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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밑바닥 인생에 대한 애정을 간결한 구성에 담다
가난한 집에서 종노릇을 하는 소녀의 이야기다. 가난한 상전은 영락한 양반에 속할 것이다. 가세(家勢)가 노비들을 거느릴 형편이 못 되는 데다 자신이 노동을 감당하지도 못한다. 하나 있는 계집종이 집안일은 물론 산에 가서 나무까지 해와야 하는 것이다. 가난한 댁에서 종노릇하는 소녀의 고달픔은 특별한 바 있다.
주인공 소녀는 산에서 나무를 하다가 낫을 부러뜨리고 또 다리를 다친다. 이 두 가지 사고에서, 몸에 부상을 입어 피를 흘린 편에 보다 비중을 두는 것이 당연한 노릇이다. 그럼에도 소녀는 부러진 한 자루 낫만 걱정하고 있다. 왜 그럴까?
소녀가 집에 돌아와서 마님과 샌님으로부터 꾸지람을 듣는 장면에서 사정을 납득하게 된다. “샌님의 꾸중은 들을 만해도 마님의 노여움 견디기 어려워라[男子怒一時 女子怒多端]”라는 대목에서 인정의 기미를 느끼게도 된다. 이 시에는 밑바닥 인생에 대한 시인의 애정이 숨어 있거니와 구성이 간결하면서도 역사적 의미가 비교적 풍부하게 내포되어 있다.
이 시는 계유년(癸酉年: 1753)에 지은 것으로 밝혀져 있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1권, 창비, 2020년, 2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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