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어 사전 - 트라우마(Trauma)

트라우마

Trauma

 

 

정신의학과 심리학의 용어들 가운데는 인접 학문에 두루 원용되는 것도 있고 거의 일상적인 용어처럼 널리 사용되는 것도 있다. 무의식이나 원형이 전자에 속한다면 트라우마는 후자에 속하는 용어의 예다. 일상용어로 전용되는 과정에서 트라우마의 의미도 약간 바뀌었다.

 

그리스어의 트라우마트(traumat)에서 비롯된 트라우마는 원래 ‘상처’라는 뜻이며, 일반 의학에서도 같은 뜻으로 사용한다. 상처라면 신체적인 현상인데 어떻게 정신의학과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개념이 되었을까? 신체적인 현상에서 심리적인 상처가 생겨난다는 사실이 현대 정신의학에 의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트라우마의 정식 병명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라고 부른다. 여느 정신질환과는 달리 PTSD는 환자의 심리나 신체에 발병의 원인을 둔 게 아니라 환자의 삶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 때문에 발생한다. 예를 들면 전쟁, 화재, 지진이나 홍수 같은 천재지변, 신체적 폭행이나 강간, 비행기나 기차에 의한 대형사고 같은 사건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들이 훗날 PTSD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인간의 기억은 나무와 같다. 삶에서 생겨난 작은 상처는 나무가 자라면서 껍질에 난 생채기가 아물듯이 쉽게 잊힌다. 그러나 생명을 위협할 만큼 중대한 사건을 경험하면, 마치 깊게 패인 도끼 자국이 나무에 영구적인 상처로 남듯이 당사자에게 평생토록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된다. 이 경우 외부적 사건이 심리적 상처로 전화되어 질환을 일으킨다.

 

외상을 낳은 사건이 있은 지 며칠 뒤에 PTSD가 따르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몇 년이나 지난 뒤에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꿈속에서 같은 사건을 되풀이해 겪는 환자는 그래도 좀 괜찮은 편이지만, 상태가 심할 경우에는 평상시에도 환자 스스로 그 사건에 관한 생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이럴 때는 만성 질환이 되는데, 대개 불면증, 불안증, 주변에 관한 과민반응 등의 증상을 수반한다. 집중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피해의식이나 불필요한 수치심을 자주 느끼며, 일상적인 상황에 대한 정서적 반응에서 비정상적인 태도를 보이고, 대인관계에서 장애를 겪는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알코올이나 약물 남용으로 이어지거나 심하면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정신의 특정한 상태가 신체의 질병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신체에 원인을 둔 정신의 질환도 있다. 전자의 예가 스트레스라면 후자의 예는 트라우마다.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신체와 정신이 확연히 분리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좋은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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