 따라 문자들을 배열할 뿐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패러디는 창작의 사회적 성격을 가장 노골적으로 표방하는 문학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인용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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