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진 아내를 얻은 가난한 선비가 가업을 이루다
득현부빈사성가업(得賢婦貧士成家業)
一士人, 家貧喪配, 聚學童十餘人敎之, 日後乃續絃於追鄕. 其婦人入其家, 則環肅然, 無石之資. 其家長忍, 讀書而已, 不治産業.
其夫堂叔, 有武將者, 夫人勸其家長, 貸出千金以爲治産之道, 家長微曰: “豈肯爲貸乎? 且吾平生不向人說道此等事也.”
其婦親自裁書於夫堂叔, ‘願貸千金, 限以一年還償.’
堂叔家子侄婦女皆曰: “新婦入夫家, 不過幾日, 請貸千金於至親, 誠是沒知覺無人事.” 衆誚喧藉, 堂叔曰: “不然. 吾向見此新婦, 則非碌碌女子也. 且一書, 千金容易發說, 其志亦可觀.” 遂答書, 快許之.
夫人受錢, 藏置於樓中, 家長見之, 雖甚駭然, 要觀下回而勿問焉. 夫人見家, 無可使者, 乃招學童輩, 饋以餠餌之屬. 使貿錦緞於立廛, 縫出錦囊, 使學童佩之, 群童悅服, 凡有使喚, 無異僮僕. 於是, 各給錢兩, 分往城內藥肆及諸譯官家, 貿取甘草而來. 如是數三月, 甘草遂乏, 價踊五倍, 卽爲散賣, 收錢三四千金. 買屋買婢家計饒足.
裁書堂叔, 還償千金, 其家大驚, 向者誚謗之人, 咸稱賢婦. 堂叔大奇之, 來見新婦, 還送千金, 以助致富之資, 新婦辭曰: “人生斯世, 足衣足食, 他無餘望, 安用富爲? 且富者衆之所怨也, 吾所不願.” 固辭不受.
惟以勤儉治家, 無有窘乏云. 『靑邱野談』
해석
一士人, 家貧喪配,
한 선비가 집은 가난하고 아내를 잃었지만
聚學童十餘人敎之,
학동 10여 명을 모아 가르쳤고
日後乃續絃於追鄕.
얼마 후에 곧 이웃마을에서 새장가를 들었다.
其婦人入其家,
그 부인이 집에 들어오니
則環肅然, 無石之資.
주위는 스산하고 한섬의 양식도 없었다.
其家長忍, 讀書而已, 不治産業.
가장은 굶주림을 참으며 책만 읽을 뿐 살림은 하려하지도 않았다.
其夫堂叔, 有武將者,
집안의 당숙 중에 무장이란 사람이 있어
夫人勸其家長, 貸出千金以爲治産之道,
부인은 가장에게 천금을 빌려서 살림을 할 방법을 삼자고 권하자
家長微曰: “豈肯爲貸乎?
가장이 미소를 짓고서 말했다. “어찌 기꺼이 빌릴 수 있겠습니까?
且吾平生不向人說道此等事也.”
또한 저는 평생토록 남을 향해 이런 등등의 일을 말해본 적 없소.”
其婦親自裁書於夫堂叔,
아내가 친히 스스로 당숙에게 편지를 썼으니 다음과 같다.
‘願貸千金, 限以一年還償.’
‘원컨대 천금을 빌려주신다면 일 년을 한정하여 갚겠나이다.’
堂叔家子侄婦女皆曰:
당숙 집안의 자식들과 사위와 부녀자들이 모두 말했다.
“新婦入夫家, 不過幾日,
“신부가 시집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請貸千金於至親, 誠是沒知覺無人事.”
친척에게 천금 빌리길 청하니 진실로 몰지각하고 인사조차 모르는 사람이구려.”
衆誚喧藉, 堂叔曰:
모두 비난하며 시끄럽게 말해댔지만 당숙은 말했다.
“不然. 吾向見此新婦,
“그렇지 않소. 내가 접때 이 신부를 보니
則非碌碌女子也.
함부로 볼 여자가 아닙디다.
且一書, 千金容易發說,
또한 한 편지로 천금을 쉽게 발설할 정도이니
其志亦可觀.”
그 뜻이 또한 볼 만 하네.”
遂答書, 快許之.
마침내 편지에 답하며 쾌히 허락하였다.
夫人受錢, 藏置於樓中, 家長見之,
부인은 돈을 받고서 집안에 감춰두었지만 가장은 보고서
雖甚駭然, 要觀下回而勿問焉.
비록 매우 의아했지만 요컨대 외면할 뿐 묻질 않았다.
夫人見家, 無可使者,
부인이 집을 보니 부릴 만한 사람은 없어
乃招學童輩, 饋以餠餌之屬.
이에 학동의 무리를 불러 떡 종류를 주었다.
使貿錦緞於立廛, 縫出錦囊,
비단가게에서 비단을 사오게 하여 꿰매 비단주머니를 만들고서
使學童佩之,
학동에게 차도록 하니
群童悅服, 凡有使喚, 無異僮僕.
학동들이 좋아하고 감복하여 대체로 심부름 시키려 부르면 하인과 다를 게 없었다.
於是, 各給錢兩,
이에 각각에게 두 냥을 주어
分往城內藥肆及諸譯官家,
나누어 성 안의 약방과 역관의 집에 가서
貿取甘草而來.
감초를 사서 오도록 했다.
如是數三月, 甘草遂乏,
이와 같은 지 삼개월에 감초가 모두 동이 났고
價踊五倍,
가격은 5배로 뛰어
卽爲散賣, 收錢三四千金.
곧 흩어버리듯 팔아서 3~4천금을 모았다.
買屋買婢家計饒足.
집을 팔고 하인을 팔자 살림은 넉넉해졌다.
裁書堂叔, 還償千金,
당숙에게 편지를 써서 천금을 갚으니
其家大驚, 向者誚謗之人,
집안 사람들이 크게 놀랐고 접때 비난하던 사람들도
咸稱賢婦.
다 어진 아내라 칭찬했다.
堂叔大奇之, 來見新婦,
당숙도 크게 기이하게 여겨 와서 신부를 보며
還送千金, 以助致富之資,
천금을 돌려주며 부를 이룰 자산으로 도우려 하니
新婦辭曰: “人生斯世, 足衣足食,
신부가 사양하며 말했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입을거리가 넉넉하고 먹을거리가 넉넉하면
他無餘望, 安用富爲?
다른 나머지의 바람이 없으니 어찌 부자가 되려 하겠습니까?
且富者衆之所怨也, 吾所不願.”
또한 부자는 대중이 원망하는 것이니 제가 원하는 게 아닙니다.”
固辭不受.
짐짓 사양하며 받질 않았다.
惟以勤儉治家, 無有窘乏云. 『靑邱野談』
오직 근검함으로 살림을 하니 군색하거나 궁핍함이 없었다고 한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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