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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계속 되는 기근에도 세금 독촉 끊이지 않기에
問爾何所苦 漂轉至於斯 | 물었네. “너희들 어떤 괴로운 것으로 표류하고 전전(輾轉)하며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가? |
棄捐丘墓鄕 提携欲何之 | 조상의 무덤이 있는 고향 1을 버려두고 끌고 이끌며 어디를 가려 하는가?” |
擧首向我對 蹙然爲累吁 | 머리를 들고 나를 향해 대답하는데 찡그리며 긴 한숨 짓네. |
我本內浦人 三世爲農夫 | “우리는 본래 내포 2의 사람으로 삼대에 걸쳐 농부라서 |
夫耕婦織布 生理一何艱 | 남편은 밭갈고 아내는 베를 길쌈하는데 생계가 한결같이 어찌나 어려운지 |
晝夜勤作息 十指無暫閒 | 낮밤으로 부지런히 일하고 쉬니 3 열 손가락 잠시도 한가할 겨를이 없어 |
祁寒與暑雨 靡日不苦辛 | 겨울의 맹추위와 여름의 무더위와 폭우로 하루도 괴롭고 힘들지 않을 때가 없었죠. |
重以水旱災 所獲能幾許 | 거듭 홍수와 가뭄의 재앙이 있어 수확하는 것이 몇이나 있었겠소? |
稼成不入口 火急供常賦 | 벼 익었지만 입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불 같이 급하게 항상 조세를 공금하라 하여 |
縣吏日至門 叫呶何太恣 | 현의 아전놈 날마다 문에 이르러 지껄여 대는데 어찌나 몹시도 방자하던지 |
奔走備酒食 徵責殊未已 | 분주하게 술과 먹을 것 갖추어줘도 징수의 독책(督責)은 조금도 그치질 않소이다. |
乳下數歲兒 又充閒丁籍 | 젓 물고 있는 몇 개월 된 아이도 또한 군적(軍籍) 4을 충액(充額)하니 |
家中無所有 廐上一黃犢 | 집 안엔 소유랄 게 없고 마굿간에 한 마리 누런 송아지 있었죠. |
將犢之東市 輸官有餘逋 | 송아지를 데리고 동쪽 장터로 가서 팔고 관아에 세금 보냈지만 남은 포흠 5(逋欠)이 있어 |
機中斷幾疋 盡作京軍袍 | 베틀 속 몇 필을 끊어 모두 서울 수비대의 군복 지었으니 |
寧留尺寸布 可以掩吾髀 | 어찌 한 자 한 치의 포 남겨서 저의 넓적다리 가릴 수 있겠습니까? |
無衣復無食 何以卒此歲 | 입을거리도 없고 또한 먹을거리도 없으니 어찌 올해를 보내겠습니까? |
寒風凍裂肌 兒啼不可聽 | 찬바람에 살갗이 얼고 부르트고 아이의 울음 더 이상 들을 수 없었죠. |
人生誰云樂 不如棄野坰 | 사람의 삶을 누가 즐겁다고 말합니까? 들에 버려짐만 못합니다. |
携妻復抱子 東西與北南 | 아내를 끌고 또한 자식을 안고서 동쪽으로 서쪽으로 북쪽으로 남쪽으로 떠돌아다니니 |
所向無樂土 旬日食纔三 | 향하는 곳에 낙원은 없어 열흘에 겨우 세 끼 먹을 뿐입니다. |
太守尙不知 君王豈盡聞 | 사또가 오히려 우리 사정 알지 못하니 임금께서 어찌 다 들으시겠습니까. |
竊聞廊廟上 僕妾厭稻紈 | 들어보니 조정에선 머슴과 첩도 벼와 비단을 싫어하고 |
朱門列鍾鼎 歌吹日吰喧 | 권세가는 종과 솥을 나열해놓고 노래부르며 날마다 왁자지껄 하다네요. |
昊天子萬物 厚薄一何偏 | 하늘이 만물을 자식처럼 기름에 두텁고 엷음이 한결같이 어찌 치우쳐 있는 것입니까? |
頫仰終漠漠 疾痛向誰愬 | 숙이고 우러러 보아도 끝내 막막하니 애통한 심정 누굴 향해 하소연하리오? |
인용
- 구묘향(丘墓鄕): 조상의 무덤이 있는 고향. [본문으로]
- 내포(內浦): 충청남도 아산만 일대의 지역을 말한다. [본문으로]
- 작식(作息): "추우면 옷을 입고 배고프면 밥 먹으며, 해가 뜨면 일을 하고 어두워지면 휴식한다.[寒而衣 飢而食 日出而作 晦而息]"의 준말이다. [본문으로]
- 한정(閒丁): 한정(閑丁)과 같은 말로, 역(役)을 실제로 수행하지 않는 장정을 가리키는 말인데, 당시 양정(良丁)은 대개 한정(閑丁)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들은 포를 대신 납부한다. [본문으로]
- 포흠(逋欠): 예전에, 조세를 내지 않는 일을 이르던 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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