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쥐의 함경도를 피폐함을 보고 관리들은 분발하라
쥐떼가 두만강을 건너 함경도 땅으로 들어와서 농작물을 온통 해치고 인가에까지 미치는 사실을 잡아서 쓴 특이한 서사시다. 두만강 건너는 지금 중국의 길림성(吉林省)이지만 소급해 올라가면 발해의 고토(古土)였으며, 조선조로 와서는 여진족의 땅이고, 근대에는 북간도 혹은 만주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화소(話素) 자체는 민담에서 온 것이다. 이른바 무환순환담(round or circular tales)이라고 일컬어지고 꼬리물기 이야기의 형식으로 아이들이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면 어른들이 입막음으로 꺼내는 것이다. 나 자신도 어렸을 적에 종종 들었는데, 그때 들은 이야기는 쥐떼가 두만강을 건너 북쪽으로 가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함경도가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없기 때문에 쥐떼들도 떼지어 북간도로 월경(越境)한다는 것인데, 꼬리를 물고 도강하는 쥐들은 일정 간격으로 한 마리씩 퐁퐁 물에 빠져 죽는다는 이야기다.
여기 「두강서(豆江鼠)」는 북간도에서 함경도로 쥐떼가 반대로 강을 건너 들어온다. 꼬리물기 형식이 떨어져나간 대신 쥐떼가 농작물을 해치우고 인간을 공격하는 무시무시한 내용으로 바뀌었다. 두만강을 건너 와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이 작품의 ‘쥐떼 서사’는 실제 꼭 이대로의 사실이라기보다 알레고리(Allegoria, 寓意)로 읽히기도 한다. 다만 함경도가 변경인 데다가 삶의 조건이 척박해서 흉년이 우심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이와 같은 쥐떼 서사가 성립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때 무환순환담의 형식이 탈바꿈해서 진지한 ‘민생서사’로 성격변화를 일으킨 것이리라.
시인은 이 쥐떼의 이변을 우리나라가 아직 국운이 끊어질 때는 아니기에 하늘로부터 내리는 명시적(明示的)인 경종(警鐘)으로 해석한다. 함경도가 조선조의 발상지라는 점에 특히 유의해서 “이런 중한 땅에 먼저 벌책을 내리시니 / 나라 맡은 자들 살피고 조심하기 소홀히 하랴[降謫先重地 有國易省惕]”라고 국정담당자들의 맹성(猛省)을 촉구하며, 궁극적으로는 이 시가 임금님의 눈에 닿게 되기를 소망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1권, 창비, 2020년, 279~280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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